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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여행기 ⑤ 덴마크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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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여행기 ⑤ 덴마크왕국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8.10.15 13:17
  • 호수 12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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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와 휘게의 나라
▲ 성공회교회

물 위를 스치는 스칸디나비아페리에서 구름투성이 높은 하늘을 봅니다. 
셰익스피어 희곡 ‘햄릿’에 등장하는 엘시노어성의 모델 크론보르성이 바다 건너에 있습니다. 덴마크 전설 속의 왕자 ‘암레’의 이야기인 햄릿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성 안뜰에서 여름이면 셰익스피어의 연극을 공연합니다.

▲ 뵈르센

상인들의 항구 – 코펜하겐
거리 곳곳을 가득 채운 자전거, 깨끗한 옛 건물과 현대 건물과의 어울림, 금발의 미남미녀인 사람들이 행복해 보입니다.
한때는 스칸디나바아반도를 평정했던 나라의 수도임에도 이런저런 장군이나 군주의 동상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도시, 직장여성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시립공원에 나와 상의를 벗고 일광욕을 하는 유럽 최고의 문화도시랍니다.
 
랑겔리니해안가의 1미터 남짓한 인어공주동상 앞에 여행객이 많이 몰려 있습니다. 작고 보잘 것 없다는 안내원의 말을 몇 번씩 들었지만, 막상 보니 정말 작습니다. 인어공주동상 역시 뭍사람들의 훼손으로 머리와 팔이 잘려 땜질을 한 상태라고 합니다. 코펜하겐의 상징이자 실망덩어리이기도 하지만, 그 존재감만으로도 안데르센을 떠오르게 하는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요트가 빼곡하게 정박장에 들어 있는 해안가에는 크고 붉은 튤립이 피었습니다. 

▲ 게피온 분수

17세기부터 2차 세계대전까지 코펜하겐을 방어하는 요새 역할을 한 별모양의 카스텔레요새는 몇 번의 전쟁으로 지금은 여러 개의 공원으로 변했습니다. 나치 치하에서 덴마크를 구해준 영국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이름 지어진 처칠공원의 잔디밭 한가운데 휄트기념비가 높게 서 있습니다. 발트해 주도권을 놓고 벌인 북방전쟁의 영웅 휴티휄트와 참전용사를 기리는 탑입니다. 탑 꼭대기에는 그리스로마신화의 승리의 여신 니케가 오른팔을 높이 들고 있습니다.
     
요새 아래쪽으로 붉은지붕과 은빛벽의 아름다운 성공회교회와 게피온분수가 있습니다. 북유럽전설에 등장하는 풍요의 여신 게피온이 4명의 아들을 황소로 변신시켜 밤새 땅을 일구는 모습입니다. 전설에 의하면 파진 땅은 베네른호수가 되었고, 던져진 땅은 섬이 되었답니다. 그렇게 해서 게피온이 받은 땅이 이곳 셸란섬(코펜하겐이 있는 덴마크의 가장 큰 섬)이라 합니다. 

▲ 리지빌딩

반짝이는 워터프린트지역
프레드릭3세의 왕비 아멜리아의 이름을 딴 로코코양식의 아말리엔보리궁전은 광장을 중심으로 4채의 건물이 있습니다. 검은 털모자를 높이 쓴 근위병이 궁전 앞을 왔다 갔다 합니다. 근위병과 사진을 찍고 싶은 누군가 다가가니 칼총으로 경계를 합니다. 
광장에 세워진 프레드릭5세동상과 동색인 옥색의 커다란 돔이 궁전 건물 사이로 보입니다. 스칸디나비아에서 돔이 가장 큰 프레드릭교회입니다. 1749년에 건축을 시작했지만 자금난으로 145년 만에 완공을 하였으며, 대리석으로 설계했던 최초의 계획과는 달리 석회암으로 지어졌답니다.    

궁으로 쓰이기보다 여왕 알현실과 국회의사당·대법원·정부청사·수상 공간이 모여 있어 ‘덴마크 정치1번가’로 사용되고 있는 크리스티안보리궁전을 둘러 나오니, 적벽돌의 근사하고 아름다운 건물이 있습니다.
신의 영광과 구매자와 판매자의 유익한 쓰임새를 위해 설립했다는 400년 된 옛 증권거래소, 유럽의 첫 상품거래소, 뵈르센입니다. 상인들의 수호신 헤르메스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입구에 탁 버티고 서 있습니다. 상반신의 부조상들이 벽기둥에 붙었으며, 꼭대기에는 꽃과 과일 등이 담긴 풍요의 뿔을 들고 있는 여신상이 놓였습니다. 

 차창을 통해 뉘하운운하를 봅니다. 운하 옆으로 노랗고 밝은 여러 색깔의 집들이 있습니다. 한때 안데르센이 집세를 내지 못해 방황하며 살았던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마침 수영경기가 있어서인지, 자전거를 세우고 운하를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북유럽과 독일을 잇는 열차가 오가며, 112년 된 붉은 건물로 정면 시계탑과 양쪽 첨탑이 삼각지붕의 세 꼭짓점을 이루고 있는 중앙역을 지납니다.  

▲ 휄트기념비

코펜하겐 시청사와 안데르센 대로
용과 황소가 싸우고 있는 분수가 광장에 있습니다. 높이 솟은 시계탑이 눈에 확 들어오는 중세풍건물 시청사입니다. 105미터가 넘는 시계탑에 오르면 코펜하겐 시내를 한 눈에 내려 볼 수 있답니다. 그래서인지 코펜하겐의 모든 건물은 경관 보존을 위해 시계탑보다는 높이 질 수가 없도록 하였답니다.
붉은 벽돌과 하얀 창문 사이의 정면 입구 위로 황금상이 있습니다. 코펜하겐의 창설자인 압살론주교로, 정치가 이전에 군 지휘자여서 그런지 근엄합니다.

첨탑과 건물이 아름다워 문화재로 지정 된 팔레스호텔 옆에서 커피를 마십니다. 덴마크에 와서 스타벅스커피를 마시다니, 한탄하며 둘러보다 한 건물의 꼭대기를 보았습니다.  
시청사 대각선으로 길 건너, 모서리에 수은주가 설치된 건물 꼭대기 원반 위에 2개의 황금 소녀상이 보입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자전거를 탄 소녀가, 비가 오는 날에는 우산을 든 소녀가 강아지와 함께 나온다고 합니다. 17도에 머무른 수은주와 구름 탓인지 두 소녀가 반반씩 나와 있는 것을 보니, 동심 어린 덴마크국민의 정서를 보는 것 같습니다.

시청사 옆의 안데르센동상이 길 건너 맞은편의 티볼리공원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서정적이고 환상의 세계를 그리며 따스한 휴머니즘의 동화를 쓴 안데르센과, 전 세계 어린이들을 즐겁게 한 놀이공원의 원조 티볼리 설립자 기오 카르스텐센은 아주 친한 사이였답니다. 어린이 같은 순수한 두 마음이 영원히 함께할 수 있도록 배려한 듯합니다.   
      
 

▲ 시청사

우리 모두 그러는데요!
치안상태가 좋은 코펜하겐은 마르그레테2세여왕이 아말리엔보르궁에서부터  시내의 상점가까지, 평범한 시민처럼 매일 아침 꽃과 야채를 사러 걸어 다녔다고 합니다. 한 미국인 기자가 그때 여왕을 경호했던 덴마크 사람에게 정말 여왕이 그랬느냐 물으니,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우리는 모두 그러는데요!”
확실한 치안이 아니라 특권을 내려놓은 여왕의 행동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키에르케고르와 휘게와 ‘엄마 뱃속에서부터 무덤까지’의 복지보다도 더 오래오래 남습니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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