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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이웃 - 정산면 용두리 김성미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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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이웃 - 정산면 용두리 김성미 씨
  • 김홍영 기자
  • 승인 2019.12.09 13:54
  • 호수 1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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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좋지만 일거리가 천지네요”

그녀의 삶터와 그 옆으로 난 농토는 마치 포근하게 안긴 듯 산 아래 고즈넉하게 자리하고 있다. 칠갑산 자락 어디쯤 비스듬하게 자리한 그곳에서는 세상사와 거리를 둔 유유자적한 시골살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의 이웃으로 소개할 김성미(50·정산면 용두리) 씨가 꿈꾸던 삶이다. 그녀의 바람은 과연 이루어졌을까? 청양살이 15년 째를 맞이한 성미 씨를 만나본다. 

 

남편 만나 청양 사람 돼 
“시골 생활 해보자 마음먹고 청양 와서 보니 경치가 너무 좋더라고요. 그런데 일거리가 천지에요. 호호.”
농사짓는 이와 결혼하고 농사지으며 사는 삶이 어떠하냐 묻자 김성미 씨는 대뜸 이렇게 대답하며, 어려서부터 꿈이 시골에서 살며 내가 하고 싶은 일 하며 사는 것이었다고 한다. 홍성 갈산이 고향인 그녀는 15년 전 남편 김진선(56)씨를 소개로 만나 결혼했다. 그녀의 바람대로 아주 자연스럽게 시골 아낙이 됐다. 
부모님이 평생 농사지으면서 사는 모습이 힘들어 보였다. 5남매를 공부시키려고 하루 종일 밭에서 논에서 일하는 부모님을 보고 살아 시골살이 내키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왠지 그녀는 도시생활이 맞지 않았다.

“학교를 마치고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오래했어요. 그런데 점점 번잡한 도시가 싫어지더라고요. 사람들을 만나도 진실성이 없어 보이고요. 시골에 내려가서 살고 싶었어요.”
남편은 이름만 대면 근방 사람들이 모두 알만한 지역 토박이로, 지금도 그녀는 자신의 이름보다 누구의 아내로 소개되고, 기억된다. 어려움 없이 농부의 아내로 정착하면서 이제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6학년 된 두 딸의 엄마가 됐다. 

농사만으로 안돼, 6차 산업 관심
눈에 보이는 것이 모두 손 댈 일이라는 바지런한 성미 씨의 하루는 그녀의 손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아 하루해가 짧다. 많은 것을 바라고 사는 성격은 아니더라도 일한것에 비하면 결과에는 아쉬움이 많다. 
“일 년 농사해서 가을에 추수하면 큰돈이 안되더라고요. 농사 지으며 들어간 농약값, 로터리값 등 다 제하고 나면 손에 쥐는 것이 없어요.”

그래도 농사짓는 삶이 의미 있는 것은 내가 지어서 가족이 믿고 먹을 수 있는 것을 수확하고, 형제와 나눠먹는 것이라 여기며 살아 왔다.  
농촌에서 농사지어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큰돈이 안된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래서 그녀는 6차 산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농사짓는 1차 산업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활용해 체험도 하고, 가공도 하는 등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안이다. 지역의 6차산업회에 들어가 관련 교육을 받으며 차근차근 준비를 하고 있다.
“그냥 농사만 지으며 살기는 싫더라고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자 해서 시작했어요. 배우면서 하고 있습니다.”

 

기술센터에서 교육도 받고 현장 견학도 다니고 있다. 농사지은 구기자를 판매했다면 한 걸음 나아가 차나 가루, 청을 만들어 달빛마켓에서 선뵈기도 했다. 
남편과 함께 구기자, 고추, 배추, 깨, 콩 등 여러 가지 농산물과 벼농사를 짓고 있다. 부부의 손만으로 감당하기엔 많은 규모다. 하지만 그 너른 땅이 있어 성미 씨는 6차 산업으로의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고 한다. 
“다행이 현재 농사짓고 있는 일부 땅을 체험 공간으로 전환해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공기도 좋고, 자연친화적인 환경이니 방문객들이 체험도 하고, 쉬고 갈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어요. 열심히 배우고 쫓아다니면서 하나씩 준비하고 있어요.”

할 수 있는 일이 내 일이다
같은 동네에 나이 드신 어르신만 사시고, 성미 씨처럼 손 빠르고, 발이 잰 젊은이도 드물다. 그러다 보니 성미 씨를 필요로 하는 곳도 많다. 마을에 행사가 있을 때도 빠지지 않고 손을 보탠다.  
얼마 전부터는 학교급식 출하회 정산면 대표로 일하게 됐다. 시작 단계로 아직은 눈에 보이게 활동하는 일이 있는 건 아니다. 지역농산물 공급 확대를 위해 소농가들이 농산물을 생산하고 납품하는 과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지역에서 소규모로 농사짓는 분들이 많아요. 나이가 많은 분들이 대부분이고요. 그동안 농사를 지어서 직접 판매하셨지요. 그 분들에게 계절에 맞게 심는 작물을 설명도 해드리고, 납품이 가능하게 농사짓는 방법도 알려 드립니다. 농사지은 것을 모아서 납품하는 일도 하고요. 지역 사정을 잘 알다 보니 중간 역할을 하는 것이 제 일이라고 여겨집니다.”
성미 씨는 일거리를 하나 더 만들어서 잘 할 수 있을까 염려도 된다. 두 딸을 둔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건강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는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하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했으니 그로인한 수고스러움은 접기로 했다. 

로컬 푸드 사업의 참여도 이렇게 해서 시작됐다. 현재 시금치, 상추, 파 등 시기마다 생산되는 농산물을 납품하고 있다. 달빛마켓(사진 왼쪽)을 통해 직접 농사지은 농산물로 여러 가지 김치를 담궈 판매해 단골도 많이 생겼다고 한다. 
그녀가 사는 산 아래 마을은 해가 금방 넘어간다. 서산마루에 걸린 해가 한뼘 남짓 남았나 싶더니 마지막 추수한 콩을 타작하며 두런두런 15년 청양살이 이야기하는 사이 넘어가 버렸다. 
“여기는 해도 짧아요”라는 말에 일이 많다는 뜻이 묻어있지만 웃는 얼굴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고 있다고 말한다. 그녀의 바람은 순항 중, 성미 씨가 꿈꾸는 ‘시골살이’를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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