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5:03 (금)
맑고 소박한 사물과 사람들…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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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소박한 사물과 사람들…달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9.02.18 15:53
  • 호수 12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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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맑음·풍요·감로주의 바다…달
▲ 월식(미국항공우주국촬영)

‘달 달 무슨 달 쟁반 같이 둥근 달 어디 어디 떴나 남산 위에 떴지. 달 달 무슨 달 낮과 같이 밝은 달 어디 어디 비추나 우리 동네 비추지.’-윤석중의 ‘달’

정월대보름이면 친구들과 손을 이어 잡고 교월리 다리를 나이만큼 건넜던 때가 있었습니다. 발을 뗄 때마다 자꾸 따라오는 달이 참 신기했습니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천체이며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달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해 태양 빛을 반사하여 자신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달은 공전주기와 자전주기가 같기 때문에 지구에서는 늘 달의 같은 면만 보게 되지만, 지구와 달의 위치에 따라 우리가 보는 달의 모양은 한 달 내내 변합니다. 
동쪽에서 떠 서쪽으로 지는 달은, 음력 날짜에 따라 뜨고 지는 시각과 위치가 결정되며, 날짜가 커짐에 따라 밤하늘에서 약간씩 동쪽으로 이동하여 매일 50분 정도 늦게 뜹니다.

새로운 한 달이 시작하며 뜨는 눈썹 같은 초승달부터, 달살이 점점 차오르며 오른쪽 반이 보이는 상현달, 태양이 지고 난 뒤 떠오르는 꽉 찬 보름달, 자정쯤에 떠 한낮에 지기 때문에 해가 뜬 이후로는 보기 어려운 기울어져가는 하현달, 새벽에 떠서 해가 뜨기 전까지만 동쪽에 떠 있는 어둑어둑한 그믐달의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납니다. 그러다가 27일경이면 아예 자취를 감추어 캄캄한 밤하늘을 만들어 놓습니다. 

태양과 지구와 달이 일직선이 되면서 달이 지구 그림자 속에 들어가 보이지 않는 월식이나, 달에 의해 태양이 가려지는 일식은 우주를 연구하는 과학자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을 설레게 합니다. 지난해 1월 31일, 35년 만에 개기월식인 붉고 큰 모양의 ‘슈퍼블루블러드문’이 있었습니다. 무려 4시간 22분간의 우주쇼를 보여줬으며, 이러한 현상은 2025년 9월에 다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2012년 일본의 일부지역과 미국 서남부에서 보였던 일식은, 대낮에 하늘이 캄캄하고, 별이 보이고, 환상세계가 펼쳐지는, 일생에 한 번 볼까 말까한 현상이었답니다.

지구의 일부분이 떨어져서 형성됐다고 추측하는 달의 표면은, 아주 곱고 부드러운 토양과 암석이 섞인 먼지 흙으로 덮여 있습니다.
환한 보름달을 보며 달에 사는 토끼가 계수나무 밑에서 떡방아를 찧는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초기 천문학자들이 달의 바다로 생각했던 달 앞면의 푹 꺼진 어두운 부분입니다. 지구에서 볼 수 없는 달의 뒷면은 1959년 소련에서 발사한 우주선 루나 3호에 의해 앞면과 같을 것이라고 상상했던 것과 다르게 곰보자국처럼 움푹 파인 구덩이들이 수없이 뒤덮여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밤을 밝혀주는 소중한 이웃인 달은 태양의 1/400정도 크기이며, 거리 역시 태양까지의 약1/400입니다. 이토록 큰 차이임에도 우리 눈에 태양과 달의 크기가 비슷하게 보이는 것은, 지구에서 본 천체의 겉보기 지름이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달의 겉보기 지형은 빛을 제대로 반사하지 못해 어두운 바다부분과 밝은 대륙부분으로 구분되는데, 대륙부분은 암석에 칼슘과 알루미늄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상대적으로 밝아 보이는 것이랍니다.
동부는 ‘고요의 바다’, 북서부에는 ‘맑음의 바다’, 북동부에는 ‘풍요의 바다’, 북부에는 ‘감로주의 바다’ 등 달 표면의 지형은 달만큼이나 아름다운 이름으로 붙여졌습니다.

지구의 하나뿐인 위성인 달에는 대기가 희박하고, 바다도 없으며, 방사선이 내리쬐고 가끔 운석도 떨어집니다. 자전주기가 긴 달은 낮과 밤이 300℃의 온도 차이를 보이며 각각 2주씩이나 지속됩니다. 이처럼 생명체가 살기에는 혹독한 기후이며 암석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 죽음의 세계라고 믿었던 판단이 이제는 서서히 무너지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항공우주국의 실험으로 달에도 물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으며, 지구와 가장 거리가 가깝다는 이유로 머지않은 미래에 지구를 떠나 우주에서 살게 된다면 가장 현실적인 장소가 달이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1969년 암스트롱에 의해 무참하게, 산산이 부서진,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아름다운 허상이 되었지만, 달의 여신 셀레네가 계수나무 그늘에 앉아 손을 흔드는 그런 생각, 공상에 빠집니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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