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와 소리를 찾아서 – 티벳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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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와 소리를 찾아서 – 티벳⑧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20.01.20 15:53
  • 호수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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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소박한 사물과 사람들
보우드넛스투파
보우드넛스투파

샴푸향이 이렇게 좋은 줄, 예전에는 미처 몰랐습니다. 며칠 만에 모두 상큼해졌습니다. 비록 오지의 숙소라서 4층까지 짐을 들고 오르내리기는 했지만, 몸은 말끔해졌습니다. 
네팔과 국경지대인 지룽현으로 가는 긴 시간은, 유채꽃과 호수와 멀리 히말라야의 눈 덮인 산이 눈을 시원하고 맑게 합니다. 
 
이별 인사 – ‘라쏠라쏠!’
활짝 웃는 얼굴로 반질반질한 손바닥을 하늘로 향한 채 흔들며 인사를 합니다. 행운과 안녕을 기원하며 다시 만나기를 바라는, 수도승의 길이 사람으로 태어나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로 생각하는 티벳인들의 인사법입니다. 
바람이 붑니다. 머리 위에 올린 오색 댕기와 머리카락과 꽃수가 놓인 검은색 앞치마가 펄럭입니다.
 

쿠마리여신이 나타나는 창
쿠마리여신이 나타나는 창

바람에, 경전에, 소리와 냄새에, 영혼과 고행에, 붉은 가사와 굵은 팔뚝과 기도와 염원에 빠진 티벳의 땅이 멀어집니다.
눈만 돌리면 룽다와 타르쵸, 마니차가 보이던 동티벳 풍경과는 다소 다른 티벳땅이 밀려납니다. “라마승들은 죽어서 화장을 해도 혀와 눈과 심장이 타지 않습니다.” 사람 영혼의 무게는 21그램이라며 무조건 믿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까무잡잡한 중년가이드의 말이 쟁쟁합니다. 

신들의 나라 – 네팔 
눈 덮인 산이나 붉은 흙산만 보다가 나무가 우거진 초록의 산길을 지나니, 딴 세상 같습니다. 입국 심사에 많은 시간이 걸리자, 일행 중 한 명이 말합니다. “나는 네팔인을 닮아서 금방 끝날 겁니다.” 

파탄
파탄

 

티벳과 네팔을 잇는 다리 중간에 붉은 선이 그어져 있습니다. 
카트만두까지는 비포장도로라서 지프를 타고 이동합니다. 워낙 산길이 험하고 울퉁불퉁하여 정신이 도통 없습니다. 어쩌다 아래를 보면, 콸콸 내려오는 시뻘건 계곡물로 자동차가 빠질 것 같아 소름이 오싹 돋습니다. 더구나 산모퉁이에서 올라오는 차량이라도 만나면 식은땀이 납니다. 
 
포장된 2차선 도로가 나오니 추월하는 차들이 많습니다. 마치 무슨 추월의식이라도 행하는 듯합니다. 버스나 트럭 등의 차에 온갖 색으로 그려놓은 무늬는, 네팔인의 낙천적인 마음을 보는 듯합니다. 점점 코와 목이 매캐해집니다. 카트만두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국민의 10%가 신인 나라의 수도, 시바신을 믿는 노란옷의 신도들을 거리 곳곳에서, 자주 봅니다.
  
이천 년 전에 건립되었다는 네팔에서 가장 오래된 불

파슈파티나트사원의 화장터
파슈파티나트사원의 화장터

 

교사원의, 흰 돔과 황금빛 첨탑의 스투파가 언덕 위에서 빛을 발합니다. 상단부에 그려진 부처님의 눈이 카트만두 시내를 지켜주듯 내려 보고 있습니다.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박타푸르’는, 몇 년 전의 지진으로 많은 문화재가 파손됐습니다. 완전히 복구는 되지 않았지만, 왕궁과 붉은 벽돌로 지은 건축물은 예스런 정취를 볼 수 있습니다. 기둥에 새긴 조각상마다 전설이 함께 묻어 있답니다. 에고, 절대 사진 금지 지역에서 한국인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다 경비원에게 들켰습니다. 사실, 조각상마다 어찌나 아름답고 정교한지 무의식중에도 카메라에 손이 가곤 하였답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미로처럼 연결된 골목은 옛 건축물을 그대로 주거지로 사용하고 있어, 문화재와 함께 사는 현지인들의 모습도 이채롭습니다. 

 

힌두교의 처녀신 쿠마리의 화신, 4년 10개월 나이인 라즈쿠마리여신의 모습을 보려는 관광객들이 목조 사원의 마당을 꽉 채웠습니다. 건물의 2층, 검은 창틀의 기술이 뛰어난 창을 통해 약 1분 정도 모습을 보여줍니다. 낮잠이라도 자다 깨었는지, 온통 귀찮다는 표정을 보이고 어린 쿠마리는 사라집니다. 매년 9월 축제에 국왕이 그 앞에 무릎을 꿇더라도, 어린이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신의 대역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입구부터 짙은 냄새에 묻혀있는 ‘파슈파티나트사원’은 네팔 최대의 힌두교성지로 화장터를 겸하고 있습니다. 시신이 타는 연기가 자욱합니다. 강둑에 늘어선 화장대에서 나온 재와 고인의 유품을 갠지스강으로 향하는 강물에 흘려보내며, 윤회에서 벗어나기를 기도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티벳의 스투파보다도 더 티벳스럽다는 보우드넛스투파가 파란 하늘빛과 잘 어울립니다. 비둘기가 날아오르는 사원의 깊고 풍부한 싱잉볼 소리가 여행과 나와 길의 생각을 잊게 합니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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