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와 소리를 찾아서 – 티벳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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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와 소리를 찾아서 – 티벳 ④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9.12.23 16:14
  • 호수 1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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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소박한 사물과 사람들
포탈라궁 야경
포탈라궁 야경

 

달라이 라마의 바람-생전에 모국, 이 방으로 돌아오고 싶은-이 이루어지길 빕니다.

덩치가 큰 어르신 여러 명이 우루루 몰려옵니다. 먼 시골에서 순례를 온 일행입니다. 색실을 넣어 가닥가닥 땋은 머리가 허리 밑으로 내려왔습니다. 꽉 끼는 옷 위에 아름답고 화려한 무늬로 수놓은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가 하면, 우중충한 모자를 쓴 채 ‘쭈바’(두 팔과 목만 내놓을 수 있는 통치마)를 입은 순례자도 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들은 40대라 합니다. 
달라이 라마 거처 입구의 사진 촬영금지라고 써 붙인 앞에서, 순례자 일행들이 나란히 서서 보란 듯이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푸른 복장을 한 공안(?)들은 마냥 보고만 있네요. 은근히 부처님의 가피를 받는 순례자들이었습니다.
 
붉은 궁전의 4층에는 13대를 비롯한 역대 달라이 라마들의 거대한 무덤과 많은 법당이 있습니다. 
어마어마한 부처님과 벽에 그려진 수백 년이 넘은 탱화는, 건물 안에 들어오는 사람을 어둠 속에서도 자비로 맞아줍니다. 마음이 경건해지고 깊어지고 낮아집니다. 천 개가 넘는 방, 야크기름 쟁반 위에서 흔들리는 촛불, 기둥과 기둥 사이 노란 경전을 무릎에 올린 어린 스님들이 앉아 있습니다. 
달라이 라마들의 무덤과 부처님상 앞에 놓인 낡거나 반듯한 지폐들과 은장식품과 반지들을 봅니다. 깨달음이나 윤회만을 위한 기도가 아니라 그냥 일상인 듯한 스님들의 염불과 독경 소리를 듣습니다. 야크기름 냄새도 맡습니다. 편안함과 불편함을 같이 느낍니다. 

입구
입구

 

네모꼴 벽돌 건물, 금박 지붕과 안쪽으로 기울어진 벽, 실로 거대한 ‘포탈라궁’은 경이롭지만 무거웠습니다. 궁 밑에서 올려보는 외형은 하늘에 닿으려는 견고한 요새 모양이며, 내부는 법당이라기보다는 적의 침입을 막아내려는 미로 같았습니다. 창문 밑의 감옥과 방어군의 주거공간, 스님들의 공부방이 있는 궁 같은 성이었습니다. 
 주인 없는 집 ‘포탈라궁’은, 언젠가는 헤어진 모습 그대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온몸으로 주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여름 궁전 - 노블링카
어둡고 엄숙한 ‘포탈라궁’을 생각하다가, 꽃이 활짝 핀 궁에 들어서니 공원에 온 것 같습니다. 명랑합니다. ‘노블링카’라는 이름 역시 ‘보석뜰’이라는 의미랍니다. 7대 달라이 라마가 명상을 위한 은신처로 사용하기보다는 국가를 운영하는 근거지로 삼을 생각으로, 당시 나무가 울창한 이곳을 선택해 건축하였습니다. 이러한 뜻이 후대에 계속 이어져, 정원과 호수를 넓히고 새 궁전도 지었습니다. 호숫가에 황금빛 모자 모양의 아름다운 건물이 눈부십니다. 

‘노블링카’는 여름이면 녹음이 많이 우거지고, 예쁜 꽃이 피는 궁전입니다. 아름다운 극장이 있어 음력 7월의 요구르트 축제 때에는, 티벳 전통 오페라가 상연되며 사람들로 붐빕니다. 호수 안에는 정자와 나무가 많아 산책하기에 좋아서 티벳인들의 나들이 장소로 가장 인기 있는 곳입니다. 

14대 달라이 라마 궁전
14대 달라이 라마 궁전

14대 달라이 라마도 이곳에 새 궁전을 지었습니다. 어린 달라이 라마는 겨울을 포탈라궁에서 보내고 ‘노블링카’로 옮겨오는 날이 1년 중 가장 기뻤던 날이었지요. 새로 지은 궁전이 늘 마음에 들었던 달라이 라마는, 이곳에서 3년을 지내다 1959년에 인도의 다람살라로 망명하였습니다.

14대 달라이 라마의 궁전 접견실은, 티벳 역사를 그린 301개의 그림으로 벽을 장식해 놓았습니다. 이곳 역시, ‘포탈라궁’에 있는 개인 집무실처럼 모든 물건이 달라이 라마가 떠날 때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시돼 있습니다. 
‘노블링카’ 북서쪽 깊숙한 곳에 13대 달라이 라마의 궁전이 있습니다. 현대문명에 관심이 많았던 13대 달라이 라마가 수입한 티벳 최초의 자동차들이 전시돼 있습니다. 자동차는 부품별로 야크등에 져 날랐다고 인솔자는 설명합니다. 역대 달라이 라마들도 어둡고 썰렁한 ‘포탈라궁’보다는 밝고 아름다운 ‘노블링카’를 좋아한 것 같습니다. 
  

13대 달라이 라마 거처
13대 달라이 라마 거처

여름이면 싱그러운 숲을 거닐며, 나무 그늘에 앉아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더위를 식히던 ‘노블링카’입니다. 곤충들의 날갯짓 소리와 새 소리를 들으며, 꽃향기를 맡으며, 내면을 향한 삶을 고민했을 달라이 라마. 온몸을 던져 자신을 맡기고, 신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14대 달라이 라마가 이곳 ‘노블링카’를 떠난 시간은 밤 9시, 달라이 라마의 개인 집무실에 걸린 시계는 9시에 멈춰져 있습니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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