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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지역의 문화와 이야기를 음식에 담다 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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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지역의 문화와 이야기를 음식에 담다 ⑩
  • 이순금 기자
  • 승인 2019.10.28 14:36
  • 호수 13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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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과 꽃 어우러진 농가맛집 보령 ‘석화촌’

농촌진흥청은 농촌의 다양한 잠재자원을 활용한 향토음식계승 정책 일환으로 전통 식문화공간인 농가맛집을 조성, 운영했다. 국비사업으로 지원된 농가맛집은 2007년 시범사업으로 시작해 2016년 종료됐지만, 현재 전국에는 약 120여개 소의 농가맛집이 운영 중이다.
이중 충남도내는 총 31개소가 조성, 운영됐다. 이중 고령 또는 대표자 건강악화 등으로 인해 폐업한 4개소를 제외하고 27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2017년 말 현재다.
이와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충남 농업기술원은 농산물 생산·가공·유통·체험·외식분야 기술개발과 지역자원을 연계한 6차 산업화로 생산자와 소비자, 농업과 타 산업간 연계를 통한 농업 및 농외소득 증대를 위해 농촌자원 수익모델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농촌진흥청에서 추진하는 6차 산업화 수익모델과 비슷한 성격이지만 충남 농업기술원이 공모사업으로, 2014년부터 추진해 오고 있는 것이다. 선정 후 2년간 나눠 지원되는 충남도내 농촌자원 수익모델 운영 사업장은 총 21개소다.
청양군내에는 농촌진흥청 인증을 받은 농가맛집이 1곳, 충남도 공모에 응모 선정돼 운영되고 있는 농촌자원 수익모델 사업장 3곳이 운영 중이다. 이들이 어떠한 잠재자원을 활용해 향토음식을 발굴·상품화해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는지 또 이를 통해 얻는 농업 외 소득은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본다. 타 지역 사례도 둘러본다. 이번 호에는 보령의 농가맛집 석화촌(대표 신전균·69)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 80여 년의 역사를 가진 고택. 국내에 4채 밖에 없다는 주택건물로 2층 전체가 하나로 지어진 목조건물로는 국내유일하다.

목조 고택에서 건강함을 만나다   
석화촌은 이웃 도시인 보령시 주포면 밖강술길 진당산 자락에 위치해 있다.
신전균 대표는 당진 합덕이 고향으로, 결혼 8개월 만인 1973년 남편과 함께 서울로 떠나 생활하다 2001년 4대조 시할아버지가 직접 지은 석화촌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그 해부터 직접 농산물을 재배해 이를 활용한 전통음식점 운영을 시작했다.
석화촌은 80여 년의 역사를 가진 2층 고택이다. 국내에 4채 밖에 없다는 주택건물로 특히 2층 전체가 하나로 지어진 목조건물로는 국내유일하다. 그 때문에 도면이 국립박물관에 비치돼 있다는 것이 신 대표의 설명이다. 특히 당시에는 건물이 있던 주포면이 돌과 꽃으로 둘러 싸여있다 해서 이를 딴 ‘석화촌’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으며, 시간이 흘러 현재에는 건축 전공 학생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는 유명한 곳이 됐다.
“남편이 25년 정도 직장을 다니다 IMF가 와 그만두고 5년 정도 함께 서울에서 식당을 했어요. 그러다 시골로 온 것입니다. 남편이 6대 장손이었고 고향을 항상 그리워했거든요. 특히 석화촌은 2층 별당채와 마당이 아름다운 곳이에요. 이처럼 아름다운 고택이 비어있어서 폐가가 될까 걱정도 됐고요. 그렇게 내려와 식당을 열었습니다.”

산 바다 조화 이룬 음식선보여
식당은 고택 한쪽에 있던 농가주택을 개조해 만들어졌다. 신 대표는 이곳에서 건강에 좋은 방풍·능이버섯·바지락을 주 재료로 한 방풍바지락 큰상, 능이버섯을 곁들여 먹는 한방오리 백숙, 방풍과 함께 먹는 한방오리 백숙, 녹두와 능이 한방삼계탕, 석화촌 정식 등을 상에 올렸다. 산과 바다 맛과 영양이 조화를 이룬 것들로, 처음부터 줄곧 같은 메뉴를 올리고 있다.
음식 대부분은 신 대표가 연구개발한 것들이다. 대표음식은 방풍을 활용한 것들로, 신 대표는 3600여 제곱미터의 밭에서 방풍농사를 지어 이를 이용해 밥부터 샐러드·삼품 냉채·바지락 방풍무침·송편·묵·피클 등을 만들었다. 또 고추씨를 넣은 백김치, 도라지 피클까지 다양한 음식을 개발해 상에 올렸다.
그렇게 10여년 넘게 운영해 오다 2013년 농가맛집 지정을 받았으며, 그해에는 또 방풍을 첨가한 ‘왕송편 제조’ 관련 특허 출원을 받기도 했다. 이어 2015년에는 충청남도 로컬푸드 식당 ‘미더유’인증을 받았다. 
“방풍 농사를 많이 지어요. 덕분에 가락동 시장에도 올리고 제가 직접 다양한 관련 음식을 만들어 손님들에게도 대접하죠. 이런 저런 덕분에 보령시 우리음식연구회장을 지난해까지 4년이나 했네요. 그러면서 기술센터 등에서 생활개선회원 등에게 관련 교육을 많이 했고요.”

▲ 배추모종을 심고 있는 선전균 대표.

식재료 대부분 농사지어 사용
석화촌 주변에는 지금은 고인이 된 신 대표 남편이 가꾼 넓은 정원과 논밭이 마련돼 있다.
정원에는 각종 화목이 가득 차 있다. 마당 곳곳에는 직접 담가 보관하고 있는 전통장 항아리들이, 또 다른 한쪽에는 염전에서 이용하는 수차와 손다리미·물레·쟁기·돌절구·뒤주·화로 등 옛 생활도구들이 무심한 듯 자리하고 있어 볼거리를 제공한다.
음식점 안쪽 벽에도 꽤 오랜 시간을 할애한 것 같은 아름다운 십자수가 멋지게 걸려있다. 신 대표가 틈틈이 직접 수놓은 것이란다. 손님들을 위한 방석도 직접 손뜨개질로 만들어 차곡차곡 놓여있다. 그 솜씨가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신 대표는 또 주변 논밭과 시설하우스를 이용해 배추 등 채소 채종은 물론 앞서 설명한 방풍과 표고버섯·고추·무 등 대부분의 채소농사와 찹쌀 등 벼농사까지 직접 짓고 있다. 이를 요리의 재료로 이용하고 천연양념, 전통장, 장아찌 등으로 만들어 1년 내내 사용한다.
“다양한 식재료를 직접 농사지을 논밭도 있고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자연환경도 있어 식당 운영에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특히 어머니의 요리솜씨를 조금은 물려받은 것 같아서 감사하게 생각해요. 솔직히 결혼하기 전에는 요리를 해보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결혼 후 또 식당을 하면서도 음식 맛없다는 소리는 듣지 않았거든요. 새로운 음식을 손님들에게 내 놓으면 맛있다고 칭찬해 주시고 그래서 용기를 얻어 새로운 것을 더 만들게 되고 그랬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하다 보니 석화촌 문을 연 지 20년이 다 되어가네요.”

▲ 식당 앞마당에 자리하고 있는 장독대. 된장, 고추장, 간장 등 신 대표는 직접 장을 담근다.

보령향토음식점으로 전국 소개
20여 년 가까이 직접 농사지은 다양한 농산물로 새로운 음식을 개발해 손님들에게 대접해 온 신 대표는 다수의 향토음식 전문교육을 수료했다.
이를 토대로 2006년 충남전통음식 경연대회(금상), 2007년 향토음식 개발 보급(도지사상), 2009년 우송대학교 전통향토음식 경연대회(금상) 등 다수의 경연대회에서 출전해 상을 휩쓸면서 그 실력을 알렸다.
뿐만 아니라 그 솜씨가 알려지면서 6시 내고향, 생생정보통, 고향이 보인다 등 다수의 방송에 ‘보령향토음식점’으로 전국에 소개되기도 했다. 2013년도 농가맛집 지정 후인 2017년에는 전통음식 및 한과로 명인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같은 음식이라도 조리법이 다르면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죠. 그래서 새로운 메뉴를 위해 매일 고민 했고 다양한 교육에 참여했죠. 혼자 이것저것 참 많이 만들어도 봤습니다. 그러다 다수의 요리 경연대회에 나가 상을 많이 탔고, 시나브로 곳곳에 소문이 나니 방송국에서도 앞 다퉈 촬영을 오더군요. 기쁘기도 했지만 그만큼 부담도 컸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주민 대상 요리교육 팜파티 호응  
신 대표는 자신이 알고 있는 다양한 요리법을 생활개선회원은 물론 주민대상 교육을 통해 널리 알려주고 있기도 하다. 교육은 보령시농업기술센터 등에서 진행된다.
대표적인 것이 충청도에서 즐겨먹던 재래식 한식된장의 또 다른 이름인 쩜장, 고추씨를 넣은 깨끗한 백김치, 방풍을 활용한 장아찌와 송편 등 다양하다. 특히 쩜장은 콩으로 만든 메주에 칼칼한 맛을 더해 매콤하고 개운한 맛이 특징이며, 국이나 찌개·강된장·쌈장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 교육이 호응을 얻고 있다. 
신 대표는 매년 10월에서 11월 사이에 소비자들을 초청해 팜파티를 개최, 호응을 얻고 있기도 하다. 석화촌 마당에서 펼쳐지는 팜파티는, 이웃과 도시민 등 그동안 찾아준 소비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한 감사파티란다. 이곳에서는 먹을거리 뿐 아니라 볼거리에 더해 농촌문화 체험까지 즐길 수 있다.
“방문해 주시고 관심 가져주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팜파티를 시작했어요. 올해가 다섯 번째로, 지난 22일 열었네요. 팜파티 비용은 100% 자비로 하고 있고, 오시는 분들에게 비용은 받지 않았죠. 그랬는데 많은 분들이 오셔서 드시고 즐기고 가시면서 돈 봉투를 놓고 가더군요. 그래서 2회부터 1만 원 씩 받고 그에 상응하는 한과를 선물했죠. 올부터는 2만 원을 받고 고추장을 선물했습니다. 손님들이 돈을 받는 것이 마음 편히 올 수 있다고 하셔서요. 올해도 정말 많이 오셔서 함께해 주셨어요. 너무 감사하죠.”
석화촌 팜파티에는 신 대표가 만든 다양한 음식에 더해 무와 배추김치, 총각김치로 만든 태극기, 무로 만든 정과 등 다양한 전시품이 눈길을 끌었다.

쉬는 날 없지만 항상 즐겁다
석화촌도 역시 다른 농가맛집처럼 100% 예약제로 운영된다. 또 특별한 일이 아니면 문을 닫지 않는다. 단골손님들을 위한 배려다. 그렇다보니 조금은 힘들기도 하단다.
“20여 년 전 이곳으로 내려오면서 남편에게 식당을 하자고 제안했어요. 그랬더니 처음과 끝이 같게 다른 식당보다 특이하게 할 자신 있으면 하라더군요. 그래야 손님들이 믿고 찾아준다고요. 그래서 약속하고 식당을 시작했고, 지금까지는 실천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고요.”
매사 신중하고 부지런했던 신 대표의 남편은 2016년도 세상을 떠났다. 생전 남편의 친구들은 항상 ‘솜씨 좋은 마나님하고 살아서 좋겠다’는 말을 했단다. 그럴 때마다 남편은 ‘나는 싫어, 너무 바빠’라고 말했었단다. 
“저 때문에 남편이 참 힘들었죠. 일을 많이 벌였으니까요. 그래도 소리 없이 다 해결해 줬었어요. 이젠 곁에 없지만 저 혼자라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석화촌 신전균 대표는 이처럼 자신만의 방식으로 앞으로도 계속 농가맛집을 운영해 나간다는 계획을 전했다.

이 기획기사는 충남도 지역언론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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