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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생각하고 느낌! – 남아메리카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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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생각하고 느낌! – 남아메리카 ④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20.03.23 11:38
  • 호수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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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소금·라마 - 볼리비아

북쪽의 카리브해에서부터 남쪽의 칠레까지 7개국에 걸쳐 8천5백킬로미터 길이의 안데스 산지를 따라 남쪽으로 갑니다. ‘볼리비아’로 가는 비행기의 창을 통해 보이는 산야가 햇살 아래 펼쳐집니다. 돼지껍질 튀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 ‘쿠스코’가 파란 티티카카호수 뒤로 멀어집니다.

금모래 옹달샘 - 라파즈 
정복자 에스파냐로부터 남미를 해방한 ‘시몬 볼리바르’의 이름을 딴 나라, 천연자원이 남미에서 가장 풍부하면서도 가장 가난한 나라, 원주민 비율이 가장 많은 나라, 원주민 대통령을 뽑은 나라, 가장 건조하고 짜고 습도 높은 지역 ‘볼리비아공화국’입니다. 어쩌면 누군가의 ‘버킷리스트’ 첫 장에 있을 ‘소금사막’의 나라입니다. 
 
평화란 이름의 도시 ‘라파즈’는 볼리비아의 수도로 평균 해발고도 3,600미터로 세계의 수도 중 가장 높은 곳에 있습니다. 
‘킬리킬리’ 전망대에서 보는 ‘라파즈’는 분지라기보다는 계곡 같습니다. 깊은 협곡을 따라 산 사면에 황토색의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안데스 고지의 사람들이 다 이곳으로 몰려온 듯합니다. 숨쉬기조차 어려운 해발 4000미터, 맑은 날이 가장 많은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은 검게 그을었습니다.

해발고도 3669미터의 우유니 소금사막.
해발고도 3669미터의 우유니 소금사막.

세계에서 가장 긴 케이블카? 도심을 가로지르는 교통수단으로의 시내버스 곤돌라를 타고 ‘라파즈’의 골목을 들여다봅니다. 빈부격차가 심한 이 지역에서는 주로 빈민층이 추위와 대기오염과 함께 고지대에 거주합니다. 조망 좋은 산자락에 부촌이 형성되는 것과는 반대 현상입니다. 어느 노래 가사처럼 ‘슬퍼서 아름답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가난이 죄’라고도 말할 수 없지만, 누구에게나 똑같이 비춰주는 햇살을 받는 ‘라파즈’ 산비탈의 붉은집들은 눈부셨습니다. 

날치기와 소매치기가 많으니 소지품을 잘 챙기라고 ‘하라’가 신신당부를 합니다. 원주민들 사진도 조심해서 찍어야 한다고 주의를 줍니다. 원주민들은 사진을 찍으면 혼이 빠져나간다고 믿기 때문이랍니다. 
‘마녀시장’, 원주민들이 약초와 부적 등을 사고팔면서 부르게 된 이름입니다. 시장 입구에는 고깔과 탈을 쓴 허수아비 인형이 흔들흔들합니다. 박제된 라마, 해골, 말린 지네와 박쥐 등 주술에 쓰인다는 희귀한 물건이 많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새집을 지을 때 말린 라마를 마당에 묻으면 행운이 온다고 믿는답니다. 

알티플라노의 하늘호수-우유니
가내 수공업 형태로 소금을 가공하여 판매하는 마을 ‘콜차니’는 소금사막으로 가는 입구에 있습니다. ‘톨라’라는 나무를 때서 12시간 소금을 구우면 맛좋은 소금이 됩니다. 건조하고 척박한 땅이라서, 자랄 수 없는 곡식 대신 소금이라는 특별한 선물을 받았습니다. 

옛날 ‘타인틴수요’전령들이 쉬어가던 돌섬인 ‘어부의 섬’ 선인장.
옛날 ‘타인틴수요’전령들이 쉬어가던 돌섬인 ‘어부의 섬’ 선인장.

황량한 벌판의 ‘기차무덤’, 오십여 년 쉬지 않고 달렸던 기차들의 죽음을 관광객이 위로하고 있습니다. 붉게 녹슨 기관실과 달리지 못하는 바퀴와 짐 없는 화물칸, 잠시 기관사가 되고 짐이 되어 칙칙폭폭 연기를 휘날리며 달려주고 싶습니다.  
 
하늘과 맞닿은 백색 나라, 소금밭입니다. 과거 바다였던 곳이 호수가 되고, 호수가 말라서 소금사막이 됐습니다. 약 백억 톤의 소금이 매장돼 있다는 이곳은 넓이가 충청남도 면적보다도 넓은 ‘망망대염’입니다. 식탁도 의자도 소금입니다. 호기심이 발동하여 기둥에 혀를 살짝 대보았더니, 짜네요. 
파란 하늘에 몇 장의 구름이 낮게 떠 있습니다. 오로지 파란색과 하얀색만의 단순함, 그 위로 쏟아지는 햇살, 버석버석 소금 밟는 소리, 햇볕에 마르면서 만들어지는 벌집 모양의 소금 결정체, 그리고 자국마다 물드는 석양. 눈과 귀를 황홀하게 합니다. 

알티플라노(안데스 고산지대의 넓은 평원으로 페루와 볼리비아와 칠레지역) 고원은, 6000미터가 넘는 고봉들과 크고 작은 화산체가 600백여 개로 지형학의 보물창고라 불린답니다. 가느다란 연기가 올라오는 활화산이 멀리 보이고, 억센 풀밭 속에 라마들이 무리 지어 있습니다. 비로 쓴 것 같은 황토 사막에 바람을 닮은 돌나무가 꿋꿋이 바람을 맞고 있습니다. 
몇 마리의 비큐냐(낙타류의 야생 산양)가 서두를 것도 없고 마냥 고고하게, 가늘고 긴 목을 꼿꼿하게 세운 채 사막이 다 제 땅인 양 걸어갑니다. 

옥색 소금호수에 홍학들이 한가롭게 놀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물빛에 탄성을 지르고 발목이 빨간 홍학을 보고 감탄합니다. 날아오르는 모습은 또 얼마나 아름다울지를 상상하며 홍학을 날렸다가, ‘하라’에게 지청구를 들었습니다. 이곳은 자연보호 지역이라서 그렇게 새들을 놀라게 하면 안 된다고요. 
호수에 쌓인 침전물의 색깔과 자생하는 조류의 색깔에 따라 호수는 붉고, 희고, 녹색으로 나타납니다. 
 

알티플라노의 소금호수와 홍학
알티플라노의 소금호수와 홍학

사람의 손길을 거부하는 알티플라노의 끝없는 황무지는, 라마와 알파카와 비큐냐와 홍학들의 안식처입니다. 거대한 호수인 소금사막과 아름다운 빛깔의 소금호수들, 빙하의 흔적, 화산, 숨 쉬는 땅입니다. 

아, 이래서 남미인가? 볼리비아와 칠레의 국경 마을 ‘산페드로 데 아따까마’ 에서 칠레버스로 바꿔 탑니다. 칠레 국경에서는 농축산물 검사가 특히 심하다 하여, 남은 사과와 망고를 길에 선 채 다 먹어 치웠습니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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