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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소박한 사물과 사람들… 스패니시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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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소박한 사물과 사람들… 스패니시모스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9.04.15 10:52
  • 호수 12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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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부탁해! 스패니시모스

지리산 공기를 담은 공기캔이 잘 팔릴 것 같습니다. 미세먼지에 이어 황사까지 온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안개를 닮은 먼지가 쫙 깔린 아침을 걸어도 그냥 다른 지역의 일이겠거니 생각하였습니다. 미세먼지 방지용 흰 마스크를 쓰고 어르신들이 나란히 걸어갑니다. 감기가 끊어질듯 하면서도 벌써 한 달 가까이 함께 살고 있음도 새삼 느낍니다.

천장이나 벽, 창틀에 걸어두어 실내 공기정화와 인테리어 소품으로 각광 받고 있는 먼지 먹는 식물이 있습니다. 처음 볼 때는 머리카락이 엉킨 것도 같고 뭔 지저분한, 살아 자라고 있는 식물 같지 않았습니다. 미세먼지를 먹고 음이온을 발생한다 하고, 공기를 정화시키고 습도를 조절한다 하여 카페나 식당 등 곳곳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작은 화분을 모자처럼 쓰고 있거나, 야자껍질을 쓰거나 철사에 걸쳐 있습니다. 
스패니시모스, 스페인 이끼라는 뜻이지만 이끼는 절대 아닙니다. 수염틸란드시아로 더 알려져 있는 파인애플과의 여러해살이 상록식물이며 덩굴성 잎보기 식물입니다. 나무에 착생하여 공중에 매달려 생활하므로 공중식물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열대습지대에 있는 건강한 나무가 서식지로, 나무에서 자라지만 나무에 뿌리를 내리지도 나무로부터 영양분을 섭취하지도 않습니다. 비와 안개와 햇빛과 공기 중의 물에 오염된 먼지를 먹으며 자랍니다.

원산지는 미국 남동부와 아르헨티나이지만 아메리카의 남동부에서부터 적도 원시 밀림지역까지 널리 분포되어 있습니다. 스패니시모스라는 이름은 프랑스탐험가들에 의해 불렸지만, 원주민들은 ‘나무의 머리카락’이라는 뜻으로 불렀답니다. 진흙과 섞어 집을 짓고 원주민여성들은 치마를 만들어 입었으며, 불쏘시개와 침대 속 재료로도 사용하였습니다.

뿌리가 퇴화되고 가는 줄기와 잎이 꼬불꼬불하여 꼿꼿하지 못하니, 어디든 걸쳐야만 하여 전선이나 철사‧돌 등에 매달려 자리를 잡고 번식합니다. 걸쳐 있으니 자연스럽게 아래쪽으로 줄기와 잎은 자라게 되고, 그러다보니 일반적인 식물처럼 아래쪽잎들이 먼저 마르고 죽습니다. 마르고 죽어도 잎 가운데로 새잎이 계속하여 나오기 때문에 스패니시모스는 죽어도 죽는 것이 아닙니다.
줄기가 죽으면 줄기와 연결된 잎과 꽃은 말라죽지만, 영양분이나 수분의 통로로 이용되지 않는 줄기다보니 남은 줄기는 넌출넌출 잘 자라는 것입니다. 
 
긴 줄기에 각각의 줄기가 붙어있고, 각각의 줄기엔 무늬 없는 작은 잎들이 붙어 있습니다. 각각의 잎들이 자라면 또 각각의 줄기가 됩니다. 들여다보아도 어느 것이 줄기고 어느 것이 잎인지, 잘 구분이 안갑니다. 
드문드문 갈래져 늘어진 줄기의 가는 줄 모양의 잎에는 연둣빛을 띤 은백색의 미세 비늘솜털이 덮여있습니다. 이 솜털이 공기 중의 수분과 영양분을 흡수하여 공기정화 구실을 하는 것이랍니다.

물과 바람을 좋아하는 습성이 있어, 바람이 잘 통하는 반그늘의 공중에 걸어 놓으면 습도와 영양분을 흡수하며 자랍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물에 푹 담가주면 6미터까지 자라며 꽃을 피웁니다. 스패니시모스는 수분이 넉넉할 때는 줄기와 잎이 녹색을 띠지만, 수분이 부족하면 회색으로 변합니다.  
꽃은 작은 녹색의 꽃받침위로, 노란색이거나 보라색이거나 황록색으로 핍니다. 3장의 바람개비를 닮은 꽃에서는 상큼하고 고급(?)스러운 야래향 꽃의 향기가 풍겨 나온답니다.

먼지만큼이나 가벼운 씨앗이 날아다니며 앉는 곳이나, 어느새 잘려나간 줄기가 새로운 곳에 자리를 잡으며 번식합니다. 
특별히 놓을 공간이나 화분‧흙이 필요 없고 그냥 바람과 햇볕만 있는 곳이라면 어느 곳이고 잘 자라는 스패니시모스는 약 15년을 산다고 합니다. 방안을 가득 채워야만 대기 중의 중금속 같은 것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미세먼지를 먹는다는 얘기만 들어도 금방 코가 확 뚫리는 듯합니다. 

들과 산을 걷다보면 작은 들꽃들이 발길을 잡습니다. 진달래와 개나리도 활짝 피었습니다. 혓바닥에 진달래 꽃잎을 올려놓으며 화전인냥 삼키곤 했는데, 오늘은 성큼 진달래에 손이 가지 않습니다. 아닌 척하면서도 미세먼지 탓이었습니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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