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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짜릿한 – 여행! 5. 에스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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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짜릿한 – 여행! 5. 에스파냐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9.08.20 10:09
  • 호수 1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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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중세도시, 톨레도
▲ 오르가스 백장 매장

‘꿈을 꾼다. 이룰 수 없는 꿈일지라도’-세르반테스「재기발랄한 시골 귀족 라만차의 돈키호테」

아기자기한 성모상과 도자기, 커피잔이 진열된 기념품집을 순례(?)하며 구입한 대서양빛 아줄레주 문양의 푸른잔에 커피를 가득 따릅니다. ‘오브리가다’, 고맙다는 포르투갈어가 문득 생각납니다.

▲ 골목

인생은 선택이 아니라 사는 것-‘더 웨이’
오렌지쥬스와 빵, 바나나가 들어있는 도시락을 받았습니다. 파티마에서 톨레도까지는 약 5시간을 가야 하는 거리라서 아침 일찍 출발합니다. 흰꽃들이 만발하였습니다.
산티에고 순례길에 관한 영화를 봅니다. 세상을 제대로 배우겠다고 순례길로 떠난 아들이 여행 첫날에 사고를 당하자, 아버지가 아들의 시신을 찾고자 길로 나섭니다. 아들의 마음을 찾아 산티아고 길을 걸으며 경이로운 경험을 하는 아버지를 보여줍니다. 802킬로, 각기 다른 의미를 품고 떠나는 순례길이지만 같이 걷고 먹고 자면서 공감하고 지지합니다. 또 다른 여행지에서 산티에고 순례길이 목적인 여행객을 만났습니다. “이유가 꼭 있어야 하나요? 그냥요!”  

기독교·유대교·이슬람교의 공존 
바람이 많은 고원, 사랑받는 광기 돈키호테의 도시, 3면이 따호강에 둘러싸여 있는 천혜의 자연 요새, 군수 공장, 시간이 멈춘 골목도시, 중세시대 속으로 들어갑니다.
에스컬레이터를 몇 번 바꿔 타며 언덕에 오르자, 구시가지의 아름다운 톨레도가 한눈에 보입니다. 

세계문화유산도시 톨레도는 11~16세기까지 에스파냐의 정치·경제·문화·사회의 중심지였습니다. 기독교인과 유대인들과 무어인들이 함께 살았던 곳으로, 서고트왕국의 수도였습니다. 옛날의 흔적이 남아있는 건물들과 조각조각 다듬은 모양의 벽과 대문을 봅니다. 
이슬람사원들과 서고트스타일의 건축물과 유대교회, 르네상스의 구조물로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구시가지의 미로처럼 뚫린 황토빛 골목길은, 중세 속으로 풍덩 빠진 것 같습니다. 무어인의 손길을 느끼기에는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빗살무늬 담벼락에 손바닥을 대봅니다. 햇살을 받은 벽은 따끈따끈합니다.
골목길은 금속공예의 발달로 총과 칼, 갑옷과 장신구들이 주렁주렁 진열돼 있으며, 금·은·도자기로 만든 조각품 기념가게가 많아 걷느라 보느라 느끼느라 바쁩니다.  

▲ 산토 토메 성당

딱 그림 한 점-산토 토메 성당
좁고 복잡한 골목골목은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닌가 착각하게 만들고, 여러 문화가 공존하여 독특한 정취를 느끼도록 합니다.
골목 사이로 무데하르 양식으로 지어진 자그마한 성당이 있습니다. 워낙 큰 성당만 보았던 탓인지 성당 같지 않습니다. 길옆의 가게 같습니다.
성당 내부에서 매너리즘 미술 양식의 대가 엘 그레코의 걸작 <오르가스백작의 매장>을 봅니다. 신앙심이 깊었던 톨레도의 오르가스백작의 장례식 때 일어난 기적을 묘사한 그림으로, 현실 세계와 영적인 세계가 그려 있습니다.
<천지창조>와 <최후의 만찬>과 함께 세계3대 성화입니다. 단지 이 그림 한 점으로 산토 토메 성당은 유명합니다. 
 
 

▲ 톨레도 대성당

와우!-톨레도 대성당
구시가지 중심에 있는 톨레도 대성당은 순수한 고딕양식의 건축물로 에스파냐 가톨릭의 총본산입니다. 세련된 조각의 건축물이기도 하지만, 엘 그레코와 프란시스코 고야 등의 작품 배치로 미술관을 연상하기도 합니다.   
1만8000킬로그램의 대형 종이 있는 첨탑과, 지옥·용서·심판의 문이 성당 정면에 있습니다. 중앙에 있는 용서의 문을 지나면 죄가 없어진다고 전해집니다. 그래서인지 이 문은 특별한 날에만 개방됩니다.

성모상과 예수의 탄생, 성모의 승천 내용 등이 온통 황금빛으로 장식된 엄청나게 화려한 중앙 제단은 이 성당의 자랑입니다. 맞은편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성가대석이 있습니다. 삼면이 섬세한 조각으로 장식된 호두나무로 만든 50개의 의자 위로 바로크양식의 파이프오르간이 마주 보고 있습니다.
성가대 앞쪽으로 백색옷을 입은 성모자상이 있습니다. 환하게 웃는 성모의 턱을 아기예수가 만지고 있습니다.   
 

▲ 트란스파렌데

대리석과 석고, 수많은 보석과 화려한 장신구로 제작한 ‘엘 트란스파렌데 제단’ 위쪽에는 천장을 둥글게 깎아 채광창을 만들었습니다. 채광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은 마치 영적인 후광이 비치는 듯, 또한 아기천사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합니다.
오색으로 그림을 넣은 스테인드글라스, 4명의 천사들이 받치고 있는 금과 은으로 만든 화려하고 정교한 성체현시대, 성모마리아가 발을 딛고 서 있었다는 전설의 돌, 두 대의 파이프오르간에서 뿜어져 나오는 음악이 대성당을 흐르면 어떤 기분이 들까 두근거립니다.          

오래된 골목에 사람들의 온기가 가득합니다. 오후의 직사광선을 막기 위해 차양이 길게 드리워진 골목길을 걸으며 돈키호테를 떠올립니다.
“걸핏하면 내 이름을 들먹이지 말고, 나의 험난하고 흥미진진한 모험담을 제대로 읽어봐!”, 노새에 몸을 싣고 사방을 떠돌던 돈키호테가 오늘 이 길을 타박타박 걷는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생각합니다.
 
가장 에스파냐다운 도시, 기독교와 유대교와 이슬람교 유적의 공존으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지녔는데도 괜히 서글픈 곳, 톨레도는 세비야와는 또 다른 분위기로 마음을 잡습니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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