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와 소리를 찾아서 – 티벳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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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와 소리를 찾아서 – 티벳 ①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9.12.03 10:54
  • 호수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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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소박한 사물과 사람들

 

“오른쪽 4지를 올려주세요. 왼쪽 4지를 올려주세요. 양쪽 엄지손가락을 올려주세요” 중국 서안(함양)공항에서 입국절차를 밟았습니다. 21세기 맞아? 누군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서안에서 다시 ‘시짱자치구’라 부르는 티벳행 비행기에 오릅니다.  
  
달나라에 갔던 우주인들이 달나라와 같다고 한 티벳고원이 구름 사이로 보입니다. 
초원과 불심과 인간의 정이 풍부한 땅 티벳입니다. 동북으로는 중국이, 남으로는 미얀마와 부탄과 네팔이, 서쪽으로는 인도가 둘러싸고 있으며 우리나라 면적의 12배가 됩니다. 북쪽에는 쿤룬이, 서쪽으로는 카라코람, 남쪽으로는 히말라야산맥 등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들이 보호하듯 둘러막고 있으며, 평균 고도는 4천 미터로 ‘세계의 지붕’, ‘하늘에 가장 가까운 나라’로 불립니다. 
거대한 강, 어머니의 강, 티벳의 젖줄, 얄룽창포강이 티벳의 소리와 냄새를 담은 채 ‘인도’로 흘러갑니다. 
  
육식을 좋아하는 티벳인들은 잘게 썬 야크고기를 쇠꼬챙이에 꿰어 모닥불에 구워 먹는 것을 즐깁니다. 오전 7시에 양젖으로 만든 ‘수유차’나, 쌀보리로 만든 미숫가루의 일종인 ‘짠바’를 먹으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10시, 오후 2시, 오후 7시에 야크고기와 탕을 먹고, 오후 11시에 양고기 국물에 국수를 말아먹는 것을 끝으로 하루 5번의 식사를 합니다.

야크털로 짠 검은색이나 다갈색의 모포를 주로 입습니다. 아직도 그런 전통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는지 의심이 들지만, 1년에 한 번 옷을 갈아입는 날이 정해져 있어 티벳인들은 일 년 내내 같은 옷을 입는답니다. 또한, 거의 몸을 닦지 않습니다. 물이 귀하기도 하지만 춥고 건조한 날씨로 인해서 체력유지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사실 고산증 예방 차 일주일씩 세수나 머리를 감지 않고 다녔는데도, 사람에게서나 차 안에서 퀴퀴한 냄새를 맡지는 못했습니다. 

 

각종 혼인형태가 공존하는 티벳에서는 아직도 일처다부제가 일부다처제 가정보다 많다며, 남성보다 여성이 살기 좋은 곳이라고 인솔자는 설명합니다. 대부분 가정의 둘째 아들은 수도사가 되며, 맏아들은 부모로부터 권위를 물려받습니다. 

걸어서 가는 곳 – 라싸 
생선과 개고기를 먹지 않는 땅, 보리와 밀이 주 작물이며 티벳의 정치·문화·종교의 중심지, 티벳의 수도, 신의 땅, 티벳불교의 성지, ‘라싸’입니다. 단순한 행정구역의 의미를 넘어, ‘달라이 라마’가 머물던 거룩한 성지로 수도 이상의 ‘성도’라 불립니다. 부처님을 뵙는 것을 일생의 가장 큰 영광으로 생각하는 순례자들이 수천 리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오는 곳입니다. 
 
공가국제공항의 하늘은 구름이 많았습니다. 나무 없는 산 사이로 오르락내리락하는 야크떼를 상상했지만, 뻥 뚫린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중국의 ‘도시 현대화’를 생각하였습니다. 
보통 흙벽돌로 지은 티벳 장족들의 2~3층 가옥이 드문드문 보입니다. 농촌 지역에서는 보통 1층에는 가축을 기르지만, 라싸와 같은 도시에서는 1층에도 사람이 거주하는 가옥이 많아졌답니다. 

‘라싸’로 들어서니 하늘과 맞닿아 있는 하얀 포탈라궁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도시의 서쪽 지역은 중국 이주민들이 많이 살고 있어 상점과 술집, 관공서 등이 있습니다. 동쪽 끝에는 티벳인들이 살고 있는 전통적인 티벳구역으로, 도시 전체의 약 4%에 불과하며 고립된 모양새라 합니다. 
중국이 개입한 육십여 년 간의 변화는, 이 도시가 수백여 년 동안 변화해 온 것보다 훨씬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늘 그렇듯이 낯선 공간으로 간다는 것은, 내가 살고 있는 현재를 돌아보게 하며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는가를 새삼 생각하게 합니다. 산소가 부족하고 잠자리와 먹는 것이 불편한 결핍(?)의 공간으로 선뜻 들어왔습니다. 누구 한 명 손 내밀거나 밀지 않았지만, 스스로 이 공간으로 가는 이유를 굳이 생각하지 않으며, 한 발 한 발 라싸의 거리를 걷습니다. 

마니차 모양의 가로등이 설치된 길 가 식당에서, 지구상 가장 높은 고원지대에 왔음을 실감하였습니다. 일행 중 가장 명랑한 ‘나비소녀’가 식당 2층에 오르자마자 테이블 옆에서 꽈당 쓰러졌습니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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