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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에 걸쳐 익는 열매 - 오엽송 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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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에 걸쳐 익는 열매 - 오엽송 잣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9.11.19 13:42
  • 호수 1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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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소박한 사물과 사람들

울긋불긋한 숲을 지나려니, 아무리 바쁜척해도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습니다. 나뭇잎이 더이상 생장할 수 없어 내는 아름다운 빛, 고운 단풍을 봅니다. 어제보다 오늘, 앞산이 더 붉어졌습니다. 안간힘을 다해 엎치고 바동대는 갓난아이 같이 어리고 작던 나뭇잎들이, 어느새 다 자라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노랗고 붉은 단풍 사이로 여전히 푸름을 과시하는 잎새를 올려봅니다. 잣나무입니다. 나무 밑동 주변의 솔가리 위에는, 말라가고 있는 빈 잣송이가 잔뜩 흩어져 있습니다.
잣나무는 전나무와 함께 소나무과입니다. 구별이 다소 어렵지만 잎과 열매가 조금씩 다릅니다. 2개의 잎이 묶여 나오는 소나무에 비해, 잣나무는 5개의 잎이 묶여 나오며 전나무는 1개의 잎이 나옵니다. 잎의 길이 또한 소나무나 잣나무는 긴 반면 전나무는 절반 정도로 짧습니다.
소나무와 잣나무가 형제나무라 치면, 아마도 전나무는 사촌정도는 될 것 같습니다. 잎 3개가 묶어 나오는 소나무도 있습니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 녹화사업이 한창이던 때, 황폐지 조림과 산사태 방지를 위해 미국에서 들여온 리기다소나무입니다.

늘 푸른 바늘잎 큰키나무 잘생긴 잣나무는, 까치(鵲)가 좋아한다 하여 ‘잣나무’라 이름이 붙여졌답니다. 줄기가 붉다 하여 ‘홍송’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가지가 사방으로 빙 둘러 나오며 옆으로 길게 자라 먼발치에서 보면 삼각형 모양입니다. 
새잎은 3~5년간 달려 있다가 갈색으로 시들며 떨어집니다. 가늘고 각진 바늘 모양의 잎에는 하얀 숨구멍줄이 있으며, 짙은 녹색에서 겨울로 갈수록 노란빛이 도는 녹색으로 변합니다.
어린 나무줄기는 붉은 갈색에서 해를 넘길수록 검붉은 갈색으로 변하며, 얇은 회색껍질은 비늘처럼 불규칙하게 갈라져 조금씩 떨어지기도 합니다.

5월이면 암꽃과 수꽃이 한 나무에서 피지만, 타원형의 수꽃이 먼저 피는 잣나무는 구과식물입니다. 운이 좋아 꽃가루를 만난 암꽃은 가을이면 아주 작은 형태로 남습니다. 이때부터 먹을 수 있는 잣이 되기까지는 꼬박 1년이 걸리지요.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으면서 목질의 비늘조각을 가진 방울열매로 자랍니다.
초록색 풋 열매는 스스로 광합성을 하여 양분을 공급합니다. 점차 붉은 갈색으로 변하며 자라, 솔방울보다 길쭉하고 단단한 잣송이로 여뭅니다. 그렇게 잣나무의 열매는 2년에 걸쳐 영글게 됩니다. 다 자라면 갈색의 길게 자란 비늘 모양의 잣집은 뒤로 젖혀지며, 잘 익은 ‘잣’이 튀어나올 준비를 하지요.
한 개의 잣방울에는 비늘조각 사이마다 2개씩 200여 개 정도의 잣이 들어있지만, 이런 잣방울이 달리기까지 잣나무는 20여 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잣나무 역시 종족보존본능이 강합니다. 초록의 잎 속에다 어린열매를 동색으로 키우는 것과, 잣송이의 비늘조각을 질기게 하여 익기 전에는 절대(?) 벌어지지 않게 합니다. 또한 잣송이의 겉을 송진으로 진하게 발라 뭍 곤충들의 접근을 막는 것입니다.  
열매는 나무의 생장이 왕성한 높은 가지 끝에서 달려 자라, 수확할 때 사람들을 힘들게 합니다. 어느 곳에선가는 원숭이에게 잣을 따도록 훈련을 시켰으나 곧 포기하였다는 얘기가 생각납니다. 원숭이털에 송진이 묻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긴 꼬리를 가진 청설모는 털에 송진이 묻거나 말거나 쪼르르 잣나무를 오르내립니다.

잣나무는 피톤치드가 많이 나옵니다. 나무로서는 병충해에 저항하기 위해 배출하는 성분이지만, 사람에게는 편안함을 준다고 합니다.
아름답고 가벼운 나무는 향기가 있고 가공이 쉬워 고급 건축재나 선박재, 악기로 이용하기도 합니다.
씨앗인 잣은 송자·백자·실백이라고도 부르며 풍부한 영양과 고소한 맛으로 불로장생의 식품, 신선의 식품으로 알려져 있으며 약으로 사용할 때에는 ‘해송자’라 부릅니다.
예전에는 정월 보름날에, 열두 개의 잣에 불을 붙여 한 해의 운수를 점치기도 하였답니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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