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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소박한 사물과 사람들…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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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소박한 사물과 사람들…영화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8.08.27 10:54
  • 호수 12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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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지바고’처럼, ‘춘향’처럼

‘활동사진을 본즉 사람이 마치 살아서 움직이는 것 같으니, 그 놀라움을 무어라 표현할 수가 없다’-1901.9.14.<황성신문>논설 부분

<저 하늘에도 슬픔이>, 초등학교 시절 단체관람으로 본 영화였습니다. 소년가장 윤복이의 고달픈 삶을 영화로 만든 것인데, 당시 그 영화를 보고 울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슬픈 영화였습니다. 내 최초의 영화는 아니었지만, 엉엉 울었던 첫 번째 영화였던 탓인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청양읍내리 아랫장터에 있었던 ‘면공관’에서, 청소년불가 영화를 언니들 틈에 끼어 본 것이 생각납니다. 백세공원이 된 냇가에서, 청양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공짜영화도 보았습니다. 차르륵착착 영사기 돌아가는 소리와 번쩍번쩍 불빛이 밤하늘에 퍼졌습니다.
십자로, 지금의 새마을금고 자리에 2층 건물의 청보극장이 개관되자, 선생님들 몰래 영화를 보러 다녔습니다. 극장엘 갔다 들켜 교무실을 들락거리며 반성문을 썼지만, 몰래 보는 영화의 즐거움은 몇 장의 반성문에 비하면 엄청 크고 대단하였습니다. 아마도 50대가 넘으신 분들은 학창시절에 그런 일을 한두 번 정도는 당연히 겪었을 것이라 감히 생각합니다.
 
직장 근처에도 대형 극장이 많았습니다. 길 건너엔 중앙극장이, 조금만 걸으면 명보극장과 스카라극장이, 대한극장과 피카디리, 허리우드 극장이 가까이 있었습니다. 영화 관람권을 사려고 길게 줄을 선 적이 여러 번이었지만 늘 영화에 대한 기대로 지루한 줄 몰랐습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이나, 함박눈이 펑펑 내리던 날의 줄서기는 참 운치 있는 일이었습니다.
노래와 춤과 재인들의 공연장인 최초의 극장 ‘협률사’가 1895년 인천에 설립됐습니다. 1907년에는 서울 종로3가에 최초 민간인에 의해 ‘단성사’가 세워져 무대예술을 공연하고, 조선 최초의 영화이자 연쇄극(연극과 영화 장면을 무대와 스크린을 통해 번갈아 가며 보여주는 형식)인 <의리적 구토>를 1919년에 상영하였습니다. 당시 10만 명의 관객이 그 영화를 보았으며, 이 때 서울의 기방은 개장휴업상태였다고 합니다.(이규태 코너)

1998년 스크린이 여러 개인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생기면서, 스크린이 1개인 단관극장이 사라졌습니다. 그런 이유로 요즘은 ‘극장’이란 명칭도 함께 사라졌지요. 현재 유일한 단관극장은 일제강점기 조선인의 소통과 공론의 장소였던 광주광역시에 있는 광주극장으로 올해 85주년을 맞았습니다. 후원회원제 방식의 지역 공동체극장으로 다양성의 문화를 지키고, 관객과 호흡하며 개관 당시의 초심을 지키고 있답니다.
<겨울여자>와 <서편제>를 보기 위해 종로골목에 길게 줄을 섰던 영화관이 지난해 폐관되었지만, 겉모습도 많이 변했지만, 그 골목에 서면 그곳은 언제나 감동 받고 슬피 울었던 극장 ‘단성사’로 남아있습니다.

영화관에 앉아, 초승달이 뜨고 노을로 물든 하늘을 보며 한 마리 새가 되어 춤을 추는 장면을 봅니다. 희망을 갈망하는 춤, 꿈을 찾아 날아가고픈 춤을 추는 여주인공입니다. 노을은 강렬하거나 여리지 않아 더 눈물지게 합니다. 장면이 흐르고, 눈안개 속에서 살인을 하고 돌아가는 남주인공의 서늘한 뒷모습이 화면을 꽉 채우며 영화는 끝을 맺습니다. 젊은이들의 욕망과 무력감, 분노로 인한 충격적 결말을 보여주는 영화를 보며, 누구는 남주인공이, 또 누구는 여주인공이 되기도 합니다.   

영향력이 큰 대중매체 영화는, 허구로 엮어진 스토리일지언정 현실세태를 반영하기도 합니다. 소통의 수단으로써 짧지만 어떤 형태로든 의미를 부여합니다. 중간 중간 하품이 나오고 졸 때도 있기는 하지만 정의‧로맨스‧복수‧우정, 그리고 웃음과 감동으로 작지만 확실한 행복도 줍니다. 잠시 나를 잊고 또 다른 세상을 생각하게 합니다.  

매달 마지막 수요일은 ‘문화가 있는 날’입니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 영화입니다. 한 편의 영화를 보면서 영화처럼, 영화 속으로 들어가 주인공이 돼 보시기 바랍니다. 
‘영화처럼 너도 날 몰래 사랑한다면/헛된 기대만 가득 품은채로/난 한 곳만 바라봐’-<영화처럼>부분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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