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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이웃 - 청양농협 자재센터 이면복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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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이웃 - 청양농협 자재센터 이면복 과장
  • 김홍영 기자
  • 승인 2020.02.24 11:08
  • 호수 13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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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 마음 읽는 청양 유일 농약방제처방사

그의 이력에는 특이사항이 하나 있다. 2007년부터 현재까지 14년 동안의 ‘농약판매경력’이다. 이런 사안도 경력이 되나 여길 수 있지만 해당 업무에서는 꼭 필요하다. 전국에 100여 명 밖에 되지 않는 농약방제처방사는 농약판매 업무 경력 5년 이상자에게만 부여된다. 청양에서 유일하게 농약방제처방사로 청양농협 자재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면복(48) 과장을 만났다.  

청양농협 자재센터 이면복 과장
청양농협 자재센터 이면복 과장

농약도 처방전이 필요하다
겨울은 농약방제처방사에게도 ‘농한기’다. 농약방제처방사인 이 과장의 일 년은 농사꾼의 시계와 비슷하게 돌아간다. 농번기에는 바쁘고, 수확을 끝내면 한가하다. 그가 하는 일은 ‘약을 쳐야 할 일’이 생긴 농사꾼들에게 농약을 판매하는 것. 더 정확하게는 어떤 농약을 써야 효과적인 방제가 되는지 처방을 내리는 일이다.

“병원이나 약국도 증상을 묻고 그 병증에 효과가 있는 약을 처방하잖아요. 농약도 마찬가지에요. 고추, 구기자에 나타난 증상을 보고 어떤 약을 쓰면 좋을지 처방합니다. 농사 오래지은 분들도 작물의 모든 병증을 알지 못합니다. 병증을 말하면 그에 맞는 농약을 판매하지요. 예전에는 이미 병을 진단하고 오셔서 무슨무슨 약 달라고 사가는 경우가 많았지요. 그로 인해 오남용도 있었지요.”

이제 청양농협 자재센터를 찾은 조합원들은 이 과장에게 작물에 나타난 증상을 말하고, 상담을 통해 처방된 약제를 구입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오남용도 막을 수 있고, 효과적인 방제가 가능해졌다. 또 지난해부터 PLS 제도를 시행하면서 농약의 사용량을 적정하게 하고, 보다 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데도 한몫하고 있다.
마침 한 조합원이 이 과장을 ‘농약사’로 부르며 자재센터를 찾아왔다. 이 과장은 눈을 맞춰 인사하며 먼저 커피 한잔을 권한다. 예전에는 찾아오는 고객에게 뭐 사러 왔냐는 것이 인사였다면 이제는 작물에 어떤 문제가 생겼나를 묻는 상담으로 바뀌었다.

“맞춤형 처방을 하고 판매를 하니 약사나 마찬가지입니다. 친절하게 잘 안내하고, 우리가 모르는 것도 알아내서 처리해주니 농사짓는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약사님이지요. 그런데 그 일을 할 수 있는 이가 없어요. 빨리 후배들을 양성해야지요”라며 자재센터를 찾아온 조합원은 이 과장의 과중한 업무까지 챙긴다. 이 과장이 고객을 맞이하며 쌓아온 신뢰도와 친절함이 느껴진다. 

단순한 농약 판매 업무가 아니다
이 과장은 2007년부터 농약 판매 업무를 시작했다. 비료와 자재 판매, 배달 업무까지 한다. 신용업무를 보다가 구매업무 전환 시 일이 많았던 것보다 농약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이 더 힘들었다. 인사발령을 예고하고 하는 것이 아니기에 미리 공부를 할 수도 없었다. 

“처음에는 왜 구매사업팀에 와서 농약이나 비료를 팔아야하나 회의적이었습니다. 전문 지식도 없고, 가르쳐 주는 분도 없고, 어려움이 많았지요. 여기 약 사러 온 농가들과 이야기 하다가 조금씩 알게 되고 농약회사로 자문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3년쯤 지나니 청양에서 농사짓는 분들 많이 알게 되었어요. 오시는 분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단순히 농약을 파는 업무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마트에서 물건팔 듯이 하면 안되겠더라구요.”

이야기 하다보면 농가의 일 년 농사와 개인사까지 꿰게 되고 단순 판매직이 아님을 터득했다는 이 과장. 특히 조합원들이 처방한 약을 써서 병이 나았다고 찾아올 때면 허툰 시간이 아니었구나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본인도 모르게 사명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제는 농가와 상담한 것도 지식으로 쌓이고 작물의 병증을 보면 무슨 병이구나 하고 판정하고, 처방대로 약을 판매하는 수준이 됐다. 시기별로 작물에 유행하는 역병이 무엇인지도 알게 됐다. 농사를 짓지 않지만 농사꾼만큼 고추를 심어서, 병이 들면 무슨 약을 준비하고, 시기별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농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처방사가 된 것이다. 

자재센터를 찾아온 조합원과 상담하고 있다.
자재센터를 찾아온 조합원과 상담하고 있다.

농약안전사용 농림부 장관상
농가의 상담에 이 과장이 내린 처방이 100% 다 맞는 것은 아니다. 또 하나의 어려움이다.
“고추에 점이 찍히면 농가에서 고추를 따서 가지고 오거나 작물을 뿌리째 뽑아서 가져오십니다. 그러면 증상을 비교해서 무슨 병이 든 것인지 진단하고 이번에는 ‘이 약을 써보세요’ 하고 권합니다. 탄저병이라고 약을 권했는데 그 약을 뿌린 후 고추가 시들고 노랗게 변해버렸어요. 난감하지요.”

본인이 다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농업기술센터나 농약회사로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 아주 드문 경우이지만 희석 비율을 맞추지 않았거나 두 가지 약제를 잘못 혼용해서 나오는 결과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이유로 약품 사용 규정을 잘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간혹 약이 조금 남은 것이 아깝다 여겨 희석 비율을 어기고 모두 넣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한 농가에서 농약 허용 기준치를 초과해 한 해 농사 짓은 수확물을 폐기 처리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추천해드리는 약제가 고가일 때가 있어요. 가격이 부담스러운 분들이 좀 경제적인 약품을 찾으십니다. 싼 약재를 쓰면 효과도 떨어지고 2번에 잡힐 것을 3~4번 쳐도 안 잡힐 때가 있습니다. 또 이전에 몇 십 년 동안 써왔던 약을 고집하시기도 합니다. 그 경우 내성이 생겨 병이 잘 안잡힙니다. 다른 제품으로 권유해도 쉽게 바꾸려고 하지 않습니다. 사용량 초과도 그렇고요. 안전성 실험을 통과한 등록된 제품만 판매되었기 때문에 그동안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농약판매 일을 하면서 겪었던 일을 소개하는 이 과장은 농사짓는 이들에게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그는 농약안전사용 유공으로 지난해말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농약 처방시 정확한 진단과 농약혼용방법, 해당 농약의 특성을 정확히 설명해 선택의 폭을 넓히고 효과적인 방제가 가능하도록 적절한 사용시기를 제시, 조합원들로부터 큰 신뢰를 얻고 있는 결과다. 
농약방제처방사 이 과장의 전문 상담이 필요한 봄이 성큼 다가왔다. 올 봄에도 여전히 조합원들은 농협 자재센터에서 친절한 인사로 조합원들을 맞이하는 이면복 과장의 웃는 얼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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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창규 2020-02-28 11:24:35
이면복 과장님께서 친절히 대해주셔서 늘 고맙게 생각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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