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7 17:12 (수)
냄새와 소리를 찾아서 – 티벳 ③
상태바
냄새와 소리를 찾아서 – 티벳 ③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9.12.16 19:12
  • 호수 13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맑고 소박한 사물과 사람들

 

‘홀로 있지 않아 살아 있는 모든 게, 서로가 서로의 인연과 인연으로 모두 다 이어져 있는 것처럼.’-「싯다르따」 중 부분 

베이징의 천안문을 본 따 만든 광장에는, 중국의 여느 광장처럼 사람들이 모여 전통무용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나비소녀’도 그 팀에 섞여 열심히 율동을 따라 합니다. 아니, 저러다 고산증이 또 오면 어쩌려고?

세계 7대 불가사의 건물 중 하나인 붉고 흰색의 ‘포탈라궁’은, 웅장하고 아름답고 슬프고 어둡습니다. ‘포탈라’라는 이름은 관세음보살이 산다는 ‘보타락가산’에서 따 왔습니다. 
아랫부분의 흰색은 순수한 마음과 자비를 나타내며, 윗부분의 붉은색은 힘을 나타냅니다. 지붕의 군데군데 황금색은 지혜를 상징합니다. 티벳의 사원이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색의 구성입니다. 

포탈라궁
포탈라궁

티벳불교인의 종착역이며, 14대 달라이 라마가 언제나 그리워하는 곳, 늘 돌아오고 싶은 고향 집, ‘포탈라궁’입니다. 
해발 3600미터 홍산 기슭에 세워진 ‘포탈라궁’은, 티벳 전통건축의 대표적이며 화강암과 나무로 지었습니다. 지혜와 자비가 가득한 세상을 꿈꾸며 한 층 한 층 올라간 건물은 위로 올라갈수록 좁게 지어졌으며, 계단 담장에는 싸리나무를 묶어 붉게 칠을 하였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13층이지만 실제는 9층이며, 입구는 동·서·남쪽에 있고 출구는 북쪽에 있었습니다. 

‘달라이 라마’라는 칭호는 500여 년의 전통을 가진 티벳 통치자의 명칭으로, 티벳불교의 수호성인 ‘아발로키테스바라(천수관음보살)’를 상징합니다. 바다와 같은 지혜를 가진 스승이란 뜻이며, 최고위의 환생자로서, 영적·세속적 권위를 인정받습니다. 모두 영적으로 연결된 전생활불이라 하며, 14대까지 이어져 왔습니다. 
14대 달라이 라마는 자칫 일반인들이 달라이 라마라는 존재를 ‘전지전능의 힘을 발휘하는 자’로 인식하는 것을 우려하여, ‘우리는 모두 같은 존재’임을 강조합니다. 현실을 지혜롭고 충실히 살기를 원하며, 다만 우리는 모두 영적인 존재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운 겨울 궁전 - 포탈라궁
하루 입장객이 제한적이라서인지 궁 앞에는 발 디딜 틈도 없이 많은 사람이 있습니다. 
 화분으로 단장한 수수한 입구를 통과했습니다. 티벳의 상징인 포탈라궁 안에도 군데군데 중국의 오성기가 꽂혀 있습니다. 마치 티벳인의 가슴에 화살을 꽂은 것 같은 느낌에 마음이 짠합니다. 
내부는 모두 개방되지 않아 표시된 화살표만 따라가며 볼 수 있습니다. 곳곳에 ‘사진 촬영금지’라는 표시가 많습니다. 특히 법당 내부는 모두 촬영이 금지돼 있습니다. 예전에는 돈을 내면 사진 촬영을 허락하였다는데, 이제는 절대 안 된다고 인솔자가 몇 번 말합니다. 중간중간 공안이 서서 지키고 있는 것이 사진 촬영 때문만은 아니겠지요. 
  

 

포탈라궁의 백색궁전

돌바닥까지도 하얀 궁을 오릅니다. 지그재그의 계단을 쉬엄쉬엄 올라, 백색 궁전의 바깥마당에 닿았습니다. ‘포탈라궁’의 각종 행사가 치러지는 이 마당에서 명상과 고민으로 서성였을 달라이 라마를 상상합니다. 
가파른 3개의 계단 앞에 서니, 가운데 계단은 달라이 라마만이 오를 수 있는 계단이라 합니다. 주인 없는 계단이 안쓰럽습니다. 
손때가 묻어 반질반질하고 매끈하며, 닳아서 깊게 파인 난간을 붙잡고 궁 안을 오릅니다. 내부가 무척 어두워 엉금엉금 기어가듯 갑니다. 미로 같은 길옆의 방들은 커다란 자물쇠로 잠겨 있습니다. 

포탈라궁 담
포탈라궁 담

화살표를 따라 이곳저곳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하며, 14대 달라이 라마의 거처에 이르렀습니다. 달라이 라마가 떠날 때의 상태 그대로인 접견실과 명상실, 침실이 있습니다. 다람살라에서도 늘 그리워할 주인 없는 방입니다. 책상과 침구와 몇 권의 책도 주인을 기다리듯 쓸쓸합니다. 
백색 궁전의 옥상에 올라, 해발 6천 미터가 넘는 ‘키츄와’ 앞산과 서쪽의 ‘조캉사원’을 봅니다. 아래로는 라싸 시내가 보입니다. 
14대 달라이 라마가 어린 시절 이곳에 머무르면서, 망원경으로 보통 사람들의 모습을 훔쳐보던 곳입니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