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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여행기⑥ 핀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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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여행기⑥ 핀란드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8.10.20 11:40
  • 호수 12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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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고 늘씬하고 풋풋한!
▲ 헬싱키대성당

“네 이모”, 상트페테르부르크와 겨울궁전을 관광하면서 로마노프왕조의 역사를 설명하던 안내원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사우나와 자일리톨껌의 고향, ‘아내 들어 올리고 달리기’ 세계 선수권대회를 열어 1등 상품으로 아내 무게만큼의 맥주를 주는 나라 핀란드는, 전국토의 75%가 숲입니다. 밤이면 캥캥 여우가 나올지 모르는 자작나무숲이, 쑥쑥 잘 자란 나무들 사이사이에서 하얀 몸을 살짝살짝 드러내주는 고고한 자작나무가 우리를 반깁니다. 
  
 

▲ 시벨리우스공원

발틱해의 아가씨 – 헬싱키
‘나 여기 헬싱키야!’ 인증 사진 촬영장소로 인기가 좋은 루터란교회의 대성당은, 눈이 시리도록 하얀 기둥과 밝은 녹색돔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성당 지붕의 예수와 12사자상, 돔에 박힌 조각조각 별모양과 첨탑위의 금빛 십자가는 파란 하늘로 인해 더욱 빛을 냅니다. 소박한 내부의 한 쪽에는 기둥을 광배삼아 루터의 동상이 있고, 금빛의 파이프오르간이 정문 위쪽에 설치돼 있습니다.
자꾸 뒤돌아보게 만드는 대성당은, 칠흑 같은 밤이나 노을로 물들면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 상상합니다.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2세의 동상이 큼지막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원로원광장은, 정부청사를 비롯한 여러 기관이 둘러싸고 있는 반듯한 정사각형으로 대성당을 받들고 있는 듯합니다. 종교행사를 비롯하여 국가행사와 문화공간으로 이용되는 이 광장에서 오늘도 공연이 있는 것 같습니다. 긴 머리카락이 출렁이는 예쁜 소녀들이 브레이크댄스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조각돌도로에는 몇 개의 트램선이 얽혀있고, 동화 속에서나 나올 트램이 서 있습니다. 화려한 색으로 핀란드의 정서와 자연을 표현한 빨간 양귀비꽃무늬의 양말과 엽서가 진열장 속에서 여행객을 부릅니다. 

▲ 시벨리우스

핀란드여 일어나라 - 핀란디아        
시벨리우스 공원 입구에도 잘 자란 자작나무가 많습니다.
600여 개의 강철로 만들었다는 은빛 파이프오르간 기념비로부터 눈부신 햇살이 뿜어져 나옵니다.
‘…보라 핀란드여 이제 너의 새벽이 다가 온다…’핀란드 제2의 국민 노래로 불리는 ‘핀란디아’를 작곡하여 고즈넉한 민요풍의 선율로 식민지 조국을 위로한 국민영웅, 핀란드 최대의 민족주의 음악가, 부끄러움을 많이 탔던 시벨리우스의 두상이 눈썹 사이에 고뇌를 가득 담고 넓적한 바위 위에 올려 있습니다. 
철새들이 남쪽으로 이동하는 구월의 어느 날, 백학 한 마리가 무리에서 나와 그에게 다가오다 되돌아가는 것을 보고, “내 어린 시절의 새가 돌아왔다”며 기뻐한 며칠 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음악 같은 유언을 남기고 떠난 시벨리우스의 마음을 읽을 수는 없지만, 희망의 곡을 만들고자 한 고민만은 알 것 같습니다.

▲ 루터동상

암반교회와 러시아성당
광장에 있던 큰 암반을 깎아 만든 템펠리아우키오교회는, 마치 땅굴로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천장과 외벽 사이의 창을 통해 자연광이 들어오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구리선으로 둥글게 만든 천장은 큰 대나무 우산 모양입니다.
내부는 천연 암석을 그대로 살리고, 외부는 방음 및 외부충격을 차단하기 위해 깎아 낸 바위를 쌓았습니다. 황금색 파이프오르간이 있는 넓적한 무대와 암벽에는 마치 오로라 같은 무지개가 어른거립니다.
다양한 음악회와 결혼식이 자주 열리는 이곳은 교회라기보다는 공연장 같습니다. 오로라와 함께 하는 행사, 생각만으로도 충분히 두근거립니다.

비잔틴 슬라브 양식의 우스펜스키대성당은 성모 승천을 기념하기 위해 지어진 서유럽 최대 규모의 러시아 정교회 성당으로, 러시아에 지배받던 시절을 알 수 있는 공간이랍니다.
붉은 갈색벽돌의 건물에 녹색지붕으로, 지붕 상단에 있는 양파모양의 작은 돔과 십자가는 금이라고 합니다. 큰 장식이 없는 외부와는 다르게 내부는 화려하고 장엄합니다. 제단에는 그리스도와 십이사도가 천연물감으로 그려진 벽화가 있으며, 하늘색 천장에는 금빛별이 떠 있습니다.
성당 앞마당에서 헬싱키 시내를 내려 봅니다. 잔디언덕에는 남녀 젊은이들이 끼리끼리 눕거나 앉아서 얘길 나누고 있습니다. 정박장에는 돛단배가 빼곡하게 차 있고, 멀리 헬싱키대성당이 환하게 보입니다.   
 
만네르하임 거리의 풍경을 보며, 커다란 네모벽돌 바닥을 보며, 전차선과 차도가 뒤섞인 도로를 걸어 마켓광장으로 갑니다.
빨간구두를 신고 하얀드레스를 입은 여인을 둘러싼 일행들도 함께 갑니다. 오늘 결혼한 신부와 그의 친구들이었습니다. 
마켓광장의 좌판위에는 오늘 아침에 들어온 싱싱한 생선과 과일과 야채가  있습니다. 납작복숭아와 체리와 살구를 샀습니다. 페리승선장이 앞에 있어 갈매기들이 옆으로 바짝 다가옵니다.
긴 마켓홀 안에 들어가니, 물 좋은 생선과 색 고운 연어가 놓인 실내 포장마차에서 일본에서 왔냐며 들어오라고 손짓을 합니다.
갈매기가 날고 트램이 지나가고 돛단배가 들고 나는 항구를 보면서, 헬싱키대성당이 보이는 골목에서, 혼자 또는 여럿의 악사들이 연주에 푹 빠졌습니다. 
 
산타클로스의 고향‧세계 최고의 교육제도‧1인당 국민소득이 최고인 나라, 술고래‧자살애호자‧살인율은 높지만, 오랜 식민지동안 지켜온 핀란드민족정신(Sisu)의 정직함으로 세계적으로 가장 투명한 나라, 믿음직한 나라, 에서 ‘외로운 늑대’ 핀란드인들을 보았습니다. 
 
 

▲ 트램

여행 끝 – 여행 시작
오로라가 보고 싶었으며, 바리스타 세계챔피언이 내리는 커피맛은 얼마나 그윽할지, 마리메코 빨간 스카프는 또 얼마나 예쁠까 궁금하였습니다.

어떤 길을 택해도 색다르면서 눈길을 끄는 풍경으로 어리둥절하다가도 순간순간 매료되는, 읽고 알아들을 수 없어도 대충 눈치로 때려잡는, 그래서 더 많이 웃을 수 있는, 그런 점에서 낯선 곳으로 떠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가면 더 미소 짓게 하므로, 또 다른 곳으로의 새로운 여행을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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