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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와 소리를 찾아서 – 티벳 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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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와 소리를 찾아서 – 티벳 ⑦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20.01.13 15:07
  • 호수 1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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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소박한 사물과 사람들

‘그치지 않고 내리는 비에 대해 불평을 하면서 하루를 보내는 사람은 서서히 죽어가는 사람이다.’-마샤 메데로이스

고향의 산봉우리 – 시가체 
높은 담으로 울타리를 한, 그냥 조용한 마을 같습니다. 평화롭고 아늑합니다. 사원 내부는 마을 골목길을 걷는 것 같습니다. 
‘니세리’ 산허리에 지어진 200개가 넘는 선방이 있는 ‘타쉬룬포사원’은 위대한 철학자라 칭하는 판첸라마의 거주지입니다. 대미륵전과 역대 판첸라마들의 웅장한 영탑전이 있으며, 탄트라와 불교 철학을 가르치는 대학도 있습니다. 금빛 찬란한 지붕을 한 본관 건물과, 큰 탕카를 거는 흰색 벽이 금방 눈에 뜨입니다. 

타쉬룬포사원 학승
타쉬룬포사원 학승

 

미륵불전에 들어서자, 앉은키가 26미터가 넘는 미륵보살상이 있습니다. 25킬로의 금과 12만 킬로의 동으로 만든 좌상에,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다이아몬드와 진주와 호박 등의 보석이 1,400여 개 장식돼 있습니다. 천 불 벽화도 입을 딱 벌어지게 합니다. 어둠 속에서도 생생한 색감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동쪽의 대법당으로 갑니다. 사원 골목마다 오체투지를 하거나 의자에 앉아 염주를 돌리며 진언을 읊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개와 고양이가 하얀 영탑 위에 앉아있는 모습도 흔합니다. 

타쉬룬포사원 진순례길
타쉬룬포사원 진순례길

 

달라이 라마의 스승전입니다. 들어가는 입구의 문설주에 종이 매달려 있고, 한 번씩 종을 치고 들어가라 합니다. 대법당 입구의 큰 시주통에 볼펜을 꽂아놓고 들어가 법당을 한 바퀴 돌고 나올 때 볼펜을 가지고 오라고 인솔자가 설명합니다. “잃어버리지 말고 한국에 가지고 가서 자녀들에게 볼펜을 주십시오. 공부를 아주 잘할 겁니다.”

타쉬룬포사원내 가게
타쉬룬포사원내 가게

 

불전을 놓으려고 인솔자에게 잔돈을 바꿔 달라 하니, 그냥 거스르면 된다고 합니다. 예? “그냥 큰돈 놓고 시주쟁반 위에 놓인 작은돈으로 바꿔오면 됩니다. 이곳 사람들은 다 그래요. 전혀 신경 쓰지 않습니다.” 스님 셋이 경전을 읽고 있습니다. 시주를 해야 하는데, 거스름돈을 집어올 용기는 없고 참 난감합니다. 일행 중 한 명도 잔돈이 있느냐 묻길래, 그렇게 답해 줬더니, 그도 심드렁하네요. 정말 합리적인데 왜 편하게 행해지지는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라체의 유채꽃
라체의 유채꽃

 

‘타쉬룬포’ 언덕으로 오르는 순례길에는 개가 많습니다. 티벳인들은 승려가 열심히 수행하지 않으면 다음 생에 개로 태어난다는 속설을 믿는답니다. 
문을 활짝 열어놓은 넓은 교실에서 학승들이 공부를 합니다. 인기척에 어린 학승들이 내다봅니다. 눈은 이방인을 바라보지만 입은 열심히 움직입니다. 
티벳의 사원은 옛날부터 불교적이기 보다는, 티벳인에게 정신적 위안을 주는 곳이었습니다. 마을사람에게는 축제를 하는 놀이의 장소였으며, 학교와 병원의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마을에는 사원이 있고, 사원 주변에는 종교문화가 발전한 것이랍니다. 
 
동네 한 바퀴 도는 것 같았던 ‘타쉬룬포사원’을 나오며, 볼펜 대신 부처님의 기운이 담긴 염주를 돌려봅니다. 사원 입구에서 노란 야크기름을 파는 사람들도 염주를 돌리고 있습니다. 
“내일은 지금까지 온 것보다 가장 높은 고지, 해발 5,248미터를 넘어갑니다. 오늘 저녁만 잘 넘기시면, 내일은 샤워하실 수 있습니다. 술도 내일 드시고, 오늘도 일찍 주무세요.” 

타쉬룬포사원의 탕카를 거는 흰벽
타쉬룬포사원의 탕카를 거는 흰벽

초모랑마봉을 넘어 신들의 나라로 
머리가 멍한 4,300고지, ‘라체’의 끝없는 유채밭이 눈을 뜨게 합니다. 나무 한 그루 없는 산, 버려진 듯한 땅에 연두와 노랑의 물감을 뿌린 듯합니다. 웅덩이에 반영된 구름과 양과 말이 참 평화롭습니다. 가로등 위에는 손바닥만 한 태양광이 설치돼 있습니다. 담 위에 쌓아놓은 야크똥과 태양광, ‘타쉬룬포사원’ 안의 중국식 법당이 생각납니다.

라체에서 만난 티벳인 가족
라체에서 만난 티벳인 가족

 

‘뉴팅그리’의 5,270고지에 짙은 비안개가 내립니다. 라싸공가국제공항에서 받은 까닥을 돌탑 목에 걸었습니다. 사다리를 타고 하늘로 올라간다는 티벳고원이 자꾸자꾸 멀어집니다. 
야크기름 냄새는 늑골이 벌어지게 큰 숨을 들이마시지 않아도 거침없이 온몸으로 스며들었으며, 바람과 경전과 마니차와 싱잉볼 소리도 저절로 찾아들었습니다. 티벳의 소리와 냄새가 멀어지면, 다음은 어떤 색의 이야기와 풍경과 향기가 다가올지, 기다려집니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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