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4 15:03 (수)
나를 기다리는 무언가 … 반려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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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기다리는 무언가 … 반려식물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9.07.08 10:50
  • 호수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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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소박한 사물과 사람들

‘아무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우리는 금방 친구가 되었다. 나를 소개할 필요도 없었고, 스스로를 치장하거나 즐거운 표정을 짓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 건강한 방식이 나를 기쁘게 만들었다.’-임이랑, ‘아무튼, 식물’부분

‘식물 덕후’, 젊은 식물애호가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화단을 방불케 실내에 꽃을 피우고 식물을 가꾸던 어머니들의 취미생활이 젊은 세대로 번지고 있습니다. 식물을 이용한 인테리어가 주를 이루고, ‘반려식물’이란 표현이 등장했습니다.
식물을 잘 돌보는 것을 시작으로, 식물과 교감하여 마음을 평온하게 하며, 식물과 가족처럼 오래오래 지내며 성장한다는 의미의 ‘반려식물’, 식물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쓰기 시작한 말로, ‘반려로봇’과 ‘반려인형’과 함께 유행입니다.
 
오랫동안 중장년층의 식물 가꾸기가 많은 식물을 키우고 난초를 키우는 것이었다면, 최근 20~40세대들은 단 한 개의 화분일지라도 심혈을 기울여 키우는데서 즐거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적은 비용으로 정성을 쏟는 만큼 자라주는 생명력을 확인하는 기쁨 이상으로 지친 마음을 식물에 기대곤 합니다. 늘 돌봐야 하는 반려동물보다 부담이 적으며, 개인적 정보를 더 신뢰하는 젊은 세대에게 있어 새로운 가족으로 식물이 뜨고 있다는 것입니다.
 
2000~3000원짜리 작은 화분부터 값이 비싼 빈티지 토분(토기 화분)을 구입하거나, 구하기 어려운 이국적인 식물을 찾는 성향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수입식물을 ‘직구’해서 기르고, 싹을 틔우며 키우기도 합니다.
땅에 심는 것이 아니라, 주거환경에 맞춰 베란다나 햇볕이 드는 곳에서 식물을 키웁니다.
최근 심각한 미세먼지로 인한 실용적이고 미적인 이유만큼이나, 마음의 문제까지도 해결해주기 때문이랍니다.

일과 사람에게 배신당해 도저히 집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에너지가 남지 않았을 때, 생의 이른 시기에 ’번아웃‘을 경험할 때, 반려식물을 키워보라고 식물애호가들은 글을 썼습니다. 고도화된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안정을 주고, 정성을 들인 만큼 잘 자라주는 식물을 보면서 건강한 즐거움을 얻으라고 합니다.
살아있는 아름다움에 더구나 나를 귀찮게 하지 않으며, 내가 버리지 않으면 떠나지 않는, 가장 이상적인 친구의 모습, 어쩌면 밀레니얼 세대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추구하는 이상형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경이로운 식물의 세계를 보고 그리며 산책하는 ‘식물산책’, 삶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 만난 식물들의 이야기 ‘아무튼, 식물’, 집에만 오면 죽는 식물을 어떡하면 좋을까라는 물음에서 시작된 ‘식물저승사자’, 식물 관리법에 대한 ‘식물을 들이다’, 지친 마음을 반려식물로 처방해 드린다는 ‘식물의 위로’ 등, 식물 덕후들의 식물과 더불어 사는 방법과 일상이 담겨 있습니다.    
 
1인 가구의 새 친구로 한창 뜨는 식물, 거실 풍경을 바꾸던 조그만 화분이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고 친구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단순히 관상용이나 인테리어 포인트용이 아니라, 공기정화, 음이온 방출 등 좋은 효과를 내주기 때문으로 키우는 단계를 지났습니다. 식물원을 거닐며 야생화를 찾아 힐링을 하던 단계도 넘어, 이제는 ‘식물인간’ 식물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식물에 관한 에세이가 많이 출간되고, 카페나 인터넷상에서 ‘#식물’은 인기트렌드 중 하나입니다. 더불어 정원사와 식물 세밀화가 등의 직업에 관심이 쏠리기도 합니다.

몇 개의 난초화분을 방안에 두었습니다. 유리창쪽 화분에 이방인이 들었습니다. 어디서 왔는지, 이름은 뭔지, 꽃은 필지, 그렇다면 열매는 맺을지, 모르겠습니다. 몇 년 동안 베란다에도 한 번 나가보지 않은 난초화분에 다른 싹이 난 것입니다. 난 뿌리 사이에 솜털이 뽀얀 뿌리를 가늘게 내밀며 조그만 잎을 키웠습니다. 바람에 붙어 왔으리라 여기면서도, 14층까지 올라왔다는 것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십여 년을 같이 살면서, 때때로 물을 주면서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떠 올리기는 했어도, ‘반려’라고 생각한 적 없었던 반려식물(?), 그러다 듬성듬성 남은 몇 개의 가는 잎마저 떨어지고 나면 더 서운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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