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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0 젊은 농군, 희망을 일구다 ⑫ … 전남 구례 지리산피아골식품 김미선 대표
지리산에서 고로쇠 된장 담그는 6차 산업인
[1270호] 2018년 11월 05일 (월) 14:32:55 김홍영 기자 khy@cynews.co.kr

청양신문은 농촌의 발전적인 미래와 희망을 모색하기 위해 ‘2040 젊은 농군, 희망을 일구다’를 주제로 한 기획기사를 연재 중이다.
6차 산업화, 소비자 중심의 작물 생산, 고품질을 위한 신기술 도입 등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나이 20대에서 40대의 젊은 농군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열두 번째 젊은 농군으로 전남 구례 지리산피아골식품 김미선 대표를 만나본다. <편집자 말>

스물두 살, 지리산으로 돌아오다
전남 구례군 지리산피아골식품 김미선(34) 대표는 20대부터 지리산에서 농사지으며 산다는 것이 화제가 돼 꽤 유명세를 탔다. 지리산 산골 처녀, 피아골 여자 이장 등등. 그리고 이제는 식품회사 대표로 불려진다. 이맘때쯤 단풍 보러 피아골을 찾는 이라면 산 아래 맨 마지막 마을이라는 직전마을을 지나야 지리산에 오를 수 있다. 30가구에 40여 명이 살고 있는 이 산골이 미선 씨가 태어난 곳이다. 
미선 씨도 한 때는 도시에서 대학을 다녔다. 그런데 몸은 도시에 있으면서 마음은 늘 지리산에 가있었다. 주말이면 다람쥐 풀 방구리 드나들듯이 고향집과 도시를 오갔다. 지리산이 좋았기 때문이다. 풀 냄새, 얼굴에 닿는 바람, 계곡의 물소리가 그저 좋았다. 그 때부터였다. 젊은 처자가 지리산골에서 농사지으며 살게 된 연유를 따져 묻는다면 말이다.

   
▲ 지리산피아골식품 김미선 대표.

“부모님이 식당을 운영하세요. 주말에 집에 와 지리산에서 난 재료로 된장찌개, 나물 무침을 만들었어요. 등산객들이 맛보시고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미선 씨가 지리산에서 살아보자 한 것은 된장을 팔거나 이것으로 돈을 벌겠다는 마음보다는 온전히 음식을 맛있게 먹는 사람들의 칭찬에서 시작했다. 그 때부터 그녀는 ‘전통식품 만들면서 건강을 책임지는 전도사’가 되고 싶었다.
스물두 살에 지리산 품으로 돌아온 그녀는 된장 만들기에 관심이 많았다. 이미 중학생 시절부터 엄마와 함께 된장을 만들었고, 손맛이 있다는 말도 들었다.
“발효식품을 상품화하고 싶었어요. 깨끗한 물과 맑은 공기를 자랑하는 청정지역, 지리산 자체가 경쟁력이지요. 자체 브랜드를 가지고 상품화를 위한 시설을 하려니 자본금이 필요했어요.”
그녀는 식품회사 창업 종자돈 마련을 위해 2008년 유통사업을 시작한다. 인근에 지리산 그늘 덕을 안보는 이 없을 정도로 이웃들은 산과 들에서 콩, 취나물, 버섯, 고사리, 매실, 고로쇠 등 건강한 먹을거리를 얻었다.
이렇게 수확한 임산물을 조금씩 알음알음 판매하고 있던 상황. 이것을 한데 모아 선별해서 판매하면 돈을 만질 수 있겠다 여겨 유통회사의 문을 연 것. 계획대로 농산물 유통으로 창업 종자돈을 마련했다. 그리고 꼭 10년이 지났다. 이제는 연간 콩 40킬로그램 5백 가마니 규모로 된장, 고추장, 간장 등 장류를 생산하는 전통식품회사 대표가 됐다.

유통사업으로 식품회사 창업 기반 마련
식품회사를 창업하는 데는 농림부가 공모하는 전통식품 지원 사업의 도움이 컸다. ‘여자이면서 나이가 어리다’라는 점이 마이너스 요소가 돼 처음 도전에는 실패했다.
“전통 장을 만드는 이들은 연세가 지긋한 분이 많아요. 전통 음식하면 명인들이 떠오르는데 젊은 사람이 제대로 장을 만들 수 있겠나 하여 점수를 주지 않았어요. 부모님들이 만든 것을 판매하는 정도로 여깁니다. 심사위원들에게 농촌 청년들의 롤 모델이 되고 싶으니 그 기회를 달라고 간청했지요. 그리고 그 기회를 주면 꼭 보답하겠다고 말했어요.”
사업계획서 작성 두 번째 도전에서 미선 씨의 간절한 호소가 통했는지 창업에 필요한 금액 3분의 1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유통사업을 통해 마련한 일부와 나머지는 대출을 받았다.
“앞으로 그 돈을 갚아 나가야 하는데 돈을 못 벌면 어쩌나 하는 부담감은 없었어요. 생산량이 많아지고, 규모가 커지면 여럿이 함께 일해야 하는데 그 사람들을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걱정이 더 많았어요.”
앞으로 이 식구들을 먹여 살리려면 나만의 차별화된 제품이 있어야한다고 여긴 미선 씨는 일반된장과 다른 된장을 만들고자 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고로쇠 물을 이용한 제품이다.
“재료가 중요하죠. 이윤을 많이 남기기보다 품질로 승부하고 싶었어요. 청정지역인 지리산에서 나는 고로쇠 물을 이용해서 장을 담가 보는 것이지요. 더 건강한 먹을거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지요.”
고로쇠 된장, 차별성이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만드는 과정에 어려움이 따랐다. 일반 물과는 성분이 다르기 때문. 고로쇠가 일반 물에 비해 달기 때문에 발효 과정도 달랐다. 발효가 많이 되면 장이 써지고, 덜되면 변질되는 등 발효 정도를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염도를 달리해가며 장 담그기를 반복하는 시간이 지나갔다. 결국 미선 씨는 고로쇠 된장 만들기에 성공한다. 그동안 그녀가 된장을 많이 담가본 경험이 있어 가능했다.

프리미엄급 된장 시장 진입
지역특산물 고로쇠를 된장에 결합한 제품은 지리산피아골식품의 대표 상품이 됐다. 고로쇠 된장은 감칠맛이 일반된장에 비해 뛰어나고, 다른 첨가물이 없는데도 끓이면 구수한 맛이 특징. 현재 된장 시장에서 프리미엄급 된장 1킬로그램이 2만 원 대로 형성되고 있는데 고로쇠 된장도 950그램 에 2만 원 대로 팔리고 있으니 프리미엄급 제품으로 당당히 자리하게 된 것이다. 제품은 특1급 호텔 한식레스토랑에 납품되고 있고, 미국 시장에도 수출하는 등 명품 장류 시장에 진입했다. 
미선 씨는 고로쇠 된장 맛을 현대인의 입맛에 맞는 맛이라고 소개했다.
“된장 시장의 후발 주자이기 때문에 이미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된장과 같은 맛으로 승부하면 경쟁력이 없어요. 젊은 세대나 새로운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고로쇠 된장은 외국인들의 입맛에도 맞고, 젊은이들이 주 소비층입니다.”

   
▲ 지리산에서 나는 고로쇠 물을 활용해 된장을 만들고 있다.

미선 씨가 이런 된장을 만들 수 있었던 이유로 환경, 재료, 사람, 세 가지를 꼽는다. 해발 600고지의 청정지역이며, 이 지역에서 생산한 재료로 정성을 다해 장을 담근다는 것이다.
고로쇠 된장 만들기에 성공한 다음, 미선 씨는 제품 판매의 벽에 부딪혔다. 매장을 찾아오는 고객의 수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된장 맛이 좋아도 유통 시장 진입이 어려웠어요. 이미 장류 시장에는 명인들의 장이 선점해 있었고, 후발 주자이면서 젊은 사람이 만드는 장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서 힘들었어요.  고로쇠 된장을 어디에 내놔도 맛으로는 자신이 있었지만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적었습니다.”
미선 씨는 ‘내 물건을 가지고 나가 직접 부딪치는 게 가장 좋은 마케팅이다’라는 마음으로 현장을 찾아갔다. 백화점, 박람회 홍보 등 2년간 자신이 직접 운전을 해가며 전국을 돌아다녔다. 이동 거리가 많아 몸이 고되도 미선 씨의 손맛이 들어간 된장을 먹어본 이들이 맛있다는 문자를 보내줄 때 힘을 다시 내곤 했다. 그렇게 확보한 고객이 진짜 자신의 고객이 되었고, 지금도 미선 씨네 된장을 찾는다.
2015년 미선 씨는 6차 산업인으로 선정됐다. 지역특산물인 고로쇠, 산나물, 벌꿀 등을 생산하고(1차), 인증 및 특허 기술력으로 농산물 가공품을 생산하며(2차), 농가 식당, 민박 등을 활용한 방문 체험객 유치(3차)를 통한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한 결과다.
그녀는 최상급 국내산 원료만을 고집하며 전통 가공 방식에 대한 연구와 개발로 냄새 없는 청국장, 지리산 장아찌 등 다양한 가공품을 연이어 성공시킨다. 또한 위생을 철저히 해 전통발효 식품업계에서는 보기 드물게 장류, 장아찌류 해썹(HACCP) 인증을 받았다.

농업의 가치를 알려 찾아오는 농촌으로
식품회사 2층에는 지리산을 병풍삼은 너른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즉석 고추장 만들기, 쌀을 이용한 전통식품 만들기 등 방문객들이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그녀가 추천하는 프로그램은 숲 체험이다.
“도시 사람들은 교육보다는 쉼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이 마을은 6차 산업의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어요. 먹을거리가 있고, 잠을 잘 수도 있고, 숲을 걸으며 즐길 수도 있어요. 그것도 건강하게요. 좋은 조건을 다 갖춘 셈이지요.”
미선 씨에게는 두 가지 꿈이 있다. 이 마을을 잘 가꿔나가는 것과 전통식품을 잘 만들고 싶은 것이다.
“몸소 실천해 보여주고 싶어요. 농업의 가치를 알려 농촌에 와서 살고 싶다는 젊은이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혼자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요. 마을 주민들과 함께 오고 싶고, 살고 싶은 마을을 만들고 싶어요.”
온 마을이 함께 6차 산업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미선 씨는 도시에서 농산물을 유통하는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5명이 일하는데 매출액이 30억이다.

   
▲ 산에서 나는 농산물을 수확하는 모습.

“농촌에서 직접 농산물을 생산하면서 농산물을 직접 유통하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이런 시스템을 만들어 운영할 수 있는 젊은이가 없어요. 농사짓지 않더라도 농촌에 와서 할 일은 참 많습니다.”
자신이 지닌 재능을 찾아 일을 분담하면 된다는 말이다. 그녀가 농촌에 내려온 귀농인들을 보니 판매하는 일을 참 잘하더란다. 도시의 소비자였기 때문에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이유로 농촌에 와서 생산자들이 미처 하지 못하는 부족한 면을 채워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농사지을 땅도 필요하고 정착 자금을 많이 걱정하지요. 농촌에 의지를 갖고 찾아오면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지자체에서 빈집도 연결해줍니다. 호호.”
올해 12년차 젊은 농업인 미선 씨는 젊은이들이 농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여러 가지 직업이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자신이 몸소 보여주고 싶다는 꿈은 그녀가 담그는 장처럼 잘 익어가고 있음이 전해온다.  김홍영 기자

<이 기획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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