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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헌집 줄게, 새집 다오-공간, 거듭나다 ⑤
서울 천연옹달샘, 가압장이 주민의 ‘마을활력소’ 되다
[1315호] 2019년 10월 07일 (월) 14:57:05 김홍영 기자 khy@cynews.co.kr

인구 감소에 따라 폐교와 창고 등 빈 건물이 늘고 있다. 빈 건물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지역민을 위한 새로운 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청양신문은 빈 공간의 발전적인 활용을 모색하기 위해‘헌집 줄게, 새집 다오- 공간, 거듭나다’를 주제로 기획 기사를 마련했다. 취재 대상은 이전에 학교, 공공기관, 산업시설이었던 건물을 재단장해 지역 문화 시설로 탈바꿈한 곳이다. 다섯 번째로 상수도 가압장을 리모델링해 어린이, 청소년, 주부를 위한 소통·문화공간으로 문을 연 서울 천연옹달샘을 만나본다.  <편집자 말>


 

   
▲ 가압장을 재단장해 개관한 천연옹달샘 전경.

주민, 서울시, 서대문구 협력
서울 서대문구 천연동에는 1962년부터 2012년까지 마을 꼭대기까지 물을 공급하기 위한 상수도 가압장(수돗물을 펌프로 끌어올려 주택가로 보내는 시설)이 있었다.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가압장은 그 용도를 다하며 폐쇄됐다. 문을 닫고 방치된 지 3년 여. 마을 주민들은 그 시설을 활용해보자는 의견을 냈다. 가압장이 어린이, 청소년, 주부 등 주민을 위한 소통과 문화·교육 공간으로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서대문구는 건물 활용 방안에 대해 주민공청회를 열었다. 서울시는 건물 구조변경 공사비를 지원했고, 개관 후 현재 천연옹달샘의 임대료와 유지·보수비용도 맡고 있다. 공간 운영 관리자 비용과 운영 예산은 서대문구가, 주민들은 운영위원회를 만들어 공간의 방향성을 찾아가는 구조다. 이렇게 가압장은 주민, 서대문구, 서울특별시와 상수도사업본부의 협력으로 2017년 3월 마을활력소 ‘천연옹달샘’이라는 이름으로 주민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마을활력소’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마을공동체 활성화 사업으로 조성 단계부터 주민 주도로 운영하는 공간이다. 서울 곳곳에 41곳에 마을활력소가 운영되고 있고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찾아오는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50년 간 사용하다 수명이 다한 가압장을 리모델링한 마을사랑방 천연옹달샘은 주민의 노력으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시작부터 현재까지 주민의 의견이 녹아들어 마을활력소의 의미를 잘 살리고 있기 때문.

운영위원들은 주변 분위기와 친숙함을 고려해 외관을 재단장했다. 처음에는 외국의 유명 휴양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흰색과 파란색으로 단장했으나 병원의 이미지가 강해 현재의 모습을 갖게됐다.  콘크리트 2층 외관은 자연스런 질감이 나는 마감 처리를 한 후 나무를 덧대어 마무리했다. 내부건물의 기둥은 그대로 둔 채 용도에 맞게 단장했다. 커다란 수조가 지하에 남아있을 뿐, 가압장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건물 1층은 100여 제곱미터로 다목적실, 공유 주방, 사무실, 화장실이 있다. 주방은 생일파티나 점심과 저녁을 제공하는 음식을 준비하고, 다목적실은 식당으로, 모임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2층은 70여 제곱미터로 2개의 방과 휴게실, 베란다가 자리하고 있다. 온돌방 2개는 주민 소모임이나 취미 활동이 이루어진다.

   
▲ 또래들이 어울리며 소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 맨 뒷줄 왼쪽 정수희 공간지기, 최용숙 운영위원장.

모든 세대가 이용할 수 있는 공간
천연옹달샘은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문을 연 이래 대관 2500건, 누적 이용자 1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활용도가 높다. 지역주민을 위한 교육·문화·돌봄·모임공간으로서 주민뿐만 아니라 마을공동체, 협동조합 등 다양한 주민단체나 개인도 대관할 수 있다. 대관료는 2시간에 1만 원, 서대문구 주민은 50% 할인된다.
천연옹달샘은 2015년 11월부터 마을공동체 커뮤니티 조성을 위해서 추진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주민 주도의 운영을 준비했다. 공간 운영 방향성을 찾고자 1년에 걸쳐 회의를 거듭했다. 그 결과 운영위윈회는 ‘지역의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먹고, 놀고, 배우고, 쉬고의 개념이 모두 가능한 공간’을 목표로 정했다. 내·외부 구조변경 설계에도 참여해 아늑하고 편안한 집 같은 공간을 탄생시켰다. 이름은 ‘천연동에 위치한 작은 샘터’라는 뜻을 담아 ‘천연옹달샘’으로 지었다.

천연옹달샘은 운영위원회를 처음 만들 때부터 영리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마을 자치공간을 이용한 수익 사업들이 오히려 마을활력소 활성화 저해 요소가 있다고 판단, 비영리법인으로 출발했다.
최용숙(70) 운영위원장은 “쓰레기가 쌓여 있고 폐가처럼 버려진 이곳을 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고자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20대부터 70대까지 모여 의견을 나눴다. 그러다 보니 노인정으로 만들자, 아이 돌봄을 위한 곳으로 만들자 등 다양한 연령대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의견들을 모은 결과 모든 세대가 이용할 수 있고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특정 연령층이 독점하는 공간이 되지 않도록 하는 배려도 천연옹달샘 운영위가 가장 신경 쓰는 대목이다. 오전에는 성인, 늦은 오후에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쓰도록 하는 시간대별 맞춤 전략을 세웠다.

연령별 프로그램 진행
천연옹달샘 프로그램은 어린이와 청소년, 성인의 연령별 공동체가 ‘친친’이라는 통합브랜드로 배움터를 마련해 진행하고 있다.
성인 배움터인 ‘친친동아리’, 청소년 동아리인 ‘친친탐방대’는 자원봉사 중심의 협력 활동을, 어린이 대상의 ‘친친놀이터’는 또래 문화 소통 놀이 중심으로 상시 운영하고 있다. 특히 마을에 성인들을 위한 배움터가 없었던 아쉬움을 천연옹달샘이 채워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주민들이 원하는 강좌를 조사해 수업을 개설, 참여율이 높다.

최 운영위원장은 “천연옹달샘은 마을활력소이면서 주민들이 소통하며 상생하는 곳이다.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서 주민 주도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고 개관 2년을 평가했다.
“요즘 아이들은 갈 곳이 없어서 PC방이나 카페를 간다고 하는데, 이곳을 찾는 친구들은 학교 장기자랑 준비한다며 춤 연습도 하고, 악기 협연도 하고, 한번 온 후에는 다음에 다른 친구들을 데리고 오기도 한다.”
최 운영위원장은 누구나 들리는 마을사랑방 역할을 하는 곳이 천연옹달샘이라고 말한다.

정수희(45) 공간 운영자는 ‘이웃과 관계를 맺고, 그 만남을 쌓아가고 이어갈 수 있는 점’이 공간의 역할이라고 한다.
“이곳에 와서 서로 관심을 가지고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그래서 작은 만남이 시초가 되어 큰 모임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 모임들이 지속가능하도록 이 공간이 매개체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천연옹달샘에서는 지역 주민들과 지역 청년들의 소모임이 자주 열린다. ‘누구나프로젝트’라는 사업으로 공연을 꾸려가는 청년들은 연극을, 서대문예술마을추진단 대학생들은 전시도 열었다. 지역 주민들의 소모임과 마을사업 공간, 그리고 청년들의 문화공간이 한데 어울리는 복합 공간으로 자리한게 된 것.

모임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가 새로운 필요에 따라 또 다른 모임을 결성하기도 한다. ‘엄마, 품에’라는 엄마들의 육아도서 모임도 그중 하나. 책을 읽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독서 모임에 참여했다가 이후 의견을 모아 직장맘을 위한 ‘아이돌봄 동네밥상’ 프로그램으로  계획했다. 부모들이 퇴근 후 돌아오기까지 홀로 있는 시간이 많은 아이들을 위해 6~8시까지 저녁도 챙겨주고 돌봐주는 프로그램이다. 저녁식사 후에는 역사 해설가, 약사, 학교 선생님 등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 엄마들이 재능기부로 역사교실, 건강수업, 비폭력 대화하기 등의 다채로운 수업을 열고 있다. 
천연옹달샘은 주민 스스로가 운영하고 활동함으로써 활기차게 솟는 샘물처럼 긍정적인 순환의 역할을 하고 있는 마을의 활력소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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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 조사를 통해 목공예 등 주민들이 원하는 강좌를 개설했다.

2층에 자리한 휴게 시설.

아이들을 위한 밥상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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