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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머무는 집 - 도서관·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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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머무는 집 - 도서관·서점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9.10.07 13:47
  • 호수 1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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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소박한 사물과 사람들

“너그럽게도 책들은 내게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고, 내게 온갖 깨달음을 줄 뿐이다”-알베르토 망구엘

‘신화·정체성·생존·힘·우연·망각·그림자·집·공간·상상…’. 세상의 모든 지식과 진실이 존재하는 곳. 마음껏 상상하고 꿈꿀 자유가 허락되는 곳. 책과 영혼이 만나는 마법 같은 공간이 ‘도서관’이라고 세계최대의 독서가 ‘알베르토 망구엘’은 말합니다. 그는 환갑이 가까운 나이에 도서관을 짓기 시작하며 꿈을 이루었습니다. 특히 ‘밤의 도서관’을 열렬히 지지합니다. 밤은 온갖 상상과 감춘 꿈이 드러나, 세상의 본질로 흥미진진한 혼란을 즐기는 듯하기 때문이랍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도서관을 만든 사람들은 누구나 진심으로 가슴이 설레었을 것이라며, 책 「있으려나 서점」의 지은이 ‘요시타케 신스케’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습니다.
책이 열리는 나무, 달빛 아래에서만 볼 수 있는 특수 잉크로 인쇄된 책, 모든 생물이 일제히 책을 읽는 ‘독서현상’, 책이 내리는 계절 등 웃음이 나오지만 책과 책집에 대한 여러 기발한 상상이 재미있습니다.
지금 살아 있는 사람과 옛날에 살았던 사람이 만나는 곳, 인생이 막 시작된 사람과 오랜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 모이는 곳, 혼자 있고 싶은 사람이 가는 곳, 하지만 ‘누군가 옆에 있으면 마음이 편한 사람’과 가는 곳,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가는 곳,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 일하는 곳, 그런 곳이 ‘도서관’이라는 곳이라고요. 
 
오래된 목소리와 새로운 목소리로 공간을 채우는 곳, 서점과 도서관입니다. 누군가의 집 책장에 꽂힌 책들은 그 사람 개인만의 것이지만, 서점이나 도서관에 있는 책들은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지도 모르며 즐거움을 줄지도 모른다’는 꿈을 꿉니다. 또 누군가에게는 용기와 위로를 주기 위해 새로운 인연을 기다리는 책들입니다.
 

헌책방이라 부르기에는 다소 어색한 ‘서울책보고’에는 13만권의 헌책이 꽂혀 있습니다. 책벌레를 형상화한 현대식건물 철제 속의 통로마다 옛 헌책방을 옮겨 놓았습니다. 색 바랜 문고본의 헌책들을 펼쳐봅니다. 은근한 곰팡내와 가죽표지의 텁텁한 냄새가 살짝 스쳐 갑니다. 정가 1,000원짜리의 많은 책들은 누렇게 변했지만 눈부십니다.
슬퍼하고 이별하는 법을 가르쳤으며, 또 새롭게 사랑하며 사는 법도 가르쳐 주는 수많은 책. 어떻게든 지탱하며 견뎌온 것처럼 또 언젠가는 가야 할 길에 대한 안내판처럼 한 권 한 권 반짝입니다.

포르투갈에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서점과 아름다운 서점이 있습니다.
렐루형제가 설립한 ‘렐루서점’은, 해리포터의 ‘움직이는 계단’의 모티브가 된 크림색 나선형 나무계단의 아름다움과 선별한 책의 품격으로 유명합니다. 입장료 5유로를 받지만, 책을 사면 5유로만큼 깎아줍니다. 해리포터의 팬들은 긴 시간 동안 줄을 서서 이 서점을 이용합니다.
본래는 공장지대였다가 도시 재생 사업을 통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엘엑스팩토리에는 아름다운 ‘레르데바가르서점’이 있습니다. 공중에는 날개가 달린 자전거를 탄 사람의 조형물이 걸려있습니다. 목에 맨 긴 스카프가 날립니다. 애인이라도 만나러 가는 냥, 가볍고 신나게 페달을 밟고 달려가는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자신만의 상상을 합니다.
이 서점들이 선물하는 재미와 신기함과 영감 등을 얻기 위해 각 나라의 사람들은 찾아가고 있는 것이겠지요.
 
물론 책이 우리 고통을 무조건 덜어주거나, 닥쳐올 화를 막아주거나 모든 슬픔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많은 가능성을 제시해 주는 것만은 확실하지요. 또한 내 마음대로 상상하고 움직이는, 나만의 ‘비밀의 성’을 쌓게도 한답니다. 한 권의 책 속에는 누군가는 이미 읽어 기억하거나 잊힌 이야기와, 또 누군가가 앞으로 읽어야 할 이야기들이 담겨있습니다.    
 
읽히는 그날까지, 그 생각을 책갈피에 끼운 채로 책들은 오늘도 도서관과 서점의 책장 안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도 전혀 못 팔았군. 다 재미있는 책인데…. 이렇게 책에 귀를 대 보면, 그 책을 만든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지.”-요시타케 신스케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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