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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지역의 문화와 이야기를 음식에 담다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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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지역의 문화와 이야기를 음식에 담다 ④
  • 이순금 기자
  • 승인 2019.08.12 10:14
  • 호수 1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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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과 사랑에 빠진 부여 농가맛집 1호 ‘나경’

농촌진흥청은 농촌의 다양한 잠재자원을 활용한 향토음식계승 정책 일환으로 전통 식문화공간인 농가맛집을 조성, 운영했다. 국비사업으로 지원된 농가맛집은 2007년 시범사업으로 시작해 2016년 종료됐지만, 현재 전국에는 약 120여 개 소의 농가맛집이 운영 중이다.
이중 충남도내는 총 31개소가 조성, 운영됐다. 이중 고령 또는 대표자 건강악화 등으로 인  해 폐업한 4개소를 제외하고 27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2017년 말 현재다.
이와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충남 농업기술원은 농산물 생산·가공·유통·체험·외식분야 기술개발과 지역자원을 연계한 6차 산업화로 생산자와 소비자, 농업과 타 산업간 연계를 통한 농업 및 농외소득 증대를 위해 농촌자원 수익모델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농촌진흥청에서 추진하는 6차 산업화 수익모델과 비슷한 성격이지만 충남 농업기술원이 공모사업으로, 2014년부터 추진해 오고 있는 것이다. 선정 후 2년간 나눠 지원되는 충남도내 농촌자원 수익모델 운영 사업장은 총 21개소다.
청양군내에는 농촌진흥청 인증을 받은 농가맛집이 1곳, 충남도 공모에 응모 선정돼 운영되고 있는 농촌자원 수익모델 사업장 3곳이 운영 중이다. 이들이 어떠한 잠재자원을 활용해 향토음식을 발굴·상품화해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는지 또 이를 통해 얻는 농업 외 소득은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본다. 타 지역 사례도 둘러본다. 이번 호에서는 부여군 농가맛집 1호 ‘나경’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 이영숙 대표는 직접 만든 전통장으로 손님들의 밥상에 올릴 반찬을 만든다.

주 재료는 표고 등 9가지 버섯
‘나경’(대표 이영숙·64)은 2013년 문을 열었으며, 2014년 충남로컬푸드 인증제도인 미더유 인증을 받은 곳이다.
이곳은 우리나라 최고의 표고버섯 생산지인 부여에서 관련 농사를 짓고 있는 이 대표가 표고 등 아홉 가지의 버섯이 들어가는 전골을 기본으로 탕수·불고기·강정·밥까지 건강하고 맛 좋은 버섯을 이용한 밥상을 선보이고 있다.
이밖에도 표고쌈장과 곁들여 먹는 표고버섯과 수육도 일품이고, 고기대신 부친 두부를 넣어 만드는 버섯전은 채소육수에 들깨가루를 넣어 고소함이 입 안 가득 퍼진다. 버섯으로 만든 묵은 이곳만의 특별한 메뉴다. 식후에는 표고효소차가 제공되는데 진한 표고향이 깔끔하다. 특히 주 메뉴인 전골에는 향이 강한 파와 마늘 등이 사용되지 않는다. 버섯 고유의 향을 손님들이 느끼도록 하겠다는 주인장의 결정이다. 
“표고농사를 지은 것은 20년이 넘었어요. 덕분에 나경도 시작하게 됐죠. 표고농사를 지으면서 버섯으로 이것저것 요리를 만들어 보곤 했어요. 취미로요. 그러다 농업기술원을 다니며 전통장 만드는 법부터 술 빚는 것까지 7년 동안 음식관련 교육을 받았고, 농가맛집에 선정됐죠. 이후 컨설팅 없이 제가 농사지은 표고버섯을 주 재료로 한 요리를 만들어보자 해서 버섯전골로 시작 했습니다. 취미였던 요리가 직업이 됐습니다.”

깔끔 담백한 맛 소문 손님 늘어
나경이 위치한 곳은 한적한 시골마을로 사람들의 왕래가 그리 많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버섯요리가 담백하고 깔끔하다는 소문이 시나브로 퍼지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때문에 이 대표 혼자만으로는 운영이 어려웠고, 급기야 서울에 살던 딸 조진희(42) 씨를 불러 내려 함께 나경을 운영해 가고 있다.
“저희는 고기 없는 버섯전골이 주예요. 그렇다보니 처음 드시는 분들은 버섯전골에 고기가 없다고 시큰둥하셔요. 하지만 드신 후 담백하고 깔끔하다며 단골손님이 되시죠. 그렇다보니 시간이 지나면서 손님들이 많아졌죠. 또 저희는 손님들에게 채소 하나하나부터 모든 음식에 대해 설명을 해 드립니다. 그러니 혼자는 너무 버거웠죠. 그래서 딸을 불러 내렸습니다. 지금은 음식 뿐 아니라 체험 프로그램 운영 등 저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 맡아주고 있어요. 시골이어서 일손이 부족해요. 딸이 없으면 저 혼자 해야 하는데 너무 버겁죠. 든든합니다.”

▲ 부여 나경의 한상차림 모습. 더함도 덜함도 없이 담백하고 깔끔한 모습이다.

100% 예약제…거부감 많았지만
나경은 100% 예약제로 운영된다. 버섯농사를 직접 지으면서 운영해야하기 때문이란다.
“배추, 무, 양념류 등 다양한 농사도 지어요. 무청을 이용한 시래기도 직접 말려서 사용하죠. 음식에 관심이 많다보니 옛날 어른들은 어떻게 했을까 하는 것도 공부하고 제 음식에 활용도 해 보고, 체험객도 받고요. 그러다보니 바쁩니다. 농사도 짓고 손님도 받아야 할 만큼 일손도 넉넉하지 않고요. 그래서 예약제를 하죠. 단, 주중에는 거의 단체만, 주말에는 가족단위까지 모두 받고 있어요. 초창기에 지역 분들은 거의 오지 않았어요. 예약제에 대한 거부감과 시골에서 버섯을 자주 접하다보니 선호하지 않았죠. 지금은 많이 달라졌죠.”
음식 만들기를 좋아하는 이 대표는 표고버섯 등 직접 농사지은 채소로 장아찌도 만들어 밥상에 올리고 있으며 호응을 얻고 있다. 먹어본 손님들은 대부분 구매의사를 전한단다. 특히 강된장, 장아찌, 마늘 고추장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은 체험객들에게 인기 짱이다.

한식대첩 2 우승…백종원이 극찬 
‘내가 키운 표고는 내가 제일 잘 안다’는 생각으로 이를 이용해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내고 있는 이 대표는 2015년 올리브 TV에서 방영된 요리 경연 프로그램 ‘한식대첩 시즌 2’의 우승자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공주시 수정식당 김태순 대표와 팀을 이뤄 버섯이 들어간 닭백숙, 꽃게 시래기찜 등 한상차림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심사위원이었던 백종원 더본코리아 사장으로부터 ‘식재료 본연의 맛을 내면서도 요리 구성이 독창적’이라는 칭찬을 받았어요. 한식대첩에 출연하느라 3개월 정도 문을 닫았고 정말 힘들었지만 보람이 컸던 것 같습니다.”
이 대표는 이밖에도 한식에 관심이 많은 다섯 명의 글로벌 탑 셰프들이 한식 고수들과 팀을 이뤄 대결을 펼치는 ‘한식대첩-고수외전’에도 나가 그 실력을 보여준 바 있다.
이런 모습들은 전국에 알려졌고 여기저기서 교육 문의가 이어졌다. 덕분에 이 대표는 국내는 물론 멀게는 베트남까지 가 한 달 동안 지내면서 그 나라의 재료를 이용한 장아찌 만들기 등 교육을 할 정도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 농가맛집 운영과 함께 표고 등 버섯을 활용한 음식체험을 진행하고 있는 이 대표.

‘좋은 음식 해줘서 고맙다’는 말 보람
이 대표는 음식을 먹은 후 “건강한 밥상을 대접받고 가는 것 같다”는 말을 가장 좋아한단다. 특히 “좋은 음식을 해 줘서 고맙다”는 말은 그동안의 어려움을 모두 잊게 한다. 
“앞으로도 대접받고 간다는 생각이 드시도록 건강하게 맛있게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겠습니다. 저는 음식을 만들 때 정말 행복하고 즐거워요. 그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면 좋겠어요.”
이 대표는 또 앞으로는 장아찌 사업에 더 매진하고 싶다는 계획도 전했다. 아직까지는 다양한 장아찌를 나경의 밥상에서만 선보이고 있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고객들이 맛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직접 농사를 지었고 맛부터 위생까지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즉석조리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하더군요. 교육 등 갖출 것은 다 갖췄는데, 행정적인 처리가 아직 남아있습니다.  시간을 갖고 준비해 보려고 합니다.”
직접 농사지은 버섯을 따 소금만 넣고 볶아도 맛있다는 이 대표는 앞으로도 직접 농사지은 재료로 건강한 음식을 도시민들이 맛볼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을 전했다.
아름다울 나, 빛날 경, 버섯으로 차려지는 아름답게 빛날 밥상을 소비자들에게 대접하고 싶다는 부여군 농가맛집 나경이었다.

<이 기획기사는 충남도 지역언론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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