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국수 한 그릇
이윤영
아주 오래 전 초딩시절
내 고향 청양 미당장날
학교 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수업은 듣는 둥 마는 둥
‘땡 땡 땡’ 학교종이 울리면
수업을 끝내고 너나 할 것 없이
책보를 메고 장터로 향한다
혹시나 어머니가 장에 왔을까
국수집 앞을 지나 티밥쟁이 건너
옹기(甕器), 건어물전(廛)을 헤매니
흰치마 쪽진머리 어머니가 보인다
불이나게 달려가 치마끈을 잡고서야
멸치국수 한 그릇 내 입에 들어간다
아지 한 손 손에든 어머니는 아마
그날도 당신은 굶으셨을 것 같다
세월은 흘러, 먼 후일
어머니는 하늘나라 가신지 4년
정겹던 오일장(場)은 사라지고
장터만 을씨년스럽게 남아
바람에 양철지붕만 휘날리니
오곡 풍성한 가을, 어느덧
그 아들은 고희(古稀)를 맞는다
※ 티밥 : 튀밥의 충청도 사투리
※ 아지 한 손 : 전갱이 두 마리( 전갱이를 일본말로 아지라 불렀으며 한 손은 생선 2마리를 뜻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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