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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가 뻥뻥, 입은 얼얼 - 홍어와 가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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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가 뻥뻥, 입은 얼얼 - 홍어와 가오리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20.02.17 11:38
  • 호수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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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소박한 사물과 사람들

‘무럼생선·태양어·하어·해음어·분어·소양어’라 부릅니다. 전북에서는 간재미, 전남에서는 홍해·홍에·고동무치, 경북에서는 가부리·나무가부리, 함경남도에서는 물개미, 신미도에서는 간쟁이라 불립니다. 
마름모꼴의 넓은 몸, 작은 머리, 뾰족한 입, 튀어나온 눈, 갈색 등에 불규칙적으로 찍혀 있는 붉은 황색점, 회색 배, 등 꼬리 가운데에 줄지어 박힌 한 줄 또는 서너 줄의 날카로운 가시, 대롱 모양의 생식기 두 개, ‘홍어’입니다. 

‘해요어·공어·요어·가불어·가화어’라 부르기도 하는 ‘가오리’는 흰 배와 가늘고 긴 꼬리를 갖고 있습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꼬리가시에서 독을 뿜거나 전기를 통하게도 합니다. 쥐의 귀를 닮은 것도 있고, 사냥을 즐기는 육식종도 있습니다. 꼬리에 독성이 있어, 별생각 없이 먹으면 가려움증이 생기거나 가슴이 답답해지기도 합니다. 
 

홍어
홍어

동물계/척삭동물문/연골어류강/홍어목/가오리과의 물고기, 생선 전문가도 썰어놓은 회를 보고는 구분하기 힘들다는 홍어와 가오리입니다. 
‘가오리’는 홍어목에 속하는 바닷물고기의 총칭입니다. 종류로는 노랑가오리, 전기가오리, 쥐가오리, 매가오리, 살홍어, 홍어가 있습니다. 
납작하고 넓적한 몸통에 꼬리가 있는 가오리류는 배에 눈 같은 입과 콧구멍이 있고, 양 입 밑으로 5쌍의 아가미구멍이 있습니다. 등 쪽에는 눈과 작은 호흡 구멍이 있으며, 가슴지느러미가 큽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명태와 조기 다음으로 가오리를 좋아합니다. 명의 허준은, 가오리는 사람의 건강을 이롭게 도와준다는 뜻으로 ‘익인’이라 불렀습니다. 소변을 맑게 해주고, 욱신거리는 뼈마디와 기미 있는 얼굴을 낫게 해주지요. 
  

가오리
가오리

홍어와 가오리를 가장 뚜렷하게 구별할 수 있는 것은, 발효시켰을 때 나오는 암모니아 냄새입니다. 바닷물고기들은 삼투압작용으로 체내 수분이 바닷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몸속에 여러 가지 화합물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중에 연골어류는 요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어, 물고기가 죽으면 요소가 암모니아로 분해되며 냄새를 풍깁니다. 유난히 홍어에게는 요소가 많아서, 삭힐 때 독특한 냄새가 많이 납니다. 물론 가오리도 삭히면 암모니아 냄새가 나긴 하지만, 홍어에 비하면 ‘새 발의 피’ 그 정도랍니다. 

항아리에 볏짚과 함께 넣어 삭힌 홍어는 얼얼하면서도 시원한 입맛에 한 번 맛 들이면 그 맛을 쉽게 잊지 못합니다. 구리구리한 냄새로 인해 코를 감쌌다가도 한 점 입으로 들어가면 커다란 박하를 통째로 넣은 듯, 화해진 입안은 어리어리 아리아리합니다. 홀랑 벗겨진 입천장과 뱃속 깊이 후련한 맛은 오래도록 남아, 그 후로는 ‘삭힌 홍어’에 귀가 쫑긋해집니다. 

삭힌 홍어는 옛날 생선을 파는 상인들에 의해 탄생 됐습니다. 육지로 가는 뱃길이 길어지면서 생선이 썩어 버리지만, 요소와 요산이 많은 홍어만은 썩지 않고 발효가 된 것이었지요. 영산포를 비롯한 나주지역의 음식에서부터 홍어 삭힘은 시작되었답니다. 
푹 삭혀 톡 쏘는 맛과 막걸리를 곁들이는 ‘홍탁’, 봄보리싹과 홍어 내장을 넣어 끓인 ‘홍어앳국’, 삭힌 홍어 내장으로 끓인 비단결보다도 부드러운 ‘애국’ 등 삭힌 홍어의 참맛은 입맛을 돋웁니다. 
  
홍어는 11월에서 3월 사이, 산란기를 앞두고 살이 통통해졌을 때가 맛이 좋습니다. 산란철이면 홍어들은 먹이가 풍부한 흑산도 부근으로 몰려들어 겨울을 보내므로, 흑산도에서는 동지부터 홍어를 잡는답니다. 특히 입춘 전후 잡히는 것이 맛과 영양이 가장 좋답니다. 
홍어는 상업적 가치가 높습니다. 살이 쫄깃하고 삭힘이 잘되는 흑산도홍어를 최고로 치는데, 흑산도 홍어잡이는 바다의 개체수가 점점 줄어 허가를 받아야만 가능합니다. 미끼 없는 낚시질로 어획량도 적고, 출하량을 조절하기 때문에 홍어는 늘 귀합니다.  
 
날 것보다는 삭혀 먹는 맛이 더 좋은 홍어, 코끝을 환하게 하는 맛, 찬 바람이 부는 저녁, 술꾼이 아니더라도 따뜻한 아랫목에 좋은 사람들과 둘러앉아 ‘홍탁’ 한 번 드셔보시지요.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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