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소박한 사물과 사람들
가을과 여름 사이인줄 알았더니, 성큼 가을입니다. 더불어 자연도 사람도 바쁩니다. 산을 뒤덮은 빨간 감도 따야 하고, 콩 타작도 해야 합니다. 연둣빛 어린잎을 키운 농부의 손길과 이야기와 풍경과 향기가 만든 결실입니다. 붉고 노란 산과 들을 만들기 위해 자연도 하루해가 짧습니다. 바람과 함께, 바람을 불러일으켰던 나뭇잎도 이젠 제 할 일을 다 했다는 듯이 산마루 의자에 널브러져 있습니다.
장평면 중추2리의 산과 들을 걸으며, 콩알만 한 마음을 내려놓습니다. 마땅히 할 소임을 다하고 비어가는 자연의 큰마음을 배웁니다. 나를 구속하던 생각들이 남은 대추의 붉은빛에 어느 순간 녹아지기도 합니다. 마지막 가는 길을 화려한 색으로 마감하는 단풍잎처럼, 인생의 가을도 화려했으면 좋겠습니다. 땅 위를 기어가는 갈색 사마귀의 뒤를 빛 고운 햇살이 봐주고 있습니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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