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5 16:45 (월)
2040 젊은 농군⑬ 장평면 분향리 ‘농가람’임득균 대표
상태바
2040 젊은 농군⑬ 장평면 분향리 ‘농가람’임득균 대표
  • 김홍영 기자
  • 승인 2018.11.12 11:27
  • 호수 127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랏빛 물결로 일렁이는 ‘청양 라벤더 축제’ 꿈꿔
▲ 라벤더를 키우는 장평 분향리의 임득균 씨.

청양신문은 농촌의 발전적인 미래와 희망을 모색하기 위해 ‘2040 젊은 농군, 희망을 일구다’를 주제로 한 기획기사를 연재 중이다.
6차 산업화, 소비자 중심의 작물 생산, 고품질을 위한 신기술 도입 등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나이 20대에서 40대의 젊은 농군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열세 번째 마지막 젊은 농군으로 장평면 분향리에서 라벤더 체험농장 ‘농가람’을 운영하는 임득균 씨를 만나본다.  <편집자 말>

모습도 생소한 라벤더를 심은 이유
“이게 뭐여~, 와송 심은 거여?”
장평 분향리의 임득균 씨가(42) 밭에 심은 식물을 본 이웃 사람들의 첫 반응이다. 땅 위에 줄기가 편평하게 퍼진 모습이나 그 크기가 비슷해 오해 할 수도 있겠다 싶다. 지중해 연안에 많이 자라는 식물이기에 난생 처음 보는 이가 대부분. 노지에 심으면 8년 정도 사는 여러해살이로 보랏빛 꽃을 피우고, 향이 좋은 식물이다. 꽃으로, 향으로 가까이 한 적은 더러 있어도 그 나무는 보기 싶지 않다. 그가 심은 식물은 라벤더다.

득균 씨는 하필 이렇게 생소한 라벤더를 심었을까? ‘꽃이 핀 일대가 장관이더라고요. 너무 아름다웠어요. 그래서 심었어요. 그리고 그 꽃을 보러 사람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어요’ 한다. ‘꽃나무를 왜 심었냐?’ 고 물으니 ‘꽃이 예뻐서 심었다’는 말이다. 어쩌면 당연한 말이지만 그는 농군의 마음으로 라벤더를 심었다. 단순히 아름다운 꽃을 보고 즐기려고만 한 것은 아니다.
“우연한 기회에 강원도 고성의 라벤더 팜을 구경하게 됐어요. 그 꽃을 보고 참 예쁘다는 생각을 했죠. 꽃구경을 하러 오는 이가 너무 많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나도 이런 농장을 만들고 싶었어요.”

꽃이 만발한 보랏빛의 너른 들판은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하기도 하고 향기도 좋으니 우리 마을도 이렇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동기 유발이 된 그 농장은 올해로 운영된 지 10년이 되는 체험형 농장으로 현재 성공 모델로 꼽히는 곳이다. 이곳 말고도 라벤더가 피는 6월에 축제를 열어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는 농장들이 우리나라에도 3~4곳이 있다. 어떤 작물로 농사를 지을까 고민하던 즈음이라 고성에서 봤던 강렬한 인상은 득균 씨에게 ‘라벤더 체험농장’이라는 6차 산업에 도전하는 계기가 됐다.

도시인들의 발 길, 우리 마을로
꽃을 심어놓기만 한다고 그저 사람들이 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득균 씨가 사는 마을의 지리적 위치가 접근성이 좋다는 것도 한몫했다.
“여기 마을에서 부여 은산의 대형 마트가 있는 곳까지 5분 거리이거든요. 사람들이 많이 오는데 그냥 물건만 사고 돌아간다는 것이 안타까웠어요. 사람들의 발길을 이쪽으로 이어지게 할 만한 것이 없을까 생각 했어요. 볼거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지요.”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는 마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던 터라 그는 라벤더 체험농장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그는 지난해 라벤더 씨를 뿌렸다. 의외로 농사는 어렵지 않았다. 습기에 약한 라벤더의 특성을 잘 알고 미리 관리만 해주면 초보자도 쉽게 손댈 수 있는 관목이라는 점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됐다. 장마철에 물 빠짐이 잘 되게 두둑을 만들었다. 4월부터 꽃이 피기 시작하더니 8월까지 라벤더 밭이 보랏빛으로 일렁였다. 라벤더 키우기는 청양에서 득균 씨가 처음 도전이고, 충청도 지역에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라벤더를 심고 경험을 구하거나 공유할 수 있는 이가 없다는 것이 힘들었어요. 영하 25도까지 견디는 관목으로 알려져 있지만 청양 땅에서도 겨울을 날 수 있을까 걱정이 됐어요.”

지난 한 해 일 년 농사의 소득이라면 소득이랄까, 득균 씨는 월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올해 2년 차 그 규모를 늘려 본격적으로 라벤더를 심었다.
“첫 해보다 두 배 이상 심었는데 반이 죽었어요. 가뭄이 심해서 물이 부족했던 거죠.” 
올 여름 심한 가뭄은 라벤더에도 영향을 주었다. 친수성 식물은 아니지만 관수시설을 하지 않아 물이 필요한 성장기 때 물 공급이 안돼 결과는 반타작을 했다. 
가뭄에 대비 득균 씨는 이제 관수시설을 했다. 그리고 파종은 생존율이 높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육묘한 것을 밭에 옮기는 방법, 가지를 잘라 심는 방법 등으로 발전시켰다. 
 
 

▲ 보랏빛의 라벤더 꽃을 이용한 체험 농장으로 가꾸어가고 있다.

“라벤더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요”
득균 씨가 아버지의 고향인 분향리서 살기 시작한 것은 네 살 때부터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장평에서 다니고, 대전으로 유학, 식품공학을 전공했다.
“공부만 하다가 귀향했어요. 아버지가 혼자 계시고, 장남이기에 고향에서 전공을 살려 농가공 사업을 해보자는 생각이었지요. 지역 어르신들이 농사지은 콩을 가공해서 판매하는 마을 기업을 만들어 볼 계획이었어요.”
그는 콩 발효 제품 제조에 대한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연구실에서 발효 식품을 판매하는 창업 업무도 진행해봤기에 고향에 내려와서 이 일을 해보자 마음먹었다. 농사를 직접 짓지 않아도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법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당시 정부에서도 창업농 자금 지원이 많았던 시기였다. 벤처농업대도 다니는 등 창업을 준비하던 중 득균 씨의 계획은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유보상태가 됐다. 그 기간에 그는 농업기술센터에서 가공과 제품화 교육을 받았다. 귀향을 미리 준비한 것이 아니기에 고향에 와서 틈틈이 공부를 한 것이 도움이 되고 있다.

“아버지가 너른 밭을 남기고 가셨어요. 이 밭이 지금 라벤더 농장을 만드는 토대가 됐어요.”
득균 씨네 집 앞으로는 2년생의 라벤더가 자라고 있다. 소로 길 건너 땅에는 이보다 작은 올 해 심은 나무가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그 옆으로 눈을 돌리니 두둑을 만들고 제초를 위해 부직포를 깔아놓은 밭들이 있다. 사방이 모두 내년에 라벤더를 심으려고 정리한 땅이다. 약 1만여 제곱미터 규모다. 라벤더 농사 3년 차가 되는 내년에는 꽃을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라벤더 농장을 찾은 방문객들이 방향제나 향초, 비누를 만들거나 차나 드라이플라워 등 라벤더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라벤더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요. 우선 많은 사람이 꽃을 보러 옵니다. 꽃을 이용해 즐길 수 있는 것들도 다양하고요.”
득균 씨는 ‘청양 라벤더 축제’라는 이름을 걸고 많은 관광객들이 청양 장평을 찾아오는 날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봄에는 그의 목표에 한걸음 다가가 마을 어귀에 붙은 라벤더 체험 농장 ‘농가람’을 보고 찾아오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

<이 기획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