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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이웃-긍정의 아이콘 야마구찌 미유끼 씨
다문화 가족 위한 요양원 꿈꾸는 강한 여성(운곡면 모곡리)
[1260호] 2018년 08월 20일 (월) 10:48:01 이순금 기자 ladysk@cynews.co.kr
   
 

오늘 만나볼 주인공은 야마구찌 미유끼(55·운곡면 모곡리) 씨다. 그는 일본에서 태어나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청양군민이 됐다. 22년 전인 1996년이다. 그리고 현재는 세 아이의 엄마로, 거동이 불편한 어른들을 돌보는 간호조무사로, 우리나라의 전통음악인 사물놀이까지 능숙하게 해내는 한국 사람이 됐다. 미유끼 씨의 살아가는 이야기다.

세 자녀 남기고 떠난 남편 야속
미유끼 씨는 일본에서 3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고 야마가타 현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1996년 청양으로 왔다. 기계를 이용해 자신의 논밭은 물론 이웃의 농사를 짓던 기계전문 농사꾼 양덕모 씨와 결혼하면서다.
이후 세 자녀를 낳고 남편을 도와 농사일을 하며, 또 시아버지를 지극정성으로 봉양하면서 열심히 생활했다. 미혼으로 함께 생활했던 시동생도 친동생처럼 챙겨주면서다.
하지만 지금은 혼자, 컴퓨터 디자인 공부를 하는 22살 큰 아들, 교육학을 전공하는 21살 큰딸, 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하고 있는 19살 둘째 딸을 돌보며 생활하고 있다. 8년 전 50세 되던 해에 남편 양씨가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다른 이주여성들도 대부분 그렇겠지만 저도 청양이 어떤 곳인지 모르고 왔어요. 그런데 와보니 모든 것이 친정과 비슷했고, 덕분에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행복하게 생활 할 수 있었죠. 그런데 남편이 세상을 떠났어요. 막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였습니다. 정말 막막했죠.”
미유끼 씨는 남편이 참 야속했단다. 결혼해 살면서 농사일을 도와줄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바깥출입을 하지 않아, 남편이 떠나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간이 좋지 않아요. 시동생이 남편보다 1년 전에 간경화로 떠났는데. 시동생이 떠난 후 남편이 건강검진을 하니 B형 간염이 암으로 가고 있는 상태라고 했다고 해요. 그렇게 진단받고 4개월 만에 떠났습니다. 막막했지만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시아버님, 아이들과 어떻게든 살아야 했으니까요.”
이후 다행스럽게도 이들 가족의 생계였던 농사일은 시누이 부부가 오가며 도와주기 시작했고, 미유끼 씨도 시아버지와 아이들을 돌보며 직업전선에 뛰어들었다.

할 수 있는 일이면 뭐든 했다
그는 초등학교 통학버스 안전도우미부터 시작했다. 이밖에도 식당에서 음식을 나르는 일 등 할 수 있는 일이면 뭐든 했다. 그러다 생각을 바꿨다. 오랫동안 계속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이다. 그래서 우선 시작한 것이 요양보호사였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먼저 취득해 일을 하면서 간호조무사 학원에 다녔어요. 조무사 취득 후에는 청양군보건의료원에서 2년간 일했고, 그 다음부터 현재까지 5년째 훈 요양병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아이들이 탈 없이 잘 자라준 것이에요. 아이들 모두 아직 공부를 하는 중이어서 조금 벅차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주고 있고요.”
내색은 안했지만 그는 정말 어려웠다. 하지만 더 힘든 사람도 많겠지 하는 마음으로 위로하면서 매사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그것이 어려움을 이겨내는 힘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을 이해하려고 풍물 배웠다
남편을 먼저 보내고 시아버지에게는 며느리의 역할, 아이들에게는 아버지 역할까지도 해야 했던 미유끼 씨. 그는 바쁜 일상 틈틈이 사물놀이도 열심히 배우고 있다. 6년 전부터다.
“난타와 사물을 함께 배웠고 열심히 연습했습니다. 너무 재밌어요. 특히 사물놀이는 한국을 이해하려고 배우기 시작했고 리듬이 어렵지만 하면할수록 더 재밌어지는 것 같습니다. 간호조무사가 3교대라서 쉬는 날 등 틈틈이 시간을 내 인내심을 갖고 하고 있어요.”
그는 현재 김영복 씨가 이끄는 청양두레풍물마당 단원으로, 군내 행사에 출연하기도 한다.
“노인심리치료사 공부 등 배우고 싶은 것들이 많아요. 아이들이 사회인이 되면 조금은 여유로워지겠죠.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요. 그 때 다양하게 해보고 싶어요.”
그는 다문화 가족을 위한 요양원도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치매에 걸리면 옛날 기억만 한다고 해요. 이주여성도 한국어를 배워도 치매에 걸리면 본인 나라의 말을 쓴답니다. 이런 경우 한국 간호사들이나 요양보호사들이 알아듣지 못하잖아요. 이런 분들을 위한 요양원을 만들고 싶어요. 우선 사회복지사 공부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참 힘든 시간을 지냈다는 그. 하지만 자신보다 더 힘든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으로 감사하며 생활하려고 노력한단다. 특히 걱정해 주고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아 힘이 된다고 말한다.
“시아버님이 함께 계시다 지난해 12월 돌아가셨어요. 몇 년 사이 슬픈 일이 계속 됐네요. 다행이 농사일을 도와주는 시누이 부부, 취미활동을 함께할 수 있는 지인들, 특히 든든한 아이들이 있어 재밌게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더 강하게 마음먹고 살 것입니다.”
매사 긍정적인 마음으로 생활한다는 미유끼 씨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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