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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목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르네 데카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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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목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르네 데카르트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20.02.03 14:21
  • 호수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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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소박한 사물과 사람들

설날이 지나니 진정한 새해 같습니다. 하얗고 뽀얗게, 새롭게 태어나라는 의미와 지난해의 묵은 때를 씻어 보내라는 뜻이 함께 있는 순백의 떡국을 먹으며 “올해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한동안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잠깐 당혹스럽기까지 했습니다. 
  

곰곰 생각합니다. 올 한 해의 목표를 무엇으로 하지? 사실 아무런 목표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동안, 지난해까지 목표가 있기는 있었나? 생각해 보면 별로 대단치도 않은, 할 말 없어 툭 던진 듯한 그 한 마디가 계속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순전히 나만을 위하거나 아니면 다른 그 이상의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얼마만큼의 노력이라도 한 때가 있었던가 생각합니다. 목표나 목적이 없었어도 한 해 한 해는 지나갔고, 그럭저럭 세월은 갔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나, 길에서 만나는 동네 사람들과 덕담을 나누는 새해 몇 일간은, 지나간 세월을 돌이켜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서랍 속에 차곡차곡 넣어둔 수첩을 꺼냅니다. 무슨 청승이냐며 그런 걸 뭐 때문에 보관하느냐는 핀잔도 들었지만, 한때의 나를 버리는 것 같아 그냥 가지고 있습니다. 가끔의 기억들은 씁쓸하기도 했지만, 더불어 지나간 일들이 미화되기도 하였습니다. 만약 똑같은 사건이 다시 재발한다면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은 착한 생각까지 들게 하였습니다. 
 

새로운 수첩을 받으면 뒷부분의 주소록에 전화번호와 주소를 옮겨 적던 일은 십여 년 전에 이미 사라졌지만, 맨 앞장에는 그해에 하고 싶은 일 또는 바람을 몇 줄 적어놓곤 하였습니다. 
‘사람 사는 마을의 골목길과 숲속 나뭇가지 사이를 날아다니는 새들의 길이 다르지 않다는 걸 인정하는 해’. 어느 해의 수첩 첫머리에는 어디서 보고 들은 흉내를 낸 것이 틀림없는, 무슨 의미인지 알 수도 없는 문구가 적혀있기도 하였습니다. 
‘가진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는 사람이 되도록!’, ‘올해 역시도 반가운 행운보다는 가슴 철렁하는 아픔이 오지 않기를 바랄 뿐’. 당시에는 고민하며 세웠을 1년 동안 행할 바람이었겠지만 지나고 보니 웃음이 나옵니다. 참, 어이없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잘 지탱하고 견뎌준 것에 고맙기도 합니다. 
 

이제는 목표보다는 한 해의 계획이랄까, 늘 마음속에 품고 있는 ‘버킷리스트’를 생각합니다. 기회와 조건이 허락되면 언제든지 시행 가능할 ‘하고 싶은 몇 가지 목록’입니다. 내용을 보니, 지난날의 목표와 마찬가지로 ‘이런 것’도 하고 싶었던가 의문이 나는 것도 있습니다.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한때는 열망했던 것이었으므로 ‘기회가 되면 한 번 해보지 뭐’, 전혀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도 때때로 실현될 수도 있으니까요. 

해가 바뀌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강을 위해서나, 꿈을 이루기 위해 목표를 세웁니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다 보면 당연히 더 나은 삶을 살겠지만, 정해진 목표를 이루기 위해 숲속에서도 나무를 보지 못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순간순간이 이어져 일생이 되듯이, 순간순간을 잘 살면 결국 잘 살아가고 살아온 인생이 될 것이니까요.
    
문밖에 나서니 깍깍 까치가 울고, 참새들이 우르르 몰려다닙니다. 생태공원의 붉은 열매도 그대로 있습니다. 우성산의 솔가리 길에서는 짝짝 나무 벌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소나무 옆으로 조그만 돌탑이 몇 덩이 있습니다. 오를 때 보지 못했던 돌탑들입니다. 어떠한 마음으로든, 돌을 올려놓은 사람들의 소망이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조그만 돌 하나 주워 올려봅니다. 
‘부디, 숲도 보고 나무도 볼 수 있는 목표달성! 올해는 꼭 이루시기 바랍니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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