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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이 보약, 서산 농가맛집 ‘소박한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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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이 보약, 서산 농가맛집 ‘소박한 밥상’
  • 이순금 기자
  • 승인 2019.09.30 11:27
  • 호수 1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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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지역의 문화와 이야기를 음식에 담다 ⑦

농촌진흥청은 농촌의 다양한 잠재자원을 활용한 향토음식계승 정책 일환으로 전통 식문화공간인 농가맛집을 조성, 운영했다. 국비사업으로 지원된 농가맛집은 2007년 시범사업으로 시작해 2016년 종료됐지만, 현재 전국에는 약 120여개 소의 농가맛집이 운영 중이다.
충남도내는 총 31개소가 조성, 운영됐다. 이중 고령 또는 대표자 건강악화 등으로 인해 폐업한 4개소를 제외하고 27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2017년 말 현재다.

이와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충남 농업기술원은 농산물 생산·가공·유통·체험·외식분야 기술개발과 지역자원을 연계한 6차 산업화로 생산자와 소비자, 농업과 타 산업간 연계를 통한 농업 및 농외소득 증대를 위해 농촌자원 수익모델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농촌진흥청에서 추진하는 6차 산업화 수익모델과 비슷한 성격이지만 충남 농업기술원이 공모사업으로, 2014년부터 추진해 오고 있는 것이다. 선정 후 2년간 나눠 지원되는 충남도내 농촌자원 수익모델 운영 사업장은 총 21개소다.

청양군내에는 농촌진흥청 인증을 받은 농가맛집이 1곳, 충남도 공모에 응모 선정돼 운영되고 있는 농촌자원 수익모델 사업장 3곳이 운영 중이다. 이들이 어떠한 잠재자원을 활용해 향토음식을 발굴·상품화해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는지 또 이를 통해 얻는 농업 외 소득은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본다. 타 지역 사례도 둘러본다. 이번 호에는 서산 농가맛집 ‘소박한 밥상’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 음식에 필요한 된장, 고추장, 간장 등을 직접 담가 사용한다는 강태갑 대표.

솜씨 좋은 엄마·요리 전공한 딸  
소박한 밥상(대표 강태갑·37)은 서산시 인지면에 자리하고 있다.
강 대표는 이곳에서 강현성(71)·정순자(68) 부부의 4녀 1남 중 넷째 딸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조상 대대로 이어온 이곳에서 생강과 마늘, 콩, 깨 등 농사를 지으며 생활해왔다. 강 대표는 어머니 요리 솜씨가 좋았다고 전한다. 된장, 조청 등 맛을 내는 양념도 직접 담는 모습을 어렸을 때부터 자주 접했단다. 그 영향인지 자신도 요리에 관심을 갖게 돼 2002년 경희대학교 조리학과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요리를 배웠다.
그는 대학 입학 후 3일은 학교에서 또 3일은 시골로 내려와 어머니를 돕고, 어머니가 만든 된장·청국장·조청 등을 ‘옥션’에 올려 판매하는 등 당찬 학창시절을 보내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대학 졸업 후에는 바로 귀촌해 한식 전문 농가맛집인 ‘소박한 밥상’을 이끌어 가게 됐다. 상호 ‘소박한 밥상’은 대학에 다니면서 인터넷 판매 시 만들었다.

“어머니께서 음식 만들기를 좋아하셔서 농사도 짓고 기술센터에서 진행하는 교육에도 많이 참여하셨어요. 그러다 여성일감 갖기 등 농촌여성들을 위한 사업을 받아 제조업부터 체험장 운영까지, 또 체험객을 위한 향토밥상을 제공하다 농가맛집까지 운영하게 된 것이죠. 처음엔 어머니 혼자 자체적으로, 대학 졸업 후 제가 오면서는 함께 운영했어요. 또 인터넷으로 제품을 파는 모습에 기술센터와 농진청 등에서 관심을 가져줬고, 그 인연으로 농가맛집 선정을 받아 2009년부터 규모를 넓혀 운영했죠. 그렇게 소박한 밥상이 탄생했어요.”
이곳의 메뉴는 연잎밥 정식 단품으로 연잎 밥에 된장찌개, 나물, 보리굴비, 수육 등으로 차려지는 한정식이지만 화려하지 않고 집 밥처럼 소박하다는 것이 강 대표의 설명이다. 특히 음식 재료의 60% 이상은 맛집 앞마당에 마련된 넓은 텃밭과 주변에서 자란 것들이다.
“어머니께서 요리도 도와주시고, 아버지와 농사지어 수확한 재료를 대 주세요. 된장이나 참기름 등 양념부터 거의 모든 재료죠. 일부는 지역 특산물을 사용해요.”

농가맛집 최초로 예약제 운영
농가맛집 대부분은 예약제로 운영된다. 또 예약제는 소박한 밥상에서 처음으로 시작했다.
“저희 집이 마을 깊숙이 있어요. 주변에 관광지도 없고요. 홍보 방법도 몰랐고 손님 응대법도 자신 없었습니다. 그래서 예약제를 시작했죠. 저희가 충남도 세 번째로 농가맛집으로 선정됐는데 예약제는 처음일거예요. 또 오셔서 음식만이 아니라 주변경관도 보면서 쉴 수 있도록 하나하나 가꿨죠. 그러니 조금씩 변화가 생겼습니다.”
예약제 시작 첫날, 소박한 밥상의 주인공은 단 10명이었다. 이후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면서 예약 손님이 늘어났고 농가맛집 10년이 지난 요즘, 평일에는 50여 명, 주말에는 100여 명, 성수기인 봄가을과 휴가철에는 하루 200여 명의 손님을 받고 있다.
“처음 예약제를 했을 때 욕 많이 먹었어요. 하지만 이젠 손님들도 당연하게 받아들이세요. 이것은 농사일도 하며 농가맛집도 운영하기 위한 저희의 규칙이고, 꼭 지키고 있습니다.”

▲ 소박한 밥상에 들어서면 가족들이 땀 흘려 가꾼 아름다운 경관을 만날 수 있다.

한식당 운영 어렵지만 매력 있다
소박한 밥상은 오후 3시까지만 문을 연다. 저녁에도 문을 열어달라고 단골손님들은 성화지만 시골이고 특히 주민 대부분 고령자 이다보니 일손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가까운 곳에 있어서 일을 많이 도와주지만 저녁까지 애를 써 달라고는 못하죠. 한식당이 할 일이 정말 많아요. 밑 준비부터 노동시간이 너무 길죠. 어렵게 차려 내도 ‘먹을 것 없네’ 하고요. 그래서 점심때만이라는 규칙을 정했죠.”
강 대표는 한식당 운영이 정말 어렵단다. 조리학과 학생들도 한식과 관련한 곳으로는 취업을 거의 하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자신은 한식당이 무척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대학 때 한식동아리에서 활동했는데 학생이 5명도 채 안됐어요. 양식, 일식, 중식에는 학생들이 엄청 몰렸고요. 하지만 저는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한식이 좋았고,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기분 좋은 것은 당시 한식을 무시했던 선배들이 요즘 저에게 연락해 한식만큼 괜찮은 것 없다, 도시에서도 깔끔한 한정식집, 집밥처럼 하는 식당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할 때에요. 인식이 많이 바뀌었고 저도 한 몫을 한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대학까지 졸업했는데 식당 해?
강 대표는 농가맛집 운영 10년 동안 크고 작은 위기도 많았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시골 정서상 지나친 관심덕분에 “대학까지 나왔는데 식당을 해?”라는 소리를 가장 많이 들었단다.
“주변에서 하는 말 듣기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몇 달 쉬기도 했죠. 하지만 잘 버텨냈고 지금까지 온 것 같아요. 매출도 예전에는 5000만원 만 돼도 좋겠다했는데 요즘은 두 배가 넘습니다. 물론 매출에 비해 순수익은 많지 않아요. 손이 많이 가니 인력도 많이 필요하고 특히 좋은 재료를 써야하니 원가도 비싸서요. 그래도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분들이 인정해 주시고 나름대로 자부심도 생기니 그것에 족합니다.”
이곳 주변에는 유적지 등 관광지가 없다. 길가도 아닌 마을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평일 50여 명에서 성수기 때는 최대 200여 명까지 손님들이 찾고 있다. 좋은 재료로 어머니가 직접 차려주는 밥상이라는 매력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됐기 때문이다.
“호불호가 갈립니다.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는 분은 맛없다고 하고, 옛날 맛 좋아하시는 분은 맛있다고 하고요. 저희가 처음 시작할 때 체인점이 인기를 끌 때였어요. 정성들인 음식은 아니었죠. 그래서 정성담은 음식을 좋아하는 분들을 위해 저희가 시작했고 그런 분들이 지금 단골이 됐어요.”

손님들이 쉴 수 있는 쉼터 조성 
강 대표는 다른 가족들과 함께 농가 카페 조성 계획도 전했다. 주변에 관광지가 거의 없지만 소박한 밥상 단골들만 입소문을 내줘도 충분히 운영이 가능할 것 같단다.
“부모님께서 농사로 5남매를 키워주셨어요. 특히 어머니께서 학구열이 강하셔서 어려웠지만 모두 대학을 마칠 수 있었죠. 그러다 제가 소박한 밥상을 운영하겠다고 했을 때 반대 안하시고 적극 지지해 주셨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저 때문에 젊은이들이 시골로 많이 왔다며 자랑스랍도고도 하셨고요. 저희 사례가 농가맛집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벤치마킹 장소도 되고 제가 직접 가서 교육도 시키고요. 앞으로도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카페에서 차도 마시고 힐링 할 수 있도록 소신 있게 잘 꾸려가고 싶습니다.”

소박한 밥상에서는 지역 특산물 홍보 및 판매도 해주고 있다. 서산 특산물은 생강한과다. 15군데에서 생강한과를 만들고 있다.
“처음에 시기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부모님께서 마을일도 열심히 하시고 이곳에서 지역 농특산물 홍보도 해 드리고 가까이 가려고 노력했죠. 저녁 장사를 안 하는 이유 중 하나도 그것입니다. 대형버스도 들어오지 못해 큰길부터 걸어 와야 하는데 집집마다 개 짓는 소리에 시끄럽더군요. 그런 것들이 주민들에게 불편을 줄 것 같아 저녁장사를 하지 않습니다.”

밥상이 보약입니다. 
이곳에서는 ‘밥상은 약(藥)상’이라는 문구를 새긴 목판을 음식점 벽에 걸어놓았다. 강 대표를 비롯한 가족들은 이 문구를 항상 가슴에 새기면서 건강한 음식 만들기에 정성을 다한단다. 또 소박한 밥상이라는 상호명처럼 앞으로도 소박하지만 정성을 다한 음식을 손님들에게 대접하기 위해 연구하고 공부하며 부지런하게 움직일 것이란다.
“믿을 만한 재료로 성심껏 조리해 속이 편하고 몸에 좋은 음식을 만들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어머니께서 ‘음식 대접할 때, 물 한 잔을 떠 드리더라도, 항시 즐거운 마음으로 줘야 복 받지 불편한 마음으로 하면 복이 달아난다’고 하셨어요. 그 가르침을 잊지 않겠습니다.”

소박한 밥상에는 서울 등 타 지역 손님들이 많이 방문한다. 지역의 명물이 된 것이다. 특히 여름휴가 기간에는 넉넉히 시간을 두고 예약을 해야 음식을 먹을 수 있을 정도다.
30여년 넘게 향토음식을 만들고 연구해 온 어머니의 손맛을 이어 받아 아버지가 농사지은 농산물로 정성껏 건강한 음식을 만드는 강 대표. 서산 농가맛집 소박한 밥상의 이야기였다.

<이 기획기사는 충남도 지역언론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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