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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큼하고 사랑스런 향기 - 라벤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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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큼하고 사랑스런 향기 - 라벤더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9.10.28 16:25
  • 호수 13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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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소박한 사물과 사람들

검보랏빛 라벤더 향주머니로부터 맑고 상큼한 냄새가 뿜어 나옵니다. 로컬푸드 매장에서 사 온 한 봉다리와, 달빛마켓에서 선물 받은 또 한 봉다리입니다. 코에 가까이 대고 향을 깊이 맡아봅니다. 문득 언젠가 읽은 글이 생각납니다.  정기적으로 흡입했을 때 라벤더는 결핵으로부터 보호해줄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파스텔 톤 연둣빛 잎의 몽상적인 식물 ‘라벤더’는 라틴어 ‘라바레(씻다)’라는 용어에서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중세시대나 지금이나 목욕할 때 사용되었기 때문이랍니다.
연보라빛이나 흰색의 꽃이 피는 라벤더는 수 세기 전부터 알려져 있었으며, 20여 종이 있습니다. 뿌리가 깊은 식물로 건조한 날씨에도 잘 자라며 프랑스의 프로방스, 영국의 케임브리지, 일본의 홋카이도 등 세계 곳곳에서 아름답고 짙은 보라색 꽃과 향으로 사람들을 황홀하게 합니다. 작은 밥풀 같은 봉오리는 잎이 없는 긴 꽃대 끝에 수상꽃차례로 드문드문 달립니다. 꽃과 잎과 줄기를 덮고 있는 털들 사이에 향기가 나오는 기름샘이 있습니다.

라벤더의 꽃과 식물체에서 채취한 향유는, 향수와 화장품의 원료 및 요리의 향료로 사용합니다. 옛날부터 유럽의 향료계를 주름잡았으며, 사람들에게는 가장 친숙하고 대중적으로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습니다.
15세기에 쓰인 허브요법에 관한 모음집에서 라벤더는, ‘동정녀 마리아의 식물’로 불리며 육체의 욕망을 쫓아내는 능력을 지녔다는 칭송까지 받았습니다. 허브 정원을 좋아하고, 특히 라벤더를 좋아한 엘리자베스1세는 라벤더로 만든 사탕과자를 좋아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불면증에, 근육통에, 두통·편두통에, 고혈압에, 수두에, 여드름에, 베이고 긁힌 상처에, 무좀과 습진에, 화상에, 부드럽고 순한 라벤더는 항생제와 신경안정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효과를 준답니다. 아름답고 매혹적인 향기만큼이나 건강과 웰빙에도 기여합니다.
사람의 마음까지 움직인다는 향은, 산모에게는 산후우울증을 치료해주며 쇠약해진 사람들의 신경을 회복시켜 재충전을 시켜줍니다. 또한 공기를 정화시키는 효과로 예방의학적인 특성도 있답니다.

고대 로마 사람들은 욕조에 라벤더를 넣고 목욕을 하였으며, 말린꽃을 서랍이나 벽장 속에 넣어두어 향기뿐만 아니라 살균과 방충의 효과도 얻었습니다. 벼룩을 쫒아내기 위해 사용하고, 눈병이 생긴 애완동물의 눈을 닦아 주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발정 난 암캐를 수캐들로부터 숨기기 위해, 개집 주위에 라벤더를 뿌려 놓았다고 합니다.
 
허브의 여왕, 풍부한 향기와 꽃을 가진 사랑스러운 식물, 라벤더 향주머니를 보고 있자니, 싱싱한 보랏빛 꽃이 보고 싶어집니다.
노랗고 빨간 단풍이 들고 있는 나무들을 보며, 눈부신 환한 벼이삭을 보며, 고즈넉한 저녁햇살을 받으며 장평면 안터골길로 갑니다. 산그늘 아래, 보라색 수채화 같은 꽃을 봅니다. 솜털에 덮인 순한 옥색잎 사이로 긴 꽃대가 올라와 꽃이 피고 있습니다. 바람이 불자 하나 둘 꽃대가 흔들립니다.
비록 꽃이 지는 시절이라 드문드문 핀 꽃들이지만, 충분히 소소한 기쁨을 느낍니다. 땅을 가득 채운 보라색 꽃의 바다가 푸른 하늘과 맞닿은 풍경을 상상하며, 그냥 꽃이 예뻐 키운다는 주인장의 선한 마음이 부러워집니다.

비누나 차 안에서 흔하게 맡을 수 있는 라벤더는, 향수제조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재료입니다. 신선하고 상큼하고, 자극적이며 달콤하고, 약초 같으나 이끼 같고, 푸른 소나무 같은, 많은 향이 있기 때문이랍니다.
어느 순간 맡은 향기 속에서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추억이 되살아나고, 지금 나를 불편하게 하는 감정의 응어리가 풀려나갑니다.  

“난쟁이 같은 라벤더들은 나에게, 묘하게도, 바다의 성게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 향기는 처음에는 나의 코를 채우고, 나중에는 고요함과 평화, 활기찬 자신감으로 나의 마음을 채우고 있었다.”-장 지오노(프랑스 소설가)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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