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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기자를 고지 베리로 부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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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기자를 고지 베리로 부르는 이유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20.03.30 15:53
  • 호수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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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일/ 충청남도농업기술원 구기자연구소장
주정일/ 충청남도농업기술원 구기자연구소장
주정일/ 충청남도농업기술원 구기자연구소장

구기자는 한자로 枸(헛개나무 구), 杞(버드나무 기), 子(아들 자)로 읽는데, 나무는 버드나무처럼 생기고 효능은 헛개나무와 같다고 해서 붙어졌다고 한다. 헛개나무가 간 기능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듯이 구기자도 그러하니 그런듯하다. 

신장을 보하고 정기를 보충하는 처방으로 오자연종환이라는 처방이 있는데 구기자·오미자·복분자·토사자(새삼의 씨앗)·차전자(질경이의 씨앗) 등 다섯 가지가 들어간다. 이 오자는 오랫동안 장복해도 해가 없으면서 두루두루 몸에 좋은 것 중 엄선한 한약재들이다. 여기서 자(子)가 씨앗 또는 열매를 뜻하고, 학문이나 도덕이 높은 사람, 예를 들면 공자(孔子, 원래 이름은 공구)에게 자(子)가 붙은 거만 봐도 구기자에 자(子)가 붙었으니 얼마나 좋은 약재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구기자가 성인 반열에 오른 한약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간혹 구기자의 구(枸)를 狗(개 구)로 표기해 놓은 것을 보게 된다. 구기자가 천년이 되면 사람보고 짖는다고 하는 소리가 괜한 소리 같지만, 중국 당나라 유우석의 시에서 구기자의 이름과 특성을 모두 표현하고 있으니 그 근거는 분명히 있었다. 
초주 개원사 북원의 우물가 구기자나무
(楚州開元寺北院枸杞臨井)

절간의 약초나무는 깨끗하고 차가운 우물에 자라는데.
우물의 향천수는 영험도 하지.
검푸른 빛으로 돋아난 잎이 우물 벽을 감싸고
은홍색의 구기자 열매가 우물에 잘 비치네
무성한 가지는 본디 선인장이고
오래된 뿌리에서 다시 생긴 것은 상스러운 개의 형상이네.
아주 뛰어난 기능은 감로 맛이고
조그마한 양으로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겠네.

승방약수의한정(僧房藥樹依寒井) 정유향천수유령(井有香泉樹有靈)
취대엽생롱석추(翠黛葉生籠石甃) 은홍자숙조동병(殷紅子熟照銅甁)
지번본시선인장(枝繁本是仙人杖) 근노신성서견형(根老新成瑞犬形)
상품공능감로미(上品功能甘露味) 환지일작가연령(還知一勺可延齡)

한자로 구기(枸杞)는 중국어로 gǒuqǐ(고우치)라고 읽는다. 따라서 고지(Goji)는 중국말 gǒuqǐ의 영어식 발음인 것이다. 베리(Berry)는 과육과 즙이 많은 열매를 뜻하고, 블루베리만 연상해도 금방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구기자를 고지 베리로 읽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그렇다면 그 전에는 무엇이라고 불렀을까? 울프 베리(Wolf berry)이다. ‘늑대가 먹는 장과류 열매’라고 추측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다. 구기자의 학명인 Lycium이 이탈리어로 Wolf(늑대)이기 때문에 구기자를 울프 베리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구기자가 헛개나무 枸(구)이든, 개 狗(구)이든 또는 울프 베리(Wolf berry)이든 고지 베리(Goji berry)이든 반로환동(返老還童) 즉 늙은 모습에서 아이의 몸으로 되돌아간다는 영험한 안티에이징 열매인 것만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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