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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생각하고 느낌! – 남아메리카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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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생각하고 느낌! – 남아메리카 ③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20.03.16 14:54
  • 호수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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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완틴수요’만의, ‘쿠스코’만의
마추픽추
마추픽추

초록 계곡을 휘감았던 안개가 서서히 걷히자 숨었던 도시가 그 모습을 보여줍니다. 늙은 봉우리 ‘마추픽추’와 젊은 봉우리 ‘와이나픽추’사이의 평원에 자리 잡았지만, 늙은 봉우리 아래 흩어져 있기 때문에 이름 붙여진 ‘마추픽추’를 봅니다. 중앙의 푸른 광장과 지붕 없는 회색벽이 비밀스런 만큼 쓸쓸해 보입니다. 

가파른 절벽을 이룬 높은 산과 ‘우루밤바강’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요새 같습니다. ‘타완틴수요’인들이 에스파냐 침략자들을 피해 건설했다는 은신처, 천문 관측과 종교의식을 위한 종교중심지, 잉카의 여름별장, 아마존 지역과 쿠스코를 연결하는 물류와 교역의 중심지, 등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확실한 증거는 없답니다.  
돌로 쌓은 많은 건축물사이에 눈이 순한 알파카가 행동거지도 얌전하게 돌담 사이에서 풀을 뜯고 있습니다. 옥수수와 코카를 심었던 수 십 계단의 빈 경지에는 물양귀비 닮은 꽃도 피었습니다. 
      

 

복합유산, 잉카인들이 건설한 도시유적과 아름다운 자연이 고스란히 보존된 마추픽추는 하루에도 여러 번 변하는 날씨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래서인가, 하루 관광객을 제한하면서도 2번까지 입장이 가능합니다. 뒤쪽 경사면이 한 달에 1㎝씩 계곡 아래로 흘러내린다는 얘기를 들으니 안타깝습니다. 경사면으로 이루어진 농경지와 제단, 생활터전의 도시 창조물, ‘콘도르’형상인 ‘마추픽추’, 타완틴수요 주민들의 잃어버린 도시가 오래오래 잘 보전되기를 바랄뿐입니다. 

수로가 있는 골목 -오얀타이탐보
돌담과 돌길과 수로가 있는 골목이 소박하면서 예쁩니다. 담벼락 밖으로 내려온 꽃과 큰 짐보따리를 등에 메고 가는 사람의 뒷모습도 풍경이 됩니다. 마냥 바라만 보아도 질리지 않는 이 길거리를 한없이 걸었으면 좋겠습니다. 
돌길과 돌담만큼이나 근사한 ‘솔호텔’에서의 이틀은 향긋하고 아름다운 꽃과 어리고 친절한 직원들로 인해 더 좋았습니다. 방 열쇠를 잘못 주면서도 킥킥, 큰 스테인리스강 우유(유통과정상 생우유는 공급이 안 돼 분유를 타는 것임)통에 우유를 붓다가도 킥킥, 바닥에 쏟아진 우유를 닦으면서도 킥킥, 꽃을 들여다보는 우리를 보면서도 킥킥. 

해발 3000미터에 있는 계단식 염전으로, 안데스 설산에서 흘러내리는 소금물을 3000개의 못에 가두어 소금을 채취하는 ‘살리네라스’
해발 3000미터에 있는 계단식 염전으로, 안데스 설산에서 흘러내리는 소금물을 3000개의 못에 가두어 소금을 채취하는 ‘살리네라스’

빛 잘 든 골목을 누비다가 옥수수 삶는 맛좋은 냄새를 맡습니다. 꽃을 팔고, ‘꾸이’가 좋아하는 풀도 파는 조그만 시장이었습니다. 
원주민 복장의 촐라할머니도 장에 나오셨습니다. 알록달록한 색상의 망토와 모자, 주름치마, 두 갈래로 땋아 늘인 머리 모습입니다. 결혼한 여자는 ‘촐라’, 미혼은 ‘촐리타’라 부르며, 촐리타들은 모자를 쓰지 않습니다. 망토는 큰 일교차로 보온용이지만, 아기를 업을 때는 포대기, 물건을 나를 때는 보자기로 사용한답니다. 허리둘레가 넉넉한 ‘촐라’의 주름치마는, 펴 보면 6미터가 넘는다고 하네요. 원주민 여자들이 입는 옷은 전통의상은 아니지만(에스파냐의 안달루시아와 바스크지방의 농민의 옷) 거리에서나 들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띕니다. 
 
성스러운 계곡-안데스 산지
산속의 염전마을, ‘살리네라스’를 향해 가면서 옥수수 한 자루씩 입에 물고 갑니다. 안데스 원주민들은 옥수수를 신성하게 여겼답니다. 한 알의 옥수수는 수백 알의 옥수수를 수확하며, 재배 기간도 50일로 짧기 때문이랍니다. 
안데스 산지를 달리는 차창으로 보이는 산지의 삼각형모양이 특이합니다. 지층이 일정한 선을 따라 끊기면 삼각형의 가파른 절벽이 형성되기 때문이라는 것을 한참 후에야 알았습니다. 
높고 넓은 평원에 성냥갑만 한 건축물이 드문드문 있습니다. 주인 없는 푸른 사막에 무엇이든 짓고 살면 땅주인이 된다고 합니다. 넓은 울타리에서 소가 놀고 있는 저 농장의 주인도 그렇게 땅주인이 된 것은 아닌가 생각되지만, 아니, 어쩌면 산의 말을 들으며 산을 닮아가며 산처럼 살고 싶기 때문이겠지요.

원형극장 같은 농경지로, 계단식 농업과 고도에 따라 달라지는 작물에 대해 연구하는 ‘모라이’
원형극장 같은 농경지로, 계단식 농업과 고도에 따라 달라지는 작물에 대해 연구하는 ‘모라이’

털이 뒤숭숭한 알파카 몇 마리가 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습니다. 공동체 직물공장입니다. 알파카의 털에 천연염색을 하여 모자를 비롯한 여러 가지 수공예품을 만듭니다. 마당에는 ‘시어머니혓바닥’이라는 선인장꽃이 붉게 피었고, 며칠 전 점심 식탁 위에 올렸던 원주민들의 단백질 공급원 토실한 ‘꾸이’가 나무철장 안에서 내다봅니다. 
여기저기 걸려있는 원색의 작품들이 예쁩니다. 알파카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좋아 모자를 하나 샀으나, 뺑덕어멈 같다는 소리에 여행 내내 한 번도 그 따뜻한 모자를 쓰지 않았습니다.

 ‘하라’의 동생이 운영하는 한식당 ‘붓두막’에서 삼겹살과 페루맥주 ‘쿠스케냐’를 마십니다. 1리터의 큰 병은 쿠스코인들이 얼마나 맥주를 좋아하는지를 알 것 같습니다. 달달하면서도 시원한 맛은 캬~ 이래서 1리터군, 굉장하였습니다. 

‘쿠스코’의 별밤입니다. 2층 카프치노카페에서 성당과 골목과 별이 보이는 ‘쿠스코’를 내다봅니다. 2차 세계대전 중에 이곳으로 피난 온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쿠스코인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세웠다는 하얀 예수상도 까마득하게 보입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빗속의 반짝이는 별, 원주민들에겐 식민역사의 상처이지만 ‘쿠스코’의 집과 건물과 길바닥은 여전히 아름답고 고요합니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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