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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지역의 문화와 이야기를 음식에 담다 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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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지역의 문화와 이야기를 음식에 담다 ⑤
  • 이순금 기자
  • 승인 2019.08.26 11:02
  • 호수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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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와 힐링을 한 공간에서 ‘예산 가야수라간’

농촌진흥청은 농촌의 다양한 잠재자원을 활용한 향토음식계승 정책 일환으로 전통 식문화공간인 농가맛집을 조성, 운영했다. 국비사업으로 지원된 농가맛집은 2007년 시범사업으로 시작해 2016년 종료됐지만, 현재 전국에는 약 120여개 소의 농가맛집이 운영 중이다.
이중 충남도내는 총 31개소가 조성, 운영됐다. 이중 고령 또는 대표자 건강악화 등으로 인  해 폐업한 4개소를 제외하고 27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2017년 말 현재다.
이와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충남 농업기술원은 농산물 생산·가공·유통·체험·외식분야 기술개발과 지역자원을 연계한 6차 산업화로 생산자와 소비자, 농업과 타 산업간 연계를 통한 농업 및 농외소득 증대를 위해 농촌자원 수익모델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농촌진흥청에서 추진하는 6차 산업화 수익모델과 비슷한 성격이지만 충남 농업기술원이 공모사업으로, 2014년부터 추진해 오고 있는 것이다. 선정 후 2년간 나눠 지원되는 충남도내 농촌자원 수익모델 운영 사업장은 총 21개소다.
청양군내에는 농촌진흥청 인증을 받은 농가맛집이 1곳, 충남도 공모에 응모 선정돼 운영되고 있는 농촌자원 수익모델 사업장 3곳이 운영 중이다. 이들이 어떠한 잠재자원을 활용해 향토음식을 발굴·상품화해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는지 또 이를 통해 얻는 농업 외 소득은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본다. 타 지역 사례도 둘러본다. 이번 호에는 건강한 음식과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힐링공간을 갖춘 ‘예산 가야수라간’을 소개한다. 중·고등학교 동창이면서 부부인 유근영·이혜영(54) 대표를 만났다.
 <편집자 주>

‘버섯돌이 체험농장’으로 시작
가야수라간이 자리한 예산군 덕산면은 유 대표의 고향이다. 유 대표는 부인과 함께 24년 전 귀향해 친환경 방식으로 표고버섯 농사를 시작했고, 이를 이용해 ‘버섯돌이 표고농장’이라는 이름의 체험농장으로 먼저 고객들과 만났다.

▲ 가야수라간 앞 마당에서 함께 한 유근영·이혜영 부부.

“부모님께서 예산에서 가장 먼저 표고농사를 시작하셨답니다. 그래서 저도 어릴 때 어깨 너머로 배운 기억이 나고요. 하지만 저는 농사로 아이들을 키우며 살 수 없다 생각해 서울로 가 직장생활을 했죠. 그러다 귀향, 표고농사를 시작해 현재에 이른 것입니다. 부모님께서 논밭 1만3000여 제곱미터와 임야 1만3000여 제곱미터를 남기셨고, 이것이 바탕이 됐습니다.”
귀향 후 유 대표는 어릴 때 배운 농사법을 생각하며 부인 이씨와 2만 본의 표고농사부터 시작했다. 수확 후 전량 가락시장에 도매로 넘겨 제 값도 받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국적으로 표고버섯이 과잉 생산되면서 가격은 폭락했고 그 충격은 컸다. 
이에 이들은 어떻게 하면 표고버섯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을까 고민 했고, 2005년 제조가공 허가를 받아 상품으로 나간 나머지로 분말·간장·효소·양갱 등 가공품을 만들었다. 표고 탕수, 표고 영양밥 등 표고버섯을 활용한 다양한 요리도 만들어봤다. 전국을 다니며 다양한 교육과 선진 농장도 둘러봤다. 이를 토대로 체험농장 운영을 시작했다.
이곳 주변에는 수덕사·충의사·덕산온천 등이 위치해 있다. 또 1만 3000여 제곱미터 숲속에 심어져 있던 100여 년이 훨씬 넘은 소나무들과 자연스럽게 조성된 산책로 등은 체험장 운영에 큰 보탬이 됐다. 특히 부부는 방문객들이 왔을 때 지저분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깨끗하고 아름다운 농장 조성을 위해 노력했고, 부모에게 받은 텃밭에 다양한 채소와 과실나무, 꽃나무 등도 심어 체험에 활용했다. 그러다 음식과 문화를 접목해 보면 어떨까 생각했고, 2010년 향토 음식 보존과 농가의 문화를 도시민들과 아이들에게 전파시켜보자는 뜻의 도시지원사업을 받아 농가맛집 ‘가야수라간’을 시작하게 됐다.

▲ 가야수라간의 한 상 차림 모습.

농가맛집에서 궁중음식 만난다
표고버섯 농사와 체험장 운영, 표고버섯을 활용한 음식 개발을 위해 노력해 오던 부부. 특히 부인은 덕산온천이 고향이면서 궁중음식연구가인 황혜성 씨와 동향이다. 덕분에 그의 셋째 딸인 한복진 교수와 인연을 맺어 궁중요리를 배웠고, 1년 여 동안 컨설팅도 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배운 음식을 농가맛집 상차림으로 선보였다.
“한 교수께 요리를 배웠어요. 가게 이름에 수라간이 붙은 이유죠. 수덕사 하면 산채음식으로 소문이 나있죠. 일반인들이 접하기 쉽고요. 하지만 궁중요리는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지 못하죠. 그래서 제가 배운 대로 건강한 식재료로 정성껏 만들어 봤고 이를 상에 올렸습니다. 그렇다보니 농가맛집에서 만나는 궁중요리로 소문이 나더군요.”부인 이 대표의 말이다.
이곳 상차림의 대표 식재료는 물론 표고버섯이다. 여기에 곰취, 엄나무, 블루베리, 뽕잎 등 부부가 직접 기른 채소들과 산야초, 지역 농산물론 만든 음식들로 상이 차려진다.
특히 대부분의 향토밥상에 올라오는 밥과 나물, 무침류, 젓갈 등 반찬 위주가 아닌 이곳 상차림에는 한 가지 한 가지가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요리로 채워진다는 것이 부부의 설명이다. 전통적인 농촌음식에 현대적인 스타일로 이 대표의 궁중요리를 더했기 때문이란다.
“사실 2010년 농가맛집 선정 후 5년 정도는 체험형태의 식사만 제공했었어요. 이곳이 일반식당을 할 수 없는 생산관리지역이었기 때문이죠. 고생했고, 2016년 관리법이 개정되면서 일반음식점과 체험장을 함께 운영할 수 있었어요. 그러니 정상운영은 4년 정도인 셈이죠.”

각자 역할 나눠 최선 다한다
이들 부부에게는 현재의 가야수라간 바탕이 된 부모의 유산 외에 큰 재산이 또 있다. 두 아들이다. 특히 둘째 명걸(28) 씨는 식품영양학 전공 후 현재 부모를 도와 가야수라간에서 요리와 영양을 맡고 있어 든든하단다.  
“저는 농촌체험지도사로 체험장 운영과 농사짓기, 음식 설명을 맡고 있어요. 아내는 아동요리체험지도자로 전통음식체험학교 운영과 궁중요리 담당이고요. 아들은 영양학을 전공했고 군대 취사병 출신으로 아내를 도와 요리와 영양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역할을 나눈 것이죠. 사실 아내가 요리를 너무 해 손목이 아파 고생을 많이 했었어요. 그래서 아들에게 도움을 청해 함께 하고 있는 것입니다.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나서는 것을 싫어하는 아내 이씨와 다양한 사회활동으로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유씨, 또 관련 학과를 나와 내적 충실함을 더한 아들까지 이들은 삼박자를 갖춰 가야수라간을 운영해 가고 있다.

연평균 5000여 명 방문 체험
이곳은 충남 6차산업 농촌융복합사업 인증과 충남 로컬푸드 미더유식당으로 선정된 곳이다. 농촌진흥청에서 발행하는 그린매거진에 두 차례나 소개됐고, 외국인들에게 홍보하는 한국농촌으로 떠나는 힐링여행(healing trip to korean farm)에도 실렸다.
“주변에 기관들이 많다보니 외국 귀빈들도 많이 오셔요. 한번은 도청에 오신 폴란드 손님들이 저희 집에서 식사를 하셨는데, 그분들이 다시 도청을 방문하면서 저희 집에 식사예약을 부탁하셨답니다. 그럴 때 참 기분이 좋아요. 이렇게 드시고 간 분들이 입소문을 내 주시는 것 같아요. 그렇다보니 농가맛집 손님들은 물론 체험객이 늘었어요.”
표고버섯 재배 시설을 자세히 들여다 불 수 있고 또 그 표고버섯을 이용한 요리와 손수 재배한 다양한 채소로 건강하고 감감적인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가야수라간. 더불어 향토요리체험장으로서도 그 입지를 넓히고 있는 가야수라간에는 연중 5000여 명이 방문하고 있단다.

▲ 이 대표가 앞마당에 열린 자두를 따고 있다. 가야수라간은 거의 모든 재료를 이처럼 직접 재배해 사용하고 있다.

더 시골스럽게 가꿔 나갈 계획
이곳도 100% 예약제로 운영된다. 특히 이곳은 8명 이상 최대 60명까지 예약가능하고, 일반 손님은 하루에 8명 이상씩 2팀만, 수행원을 동반한 손님의 경우는 한 팀만 받고 있다.
“대접받고 간다는 생각이 드시도록, 그래서 꼭 재방문하도록 하자는 것이 저희 생각입니다. 물론 손님을 많이 받으면 매출은 오르겠지만 그 만큼 소홀해 질 것 같아서 규정을 정했죠. 특히 주변에 관공서가 많아서 중요한 손님들이 많이 오셔요. 당연히 수행원들도 함께 오죠. 그래서 기관은 하루 1팀만 예약 받아 따로따로 드시도록 하고 있습니다.”
100% 예약제 및 하루에 2팀만 받는다는 이들의 결심에 많은 사람들이 큰 걱정을 했단다. 운영이 가능하겠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거의 모든 식재료를 직접 생산해 사용하기 때문에 비용을 줄일 수 있어 무리가 없다고 답변했단다.
“이곳은 6차 산업 인증 농장이어서 농사가 우선이에요. 체험도 해야 하고요. 그래서 예약제를 하는 것이에요. 또 음식이 나오면 관련 설명을 해 드립니다. 최대한의 서비스를 제공 해 드리기 위해 예약을 2팀만 받는 것이고요,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예요.”
부부는 주변이 도시화 되면 될수록 가야수라을 더 시골스럽게 만들어 운영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조경수와 유실수 등으로 꽉 찬 농장을 더 잘 가꿔 나가겠단다.

‘팜 투 테이블(Farm to Table)’은 농장에서 갓 수확한 식재료를 곧바로 식탁 위에 올리는 식문화 트렌드다. 가야수라간도 팜 투 테이블 형식이다. 직접 농사지은 농산물로 요리를 만들어 곧바로 귀한 손님들을 위한 식탁 위에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대로 내려오는 집안의 별미와 조선왕조 궁중음식을 전수받아 특별한 식사를 맛볼 수 잇는 가야수라간.
충남로컬푸드 미더유 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유 대표 부부는 앞으로도 이곳을 방문하는 손님들을 왕처럼 대접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가야수라간이 복잡한 도시를 떠나 방문하는 도시민들에게 힐링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이 기획기사는 충남도 지역언론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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