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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의 자조모임, 완주 숟가락 공동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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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의 자조모임, 완주 숟가락 공동육아
  • 이동연 기자
  • 승인 2019.09.02 11:36
  • 호수 1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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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아이 키우기 좋은 마을 만들기, 육아 품앗이 ④

아이들이 공동체 생활을 할 연령이 되면 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은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는 것이다. 맞벌이 가정, 핵가족이 늘어나면서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육아를 지역사회 공동의 문제로 인식하고 기관·단체·주민이 함께 협력해야 한다.
여성가족부 사업인 공동육아나눔터는 가정 내 부모, 조부모가 홀로 아이를 돌보며 겪는 이른바 ‘독박육아’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한 소통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는 우리 옛 풍습인 ‘품앗이’를 모티브로 삼아 운영되고 있으며, ‘육아가 행복한 아이 키우기 좋은 마을 만들기’의 대표적인 형태로 그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또한 ‘공동 육아’를 통해 부모 대부분이 겪는 육아의 고충을 해결하고 나아가 아이 키우기 좋은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공동육아협동조합’도 지역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에 청양신문은 전국 시군 단위 공동육아나눔터와 육아돌봄공동체, 사회적협동조합 기관 등 다양한 형태의 운영현황을 파악하고, 지역 내 지차체 육아돌봄시설이 들어설 예정인 구)청양여자정보고의 활용 방안을 모색하려 한다. 
  <편집자 말>


[글 싣는 순서]
1. 해와 달 사회적협동조합, 함께 키우며 협동을 배운다
2. 학교와 마을이 함께 만드는 교육공동체, 마마후
3. 품앗이 지역사랑방 , 천안공동육아나눔터

4. 서로 돕고 의지하는 육아, 완주 숟가락 놀이터
5. 행복한 마을공동체, 대구 남구청 우리 마을교육 나눔

함께 모여 놀다보니 ‘숟가락’
“숟가락은 완주군 고산면에 있는 4~7세 공동육아 모임입니다. 아이들을 자연에서 자유롭게 키우고 싶은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모여 지내고 있습니다. 함께 하고픈 분들은 언제든지 숟가락 문을 두드려 주세요.”
완주 숟가락 놀이터 공동육아(대표 이영미, 이하 숟가락)는 고산면에 있는 한 폐교에서 2014년부터 운영된 육아품앗이 모임이다. 귀농귀촌 후 육아에 어려움을 겪던 3가구가 모여 아이들을 함께 키우면서다.
2015년 5월에는 미디어공동체 완두콩 협동조합, 완주줌마뜨레 제과제빵 협동조합과 함께 ‘숟가락 콩빵’으로 고산면 경제순환센터(구 삼기초)에 터를 잡았다.

▲ 완주 고산면 지역경제순환센터 내에 자리 잡은 완주 공동육아모임숟가락.

완주군에서 공공디자인 사업으로 예산을 지원 받아 내부 리모델링과 운동장 시설 및 모래놀이터 등을 조성했다. 부모들이 직접 실내 공간과 놀이터 제작에 참여했다. 빨간지붕 모래놀이터, 흙산놀이터, 등나무 놀이터, 분수대 놀이터, 그리고 직접 만든 놀이기구와 가구로 공간이 꾸며졌으며, 부모들의 손길로 완성됐다.
이영미 대표가 말하는 숟가락 공동체는 처음부터 형식을 갖춰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아이들의 수요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처음에 3가정이 모여 서로 소풍도 다니고 문화센터 프로그램에도 다니고 하다 보니 친해졌고, 서로의 집에 왕래하기 시작하면서 공동체가 형성됐어요. 아무것도 없이 시작하다가 점점 인원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일정한 공간이 필요한 순간 군 소유 건물을 임대해 터를 잡았죠.”
숟가락은 유아부터 초등까지 아우르는 법인 설립을 준비 중이다.

숟가락의 하루 일과
‘숟가락’이란 이름은 어떤 부모가 “나는 숟가락만 얹어 놓은 것 같아 미안하다”는 말에서 따왔다. 이렇게 모두가 숟가락을 얹으며 아이들의 부모가 교사가 되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현재는 14가구, 21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등원시간은 9시 20분부터다. 아이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하면 부모, 아이, 교사 모두 함께 노래도 부르고 시도 읽으며 아침을 시작한다. 점심 전후에도 주변 나들이나 운동장에서 자유롭게 뛰어노는 시간을 갖는다. 계절이 변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부모들이 직접 만들어 준 놀이터에서 흙놀이도 하고 자유로운 신체활동을 한다.
간식과 식사는 부모들이 당번제로 돌아가며 준비한다. 완주 지역 건강한 먹거리, 생협, 한살림 등을 활용하거나 아이들이 텃밭에서 직접 키운 방울토마토와 옥수수, 고구마 등을 수확해 먹는다. 가공식품보단 자연 먹거리 위주로 식단을 꾸린다.

나답게 너답게 함께 놀자
아이들이 원하고 하고 싶은 놀이를 하게 해주고 그 안에서 아이들이 배우는 것, 그것이 숟가락의 교육철학이다. 아이들 스스로 집중하고 자연에서 자유롭게 생활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
이영미 대표는 “아이들의 선택의 폭이 줄어들고 늘 휴대폰만 들고 있다. 제가 어렸을 때는 동네에서 형, 누나, 오빠들과 함께 뛰어놀고, 무엇이든 마음껏 놀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많았는데, 지금의 아이들은 학교, 학원, 기관 등의 시설을 돌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 아이들이 배롱나무 꽃으로 족욕물을 만들어 친구를 축복해주고 있다.

그래서 지난해부터는 초등 돌봄을 함께 시작했다. 이는 연령대별 구분된 교육이 아니라 모두 함께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형, 누나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창의적 자극, 도전의식, 사회적 관계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기 위해서다.
말 그대로 각자 생긴 그대로 나답고, 너다움을 존중·이해하며 인정하고 배우고 함께 갈등과 마찰을 이겨내고 협력하며 놀고 있다.
이 대표는 “같은 동네, 생활권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이 미리 안면을 트고 부딪혀 보면서 서로의 다름을 알고 그 사이에서 형성되는 관계는 더욱 돈독한 것 같다. 초등학교 진학을 앞둔 아이들은 새로 바뀌는 환경에서도 아는 형, 누나, 언니, 오빠들을 보며 안정감을 찾고 빨리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원칙은 언제든 바뀌는 것
부모들은 숟가락을 부모들의 응원 속에서 최소한의 생존능력으로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능력이 아니라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놀이터가 되길 바란다.

▲ 내부 놀이 공간에서 아이들이 블록놀이를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원칙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고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아이와 부모가 함께 전체회의를 통해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부모들이 이를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는지 등 의견을 나누면서다.
대부분 아이들이 원하는 것(핸드폰 보게 해주세요 등)은 실행되고 있는 편이다. 솔직한 마음과 생각을 서로 표현하면서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 아이들도 어른들의 세계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의식을 심어주고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이 이대표의 의견이다.
일정부분의 위험요소도 포함된다. 제한적인 것이 아닌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든 무엇이든 이뤄진다. 그 결과에는 책임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알게 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한 것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부모들은 의견을 들어주고 생각하며 부모와 아이가 함께 성장하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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