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와 소리를 찾아서 – 티벳 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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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와 소리를 찾아서 – 티벳 ⑥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20.01.08 17:03
  • 호수 1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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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소박한 사물과 사람들

‘귀는 우리가 세상에 나오기 전부터 열려 있었다. 어머니의 자궁에서 귀는 다른 어떤 감각기관보다도 일찍 완성된다.’-서정록 ⌜잃어버린 지혜, 듣기⌟중에서 

쵸암드록
쵸암드록

짜시들레! 그게 아니고요 ‘타 쉬 델 레!’, 인솔자가 한 단어씩 알려줍니다. 티벳 말로 안녕하세요?입니다. 
어젯밤부터 천둥이 치고 비가 억수로 내립니다.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비의 라싸를 출발합니다. 버스 유리창을 타고 주룩주룩 흐르는 비 사이로 구불구불한 산길이 보입니다. 비와 안개를 뚫고, 수장터인 강 돌출부와 천장터인 가파른 산기슭을 인솔자가 알려 줍니다. 지금 장례식을 거행하기라도 하듯 일행 모두가 창밖을 내다봅니다. 
마차에 탄 야크와 개도 비를 맞으며 ‘캄발라고개’를 오릅니다. 

쿰붐스투파
쿰붐스투파

 

이곳 휴게소에는 비가 오는데도 모델이 많았습니다. 염소와 개와 야크가 머리와 목에 예쁜 리본을 달았습니다. 모델료는 중국돈 10원입니다. 
염소를 안고 있는 소년에게 모델료를 주니, 빨간 리본을 단 염소를 안겨줍니다. 아니, 내가 염소를 안고 찍는 것이 아니라 염소 안고 있는 너의 모습을 찍고 싶다고. 
좁고 가파른 길이 어느새 운동장처럼 넓어졌습니다. 돌탑과 타르쵸와 까닥이 바람과 함께 소리를 들려줍니다. 비와 안개에 묻힌 해발 4,794미터 ‘캄발라고개’는 몽환적이지만, 마냥 머무르고 싶습니다. 비를 맞으며 이쪽저쪽 기웃거렸더니 드디어 참고 참았던 머리에 통증이 밀려옵니다. 

간체종
간체종

 

비취색에 물드는 머리·가슴·코
눈을 깜빡이는 것도 아까운, 산모퉁이를 지나는 것도 아쉬운, 산과 강이 엎치락뒤치락 모양을 드러냅니다. 살짝 소름이 돋듯이 물결이 떨고 있습니다. 티벳 최대의 조류서식지, 저염 호수, 티벳의 4대 신성한 호수 중의 하나인 ‘얌드록쵸’입니다. 
가랑비가 멈추고 햇살이라도 비친다면 눈부신 비취색에 눈이 멀 듯합니다. ‘히말라야’의 품속에 포근하게 감싸 안긴 듯한 호수는 편안하고 조용합니다. 호숫가 산 밑의 마을은 유채꽃 속에 파묻힌 듯 아름답습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전갈 모양인 ‘얌드록초’는 ‘분노한 신들의 안식처’라 하여 순례자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 중의 한 곳입니다. 맑은 청색의 물은 흘러들지도 빠져나가지도 않는답니다.     
푸른 호수와 접해 있는 농촌 마을을 지나며, 호숫가를 따라 풀을 뜯는 방목된 양떼의 평화로운 풍경을 봅니다. 티벳의 양식 창고, 주단의 고향, ‘승리의 벙커’라는 뜻을 지닌 ‘장체’를 향합니다. 

티벳어 경전
티벳어 경전

 

십만 불탑 - 갼체쿰붐  
한숨 자고 창밖을 보고 또 자다 깨면 나무 없는 갈색산, 갈색산과 검은 구름만 보입니다. 그래서 지금 달리고 있는 도로가 해발 4천 미터가 넘는다는 것을 깨닫게 합니다. 동티벳 지역처럼, 산이나 길옆에 세워진 룽다나 타르쵸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가끔 야생여우가 나온다는 구불구불한 길을 참 많이도 지납니다.
낭추계곡에 있는 ‘장체’는 중국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은 지역으로, 15세기 이전까지는 중국·인도·부탄·네팔과 티벳을 연결하는 무역 요충지로 중요한 도시였습니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이 별로 없습니다. 한때는 여러 종파가 혼합돼 종파 간의 관용을 보여주었다는 ‘필코르체데’사원입니다. 10년에 걸쳐 준공되었으며, 탑 속에 절이 있고 절 속에 탑이 있는 전형적인 라마교 건축양식의 사원입니다. 정교하고 아름다운 건축과 종교적 가치를 지녔으며, 보존상태가 좋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벽화와 조각상으로 중국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답니다. 
2층 법당의 조각상들은 마치 살아있는 듯이 생생하고 아름답습니다. 탄트라 달인들의 각기 독특한 요가 포즈가 그려진 벽화는 매우 유명합니다. 

 

14세기 전형적인 네팔건축의 양식으로 지어진 흰색 ‘쿰붐스투파’가 마냥 고적하지만, 뒤에서 탁 버티고(?) 있습니다. ‘만 개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이라는 뜻의 ‘갼체쿰붐’, 티벳 최고의 9층 탑입니다. 4층까지는 4면 팔각형이며, 그 위로는 원형입니다. 층마다 108개의 방과 80여 개의 법당이 있고, 십만 개가 넘는 불상이 있어 ‘십만 탑’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원형 6층에 그려진 ‘보호의 눈’이 순례자들과 ‘장체’와 우리를 응시합니다. 

요가 모습에 취해 티벳인들이 소중하게 여긴다는 ‘타라상’을 보지

 

못했습니다. 십만 탑 뒤로 길게 쳐있던 성곽, 포대와 방어시설이 보이는 요새 ‘간체종’을 올려봅니다. 영국이 라싸로 진격하기 전에 격전을 치른 곳, 활과 돌멩이로 영국군에 대항했던 티벳 젊은이들이 많이 사망한 곳, 그래서 ‘영국성’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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