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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18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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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18세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20.03.09 15:30
  • 호수 1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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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석/ 청양군선거관리위원회 지도·홍보주무관
양현석
양현석

나의 첫 선거는 2012년의 겨울이었다. 당시 20살이던 나는 아직 만 19세가 되지 못했다는 이유로 4월에 있던 국회의원선거를 경험하지 못했으나, 다행히 연말에 있던 대통령선거 덕분에 그토록 바라던 선거를 경험할 수 있었다. 투표소에 들어가며 ‘나도 이제 성인이구나’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나의 소중한 한 표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되기를 바랐던 기억이 있다. 물론 세상을 바꾸는 일이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깨닫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말이다.

2020년 국회의원선거부터는 선거권이 기존의 만 19세에서 18세로 확대된다. 약 53만명 정도의 유권자가 늘어날 예정이며 이는 전체 유권자의 1.2%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비록 OECD 36개국 중 가장 늦게 선거권 연령이 만 18세로 확대되었지만 각계각층의 노력으로 얻어낸 소중한 결실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교실의 정치화로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될 수 있으며 아직 학생들은 미성숙하기 때문에 올바른 정치적 판단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고작 1%의 유권자를 확대시키기 위해 이런 혼란을 가중시켰나하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 모든 지적들은 어른들이 학생을 주체적 존재로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성인이라 생각지 않기 때문이다. 어른들에게 학생이라는 존재는 자신들이 보호해야할 어린 아이일 뿐이다. 하지만 역사 속에서 학생이라는 존재는 절대로 어린 아이가 아니었다. 1910년대 일제의 무단통치시기에 자주독립을 꿈꾸며 만세운동을 주도한 것은 학생이었고, 20년대의 6․10 만세운동부터 3․1운동 이후 최대의 민족운동인 광주학생항일운동까지 학생들이 중심이었다. 해방 이후의 독재정권 하에서도 학생들은 민주주의를 외치며 자신들을 희생하였다. 마냥 아이라고 생각했던 학생들이 역사의 중심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해낸 것이다.

선거권은 등장과 동시에 끊임없이 확대되어 왔다. 부르주아에서 노동자로, 그리고 여성으로. 이제는 학생들에게까지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물론 변화는 언제나 혼란을 동반한다. 특히나 정치라는 단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며 학생들을 위한 민주시민교육을 등한시했던 우리나라에서는 여파가 작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봤듯이 학생들은 결코 미성숙하지 않다. 학생들은 한 시대에 주어진 역사적 사명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보여줬다. 이런 학생들에게 어른들이 물어봐야 할 것은 “너희가 선거권을 잘 행사할 수 있니?”가 아닌 “우리가 어떻게 하면 너희가 선거를 잘 치를 수 있겠니?”이다.

국회의원선거를 시작으로 앞으로 있을 지방선거, 교육감선거, 대통령선거에서도 학생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것이다. 물론 그들은 고작 1프로의 유권자일 뿐이고 1프로의 유권자가 세상을 바꾸기란 어려울 수 있다. 그리고 앞으로의 사회도 사소한 변화로 급격하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물이 99도가 아닌 100도에서 끓는 것처럼 ‘1’이라는 숫자는 강력한 위력을 내기도 한다. 역사에 자신들의 이름을 새겼던 학생들처럼 지금의 학생들, 나아가 앞으로의 학생들도 세상을 바꿀 능력이 있다. 고작 한 표로 세상이 바뀔 수 있냐고? 고작이 아닌 강력하고 소중한 학생들의 한 표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만 18세 학생들이여, 투표장으로 가자. 여러분들의 소중한 한 표로 세상을 살기 좋게 바꾸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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