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소박한 사물과 사람들 '히아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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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소박한 사물과 사람들 '히아신스'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9.04.22 14:44
  • 호수 12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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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슬픔의 알뿌리… 히아신스

명자나무도 꽃을 피웠습니다. 주홍꽃잎 속에 흰꽃잎도 드문드문 섞였습니다. 고만고만한 키에 노란꽃술을 가득 담은 작은 꽃잎을 보면, 꽃이라도 참 야무지다는 생각이 듭니다. 툭툭 떨어진 목련의 빛바랜 꽃잎을 보자, 피기도 전에 마셨던 목련꽃차의 향이 생각납니다. 봄이 다 오기도 전에 냉큼 왔다 간 목련 대신, 명자꽃이 봄의 자리를 지켜줍니다. 

꽃이 졌어도 이미 한참 전에 졌어야 할 히아신스가 비단결같이 보드라운 꽃송이를 다닥다닥 매달았습니다. 실내 유리컵이나 화분에서만 보던 꽃을 길가에서 보며 향을 맡아봅니다. 옹알옹알 금방 필 듯이 부풀은 꽃줄기도 슬슬 올라옵니다. 꽃줄기는 금방 쑥쑥 자라서, 자신을 폭 감싼 채 지켜주는 푸른 잎사귀보다 높게 올라가며 꽃과 향을 터트릴 것입니다.
 
발칸반도와 터키가 원산지인 알뿌리식물 히아신스는 비늘줄기가 있는 달걀모양의 알뿌리에서 흰 머리카락처럼 뿌리가 길게 나오며, 알뿌리의 색깔에 따라 화려하고 다양한 색의 꽃을 피웁니다.
청보라색 꽃이 피는 블루스타, 홍매색의 꽃 잔보스, 분홍색의 폰단트, 색에 따른 품종을 부르다보니 꽃과 향만큼이나 이름도 예쁩니다. 꽃말도 꽃의 색처럼 여러 가지입니다. 흰색은 행복, 붉은색은 슬픔과 추억, 노란색은 질투, 보라색은 영원한 사랑, 청색은 사랑의 기쁨입니다.
 
햇빛을 좋아하니 싹 트고 꽃 피기 전까지는 양지에 내어 놓고, 꽃이 피면 그늘에 얼른 들여놔야 합니다. 반 음지 서늘한 곳일수록 꽃이 오래가고, 더불어 향도 오래오래 맡을 수 있습니다. 꽃이 필 때는 물을 많이 필요로 하니 물도 자주 줘야합니다. 영양 많은 알뿌리로 인해 수경재배도 많이 합니다. 대신 알뿌리의 밑 부분에는 물이 닿지 않도록, 뿌리에만 물이 닿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답니다.
알뿌리를 고를 때는 곰팡이가 피어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어쩌다 곰팡이가 피었으면, 껍질을 벗겨내고 물에 락스를 조금 풀어 1시간 정도 담가 소독을 한 후 재배를 합니다. 알뿌리는 영양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큰 것으로 골라야 예쁜 꽃을 볼 수 있습니다. 알뿌리가 작으면 꽃이 제대로 피지 않기 때문이지요.

가을에 심어 이듬해 봄에 피우는 꽃은 활짝 뒤로 잦혀진 모습이 앙앙대는 어린이 같아서 귀엽기 짝이 없습니다. 향기 또한 사랑스런 꽃에 질세라 상큼‧은은‧달달‧그윽하여 향기의 여왕이라 불릴 정도이며, 그래서 향수로도 많이 이용됩니다. 풍부한 향은 한 포기만 있어도 그 향기가 온 집안을 꽉 메꿉니다. 

미의 신 비너스는 아름다워지기 위해 이 꽃의 이슬을 받아 목욕을 하였으며, 그리스 신화의 여신 헤라는 바람기 많은 남편 제우스를 붙잡기 위해 이 꽃을 잠자리에 깔았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그래서인가 히아신스는 낮보다 밤의 분위기에 더 잘 어울린다고들 합니다.
슬픈 사랑의 전설도 있는 히아신스는, 해마다 봄이면 온실과 창틀 위에서 밝고 환한 색깔과 상큼함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립니다.     

줄기 끝에서 무리지어 피던 꽃이 지면 꽃대를 잘라줍니다. 푸른 줄기는 햇빛을 받으며 영양분을 만들어 알뿌리에 저장하게 됩니다. 잎이 완전히 시들어 마르면 휴면에 들어간 알뿌리를 꺼내어 그물망에 넣고 바람이 잘 통하는 시원한 곳에 보관합니다. 9월 경, 냉장고에 넣어 50여 일 저온처리를 하고나면 알뿌리에는 새끼 알뿌리가 많이 생깁니다. 이 어린 알뿌리를 하나하나 떼어 10월 중순경 흙 속에 심습니다. 싹이 난 알뿌리는 싹과 알뿌리가 흙 위로 올라오도록 심으며, 물을 흠뻑 줍니다.
5℃ 안팎의 어둡고 서늘한 장소에 두며, 흙이 바짝 말랐을 때는 알뿌리가 말라 죽지 않을 정도로만 아주 조금씩 물을 주어 알뿌리가 썩지 않게 합니다.
구근은 해가 갈수록 작아져 풍성한 꽃을 볼 수 없다 하지만, 이렇게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니, 아름다운 꽃과 달콤한 향은 잘 키워준 주인장에 대한 보답인 듯합니다. 매해 새로운 만남을 기약하며 기다려준 감사의 선물로요.

연분홍색으로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는 작은 모습이 바람에 우르르 쏠리자 누렁이가 컹컹 짓습니다. 꽃들에게 예쁘다고 말하고 싶은 자신의 마음을 표현이라도 하는 것처럼요.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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