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소박한 사물과 사람들…황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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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소박한 사물과 사람들…황매화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9.06.10 17:40
  • 호수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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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왜가리‧개똥지빠귀의 계절…황매화

이팝나무가 무색할 정도로 산딸나무가 층층으로 꽃을 피워 올려 큰 꽃나무가 되었습니다. 초록잎 위에 눈송이처럼 꽃을 앉혔습니다. 철창 울타리사이로 삐죽삐죽 나온 장미와 떨어져 뒹구는 장미꽃잎은 아파트 골목을 붉게 물들입니다. 마을 초입이나 고추밭 둘레에서 햇볕을 담뿍 받고 있는 양귀비꽃 또한 붉은 꽃이 피는 소만절기, 초여름을 알립니다.

담 너머로 황매화가 가지를 길게 뻗었습니다. 아카시아와 찔레꽃으로 하얗던 계절이 가고 붉은 꽃들의 계절 또한 무르익었습니다.
 길모퉁이에 갈색무늬의 어르신유모차가 삐딱하게 세워져 있습니다. “냄새가 좋아! 우리 손녀가 노랭꽃을 참 좋아혀.” 밝고 환한 노랑꽃이 할머니의 시선과 마음을 함빡 받고 있습니다. 가지에 붙어 핀 송이송이 노란 꽃송이를 들여다보고 계십니다.
  

초록빛 잎과 함께 피는 꽃은 보통 4~5월에 아름다운 황색으로 피지만, 아랫장터 이 골목에는 지금 한창입니다. 햇볕이 잘 드는 골목에서 수북하게 피어 늦은 노랑꽃잔치를 합니다.
한낮의 따가운 햇살에 바랜 듯한, 야들야들한 꽃잎 끝에 군데군데 하얀 반점이 있는, 동글동글한 작은 꽃은 한 송이 한 송이 톡톡 손집게로 따고 싶은 충동을 일으킵니다. 손녀에게 준다고 떨어진 꽃송이를 줍는 할머니 머리에, 한 송이 꽂아드리니 밝고 명랑한 소녀가 되셨습니다.     
 

꽃 모양이 매화를 닮은데다 노란색이라서, 장미과 장미목임에도 불구하고 황매화라 부릅니다. 녹색의 긴 타원형 잎은 가장자리가 톱니모양입니다. 곁줄기를 뻗어 무리를 이루며 자라는 황매화는 가시나무가 변한 꽃이라는 전설이 있으며, 꽃의 모양이 그릇 같다하여 ‘금완’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에서 잘 자라며 습기는 좋아하지만 그늘은 싫어합니다. 양지바른 어덕이나 울타리 밑에서 무더기로 자라 꽃이 피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꽃은 갈라지는 가지 끝에 달려 핍니다. 
 

꽃은 5장의 꽃받침조각과 꽃잎으로 피는 홑꽃 황매화와, 많은 꽃잎이 다닥다닥 붙어 수술과 암술을 찾아보기 힘든 겹꽃 겹황매화로 구분합니다.
겹꽃황매화‧죽도화‧죽단화로 부르기도 하는 겹꽃은 주로 습한 곳과 산골짜기에서 잘 자랍니다. 열매를 맺지 않아 꺾꽂이나 포기나누기로 번식하지만, 성장이 빠르며 추위와 공해에도 강합니다. 다만 바닷물에 견디는 성질이 약해 바다 가까운 곳에서는 잘 자라지 않습니다.
꽃잎이 겹으로 많다보니 황매화보다 훨씬 화려하여, 요즘은 겹황매화를 더 많이 심어 키운답니다. 5개의 암술이 많은 수술과 섞여 있는 꽃을 보면서, 매화와 닮은 곳을 찾아봅니다.  
 잎은 가을이면 꽃만큼이나 노랗게 물이 듭니다.
겨울에도 푸름을 잃지 않는 줄기와 가늘고 긴 가지들은, 1년 내내 초록빛을 띠며 둥글게 아래로 늘어집니다. 열매는 초가을에 꽃받침에 싸인 채로 흑갈색으로 씨앗이 익습니다.

담장을 넘어 온 꽃이 내품는 향기는 그렇게 은은할 수가 없습니다. ‘숭고‧높은 기풍’의 꽃말이 실로 어울리는 좋은 향기를 지녀, 혹자는 ‘기품 있는 향기’라고 높은 평가를 합니다.
옛날에는 임금님한테 선택된 꽃을 ‘어류화’라 했습니다. 그토록 은은하고 기품 있는 향을 지녔지만, 황매화는 임금님한테 선택받지 못하고 궁 밖으로 내보내져 ‘출단화·출장화’라 불리기도 합니다.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고 쑥쑥 잘 자라 주변을 환하게 합니다.   

짙어가는 산그늘을 밟으며, 모내기가 끝난 논둑을 걷습니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어린모가 소소소 초록몸을 찡그립니다.
예전에는 모내기와 보리 베기를 했던 시기 ‘망종’절기입니다. 시절이 빠른 연유로 이미 모내기는 끝났지만, 콩 심고 풀 메기, 벌레 기피제 뿌리고 고구마 모종 부식하기, 감자잎 무당벌레 잡기와 양파·완두콩 수확하기, 대파씨를 받고 매실주 담그기 등 할 일이 많은 절기랍니다. 대치고랑에서 푸성귀를 다듬고 꿀벌을 키우는 친구 얼굴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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