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우리나라가 일제의 강점으로부터 광복한지 74주년을 맞았다. 우리나라는 광복 후 경제와 사회 전반에서 눈부신 발전을 일궈냈지만, 일제강점기 남겨진 아픈 역사의 흔적은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남양면 백월산 소나무는 일제의 수탈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살아있는 역사관이다. 백월산을 오르다 보면 노송의 껍질이 ‘V’자 형태로 벗겨지고 목심에 수십에서 수백 개의 톱질자국을 발견하게 된다.
이 상처는 일제강점기 말기인 1941년부터 1945년까지 송진을 채취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 얼마나 깊게 소나무에 상처를 냈는지 수십 년이 흘렀어도 껍질이 아물지 않고 속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일제는 소나무에서 채취한 송진을 가공해 송탄유로 만들었고 전쟁 막바지에는 항공유 등 군수용 기름으로 사용했다. ‘V’자 홈이 파진 소나무는 제대로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해 뒤틀리고 변형돼 곧게 자라지 못했지만, 죽지 않고 아름드리나무로 자랐다
백월산에는 일제의 송진 수탈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소나무가 마치 이정표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산 정상부근과 산등성이를 따라 소나무 군락지가 조성돼 있는데 노송은 한결같이 송진채취 흔적이 있어 역사교육 가치가 높다.
그러나 소나무 군락지는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잡목이 자라고 우거져 정비가 필요한 실정이다. 군이 충남도의 지원을 받아 백월산 정비사업을 실시하고 있지만, 일제의 자원수탈을 알리고 역사의식을 심어주는 교육장소가 되기 위한 대대적인 관리와 정비가 요구되고 있다.
이밖에 백월산은 지층의 변화를 알려주는 퇴적바위가 인상적이다. 퇴적바위에는 강변에서 볼 수 있는 둥글 돌 등이 박혀있어 마치 시멘트나 콘크리트에 돌을 넣고 굳힌 모습이다.
일부 바위에서는 조개껍질도 발견, 이는 수백만 년 전 지각변동 등 원인으로 강이나 호수가 산이 됐기 때문이다.
이정호 남양면장은 “유년시절부터 백월산을 지켜보면서 이곳처럼 소나무 군락지가 제대로 보전된 곳은 드물다. 백월산은 또 강이나 호수에서 발견되는 돌이나 조개껍질 등이 발견되는 퇴적층 바위가 많아 지질학적 연구가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면장은 “산 중턱까지는 군에서 관리하지만 중턱부터 정상까지는 관리주체가 충청남도”라며 “도와 군이 함께 등산로와 숲을 정비하면 역사와 과학적 교육장과 관광지로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