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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와 소리를 찾아서 – 티벳 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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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와 소리를 찾아서 – 티벳 ⑤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9.12.30 14:38
  • 호수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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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소박한 사물과 사람들

바람이 붑니다. 냄새가 묻어옵니다. 소리가 들립니다. 한순간도 멈추지 않는 독경 소리가 길고 가늘고 높고 아름답습니다.

승려공동체, 불교국가인 티벳가정은 자녀를 사원으로 보내 교육을 받고 종교생활을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남자아이는 7살, 여자아이는 10살이면 승려가 될 수 있습니다. 세속적 삶을 포기하고 연구의 길로 들어서는 학승들은 여러 과목을 분야별로 3·5·2·5년씩 공부합니다. 18~20년 동안 전문적인 불교 공부를 하고 승급심사를 받습니다. 불교학박사가 되어 사원의 주지가 되거나, 다른 사원의 스승이 됩니다. 시험은 모든 과정의 공부를 마친 ‘라마’와 토론 형식으로 치러집니다. 

세라낙파대학

 

자비로움이 충만한 우박 - 세라사원
총카파의 제자들이 스승의 가르침을 전파하기 위해 세운 ‘세라사원’은 공부와 연구를 하는 승려들의 학교, 600년 전통의 티벳 최고의 불교대학입니다. 전성기에는 7천여 명의 승려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3백여 명의 승려들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공부하는 학승들은 명석하고 실력 있는 승려로 인정받고 있답니다.

유리창이 예쁜 건물들이 많습니다. 바람이 불자 바랜 커튼이 냄새와 소리를 일으킵니다. 버들잎이 축축 늘어진 나무 뒤로 은밀하니 조그만 창문이 있습니다. 주름치마처럼 짧은 커튼도 얌전합니다. 무슨 건물에 저렇게 앙증맞은 창문을 냈는지 궁금했더니, 공중화장실이었습니다.
불교 철학을 공부하는 대학, 밀교(부처의 비밀스런 깨달음의 세계를 진언·다라니·도상·만다라 등의 소재를 통해 드러낸 불교)수행법을 연구하는 대학, 외부에서 온 순례승들을 교육하는 대학 등이 있습니다. 

법당 뒤편의 계단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습니다. 안에서부터 싸우는 듯한 시끌벅적한 소리가 납니다. ‘세라사원’에서 가장 유명한 수업, 오후 3시에 진행되는 불교 교리문답 토론 ‘최라’ 시간이었습니다. 
정원의 큰 나무에 노란 천막이 쳐있고 마당에는 붉은 승복을 입은 젊은 스님들이 앉거나 서 있습니다. 마당 가장자리에는 관광객이 빙 둘러앉았습니다. 질문자는 서서 한쪽 팔을 크게 뒤로 돌려 다른 손에 내리치며, 앉아있는 학승 중 한 명에게 답을 묻습니다. 질문과 답변, 서고 앉고의 자세를 바꿔가며 토론을 진행하는 이 방식은 티벳불교의 가장 중요한 학습방법 중의 하나입니다. 즉문즉답, 재치와 높은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학승들의 태도와 눈빛으로 상당히 진지하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논리와 반박의 시험제도는 티벳불교의 전통이지만, 앞으로도 끝까지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시끌벅적한 중에도 정원 뒤쪽에는, 스님들이 벽을 향해 앉아 명상을 하고 있습니다.

하늘로 오르는 사다리

 

토론의 정원을 나와 학승들의 거주공간과 ‘세라 순례길’의 일부분인 골목길을 따라 걷습니다. 희끗희끗한 벽에 갈색물을 살짝 뿌린 듯한 건물이 유혹합니다. 사람이 없어 살짝 겁은 나지만 넓적한 돌 깔린 골목이, 은은한 향내가, 들릴 듯 말 듯한 염불 소리가, 은근히 좋습니다. 
학승들의 숙소에 문이 활짝 열려 있어, 무턱대고 올라가니 3층 조그만 마당에 태양열을 이용하여 물을 끓이는 주전자가 놓여있습니다. 햇살이 빈 건물 속을 훤히 비추니, 참으로 근사합니다. 누구라도 곁에 있었다면 마냥 그 빛을 따라가고 싶습니다. 
하늘로 올라가는 사다리와 밀교의 수행 진언이 그려진 바위 옆, 소나무 그늘에 스님이 쪼그리고 앉아있습니다. 빨간 승복 사이로 나온 한쪽 팔이 옷 색깔과 비슷합니다. 염불을 읊다 하품을 합니다. 졸린 눈과 마주쳤습니다. 이방인으로 인해 공부에 방해가 되었습니다. 
 
뒷산 언덕은 티벳인들의 장례 중 하나인 ‘조장’터로, 라싸 시내에 남아 있는 유일한 곳이랍니다. 
티벳의 장례 방법으로는 수장과 조장(천장), 화장과 토장이 있습니다. 불교설화에서 부처가 자신의 몸을 짐승에게 보시하는 것과 연관하여, 티벳인들은 주로 조장을 하였습니다. 어린아이들이 죽으면 수장을 많이 하였으며, 갑부나 역대 왕들은 토장을 하였고, 활불이나 라마승들은 화장을 하였습니다. 지금은 조장을 관장할 수 있는 스님들이 별로 없어, 시골에서나 간혹 볼 수 있답니다. 
반드시 환생을 믿는 티벳인들은 내세에도 인간으로 태어나기를 소원하며,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슬퍼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극락왕생을 희망으로 생각합니다. 

최라
최라

 

라싸의 보호신 ‘팔덴 라모’는 사원과 거리에서 항상 곁에 있었습니다. 생각도 말고, 그냥 가만히 냄새와 소리만 맡아보라고, 걸음도 마음도 천천히 하라고, 그렇게 라싸는 덜어내는 곳이란 걸 알려주었습니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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