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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0 젊은 농군, 희망을 일구다⑥…논산시 ‘꽃벵이세상’
“농부라는 말에 자긍심 느껴, 진정한 농부가 되고 싶다”
[1258호] 2018년 08월 06일 (월) 14:23:42 김홍영 기자 khy@cynews.co.kr
   
▲ 꽃벵이 세상의 공동대표인 이은혜 씨와 전영선 씨.

농사꾼은 점차 고령화되고 있으며, 농촌에서 젊은이 보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농촌이 지속가능한 삶의 터전이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땅을 지키는 젊은 농군들이 늘고 있어 농촌의 미래에 희망이 되고 있다.
이른바 2040, 나이 20대에서 40대에 이르는 젊은 농군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청양신문은 농촌의 발전적인 미래와 희망을 모색하기 위해 ‘2040 젊은 농군, 희망을 일구다’를 주제로 한 기획기사를 준비했다.
취재 대상은 농업의 6차 산업화, 소비자 중심의 작물 생산, 고품질을 위한 신기술 도입 등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농가들이다. 총 13회에 걸쳐 군내의 농가 9곳과 타 지역의 농가 사례를 싣는다. 또 청년 농업인 육성을 위해 농촌진흥청이 추진하는 강소농 프로젝트 농가를 찾아봄으로써 정책적 지원의 필요성을 가늠해보고자 한다.
여섯 번째 젊은 농군은 충남 논산 ‘꽃벵이세상’ 농장의 전영선·이은혜 씨이다. 꽃벵이세상은 ‘작지만 강한 농업’을 표방하는 ‘강소농’ 프로젝트 농가다. 청년 농업인을 집중 육성한다는 강소농 프로젝트의 취지에 걸맞게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젊음을 기반으로 농업 전문 CEO로 변모해가고 있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편집자 말>

농사 경험 없어도 가능한 굼벵이 사육
“혹시 꽃벵이가 무슨 말인지 아세요?”
알듯말듯 고개를 갸우뚱 하다가 “글쎄요….”
‘꽃벵이세상’의 전영선(47)·이은혜(40) 공동대표를 처음 만나면 대부분 이와 같은 이야기로 안면을 튼다. 흰점박이꽃무지 유충인 일명 굼벵이를 부르는 별칭이라는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구나~” 한다. 그리고 속으로 ‘굼벵이? 여자들이 굼벵이를 키운다고?’ 의아해 한다.
굼벵이의 생김새가 그닥 호감이 가지 않는데서 오는 편견이랄까, 영선 씨와 은혜 씨도 굼벵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때문에 농장 이름을 어떻게 지을지 고민했다. 좀 더 예쁜 이름을 찾다보니 굼벵이를 꽃벵이라고도 부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꽃벵이세상’이라는 이름을 달았다.

굼벵이를 키운다는 사실에 의아해 하는 이들이 많지만 시골의 초가 지붕을 걷어낼 때 많이 발견되는 굼벵이 누구나 한번쯤은 보거나 들어봤을 만큼 유명하다고 영선 씨는 소개한다.
“풍뎅이의 유충인 굼벵이가 건강에 좋다는 것은 잘 알고 계시지요? 다양한 효능이 있어 근래 식용으로 많이 기르고 있어요. 특히 곤충이 미래의 식량자원으로 떠오르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요.”
식용으로 가능한 굼벵이는 흰점박이꽃무지와 장수풍뎅이의 유충 두 종류로 현재 꽃벵이세상은 흰점박이꽃무지 유충을 생산·가공하여 판매한다.
두 사람이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굼벵이를 사육하게 된 이유이다.  이는 두 사람이 꽃벵이세상을 만든 인연과도 연결돼 있다. 영선 씨는 은혜 씨를 동생이라고 부른다. 친 자매처럼 가까운 사이이다. 두 사람의 어머니는 이종사촌 간. 
“연천에 동생 엄마가 살고 있는데 귀농을 할까 고민하던 즈음, 그곳에 가보니 굼벵이 농가가 많더라고요. 농촌에서 흔히 농사짓는 작물은 경험이 없는 초보자들이 농사짓기 어렵잖아요. 하지만 굼벵이는 경험이 없어도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충남 강경이 고향인 영선 씨와 경기도 연천에서 태어난 은혜 씨가 4년 전인, 2015년 논산으로 귀농하면서 이렇게 하여 굼벵이를 키우게 됐다.
귀농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무슨 농사를 지을 것인가를 결정하니 의외로 쉽게 일이 풀렸다. 귀농하려면 농사지을 땅이 필요하다. 굼벵이는 그런 면에서 부담이 덜 한 편이다. 굼벵이를 사육하는 리빙 박스를 놓을 공간만 있으면 되기 때문. 초기에 돈이 많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 좋았다. 영선 씨의 어머니 건물을 임대했다. 종자 구매, 굼벵이의 먹이인 발효 톱밥 비용 등 500만원으로 시작했다.

   
▲ 두 사람은 굼벵이가 여성 농업인들이 사육하기 좋다고 소개한다.

마케팅 교육 통한 판매 개척
두 사람도 여느 처자들처럼 처음에는 굼벵이를 만지지도 못했다. 하지만 알에서 깨어나 점점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기 3개월이 지나니 너무 귀여워 보이더란다. 굼벵이의 습성을 어느 정도 알게 되고, 키울 만 하다라는 생각이 들 무렵, 또 다른 고민거리가 생겼다.
“굼벵이 제품을 판매하는 가게가 있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 알음알음 아는 이를 통하거나 온라인으로 많이 구매를 하실 거에요.”
굼벵이를 키우긴 키웠는데 일반 농산물처럼 어디서 수매해주는 곳이 있는 것도 아니니 자신들이 직접 판매를 해야 했다. 대부분 인터넷상에서 굼벵이 건조 제품, 분말이나 엑기스, 환으로 가공한 제품이 유통되고 있다.

그즈음 두 사람은 논산농업기술센터에서 블로그 마케팅 전문가 육성 교육을 받게 된다. 동생 은혜 씨는 귀농하면서 먼저 귀농귀촌 교육을 받은 바 있다. 밤이 늦도록 교육받은 이야기를 하던 두 사람. 기술센터의 교육프로그램이 다양하고, 또 배울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된 것. 마침 그들에게는 생소했던 마케팅이나 가공 과정에 대한 지식이 필요했던 차였다.
“농촌생활이 쉽지 않더라고요. 생산만 하면 되는 줄 알았거든요. 근데 제품 가공도 해야 하고, 마케팅도 해야 하고, 마치 기업처럼 여러 가지 과정을 모두 해야 하니까 농사짓는 것보다 더 어려워요. 처음 접하는 마케팅 교육을 받으니 너무 재밌었고, 판매를 어떻게 해야 하나 길이 조금 보였어요.”

두 사람은 ‘꽃벵이세상’이라는 블로그를 만들어 홍보와 판매에 활용했다. 스토어팜을 통해 고객들이 증가했다. 또 곤충 사육에 관심이 있는 예비 농장주들의 방문이 늘어났다. 농장 견학을 통해서 곤충에 대해 자연스럽게 홍보가 됐으며 분양과 판매에까지 연결돼 소득창출로 이어졌다. 블로그와 SNS를 시작한 것이 2016년 하반기였으며, 지난 해, 일년동안 꾸준히 방문자가 증가하고 매출 또한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였다.
이들의 블로그 마케팅 성공 사례는 충남 정보화농업인 전진대회 농산물 마케팅 활성화 경진부문 청년부 최우수상을 수상하면서 입증됐다. 또 2017 강소대전 ‘오늘의 강소농’에 충남 대표로 발표하는 영광도 얻었다.

   
 

대중적인 제품으로 소비층 확대
두 사람이 쉽게 굼벵이를 선택한 이유가 초기 자본에 부담이 없고, 키우기 쉽다는 것. 귀농을 하거나 처음 농사를 시작하는 이들도 똑같은 생각을 하기 마련. 4년 전 두 사람이 시작했을 때 100여 군데에 불과했던 굼벵이 농가가 현재는 2000여 농가로 급격히 증가했다.
“굼벵이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처음에는 판매 단가가 좋은 편이었어요. 그러나 현재는 농가가 늘어난 만큼 판매처도 증가하고 가격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어요.”

가격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두 사람은 판매가를 내리거나 원자재 함유 비율을 낮추는 등의 방법은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 꽃벵이세상에서 판매하는 제품 중 환의 경우, 굼벵이 함유량이 90%, 나머지는 참마를 첨가해 만든다. 효능을 보고 구입하는 건강식품인데 원재료를 되도록 많이 넣어 만들자는 것이 두 사람의 공통된 생각이다. 소비자보다 공급자가 더 많음으로 인해 생기는 가격 경쟁을 해결하기 위해 영선 씨와 은혜 씨는 머리를 맞댔다.
“굼벵이가 건강식품으로만 판매되고 있다는 게 한계가 있다고 봐요. 그러다보니 소비층이 너무 한정돼 있어요. 소비층을 확대할 수 있는 제품의 다양화가 필요하지요.”
좀 더 대중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을 생각하던 중 간식이나 식사 대용 제품을 착안하게 된다. 현미에 굼벵이 분말을 섞어서 쌀 과자로 만들고, 그래뉼라로 만드는 것이다. 논산에서 생산하는 딸기를 건조하여 첨가하려고 한다. 두 사람의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데에도 가공 교육의 도움이 컸다.

“분야는 다르지만 여러 가지 가공과 발효 제품 만들기 등 교육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어요. 같이 교육을 받는 농가에서 실행하고 있는 여러 가지 정보도 얻을 수 있고요. 그 분들이 하고 있는 방법을 우리 농장에 접목해보면 어떨까 생각을 하게 됐지요.”
작물은 다르더라도 기본 원리가 같으니 굼벵이 제품에도 접목해자고 생각 하게 된 것이다. 제품은 OEM 방식으로 만들어 곧 시제품이 나온다.
두 사람은 같은 교육을 받은 농가들의 모임인 강소농 모임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친목도 다지며 각자의 농장 운영 노하우를 벤치마킹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서로 논의하고 소통하고 있다.
 
 

   
 

인생 후반기, 농촌에서 농부로 산다
만 3년을 맞은 꽃벵이세상은 변화의 시점에 와 있다. 본격적으로 종자 생산과 제품 가공이 자체적으로 가능한 시설을 만들었다. 지난 해 귀농귀촌정책자금을 지원받아 어머니 건물 임대 생활을 끝내고 현재의 자리로 올 해 초, 건물을 지어 이전했다. 사육과 가공은 물론 교육장까지 가능한 규모다. 건조기, 오븐, 분쇄기, 혼합기, 스틱포장기, 원액추출기 등을 갖췄다.
“굼벵이 사육은 크게 힘을 쓰는 일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여성들이 하기에 좋은 분야입니다. 곤충을 키움에 있어 섬세함이 필요하고, 사소한 분야까지 잘 살필 수 있어 그런 듯 해요.”

영선 씨는 귀농하기 전 대전에서 수학 과외를 20년 동안 했다. 한창 일 때는 연봉 1억원을 올렸다. 은혜 씨는 10년 동안 네일아트 숍을 운영했고 그녀의 수입도 언니 못지 않았다. 이렇게 도시에서 인생의 전반기를 살았다. 
“도시에서의 삶이 싫어지면서 내가 태어난 농촌으로 가고 싶었어요. 뜻을 같이할 수 있는 자매같은 사람이 있어 쉽게 결정했지요.” 영선 씨의 말이다. 또 은혜 씨도 똑같은 이유로 귀농할 수 있었다. 인생의 후반기를 함께 할 두 사람. 서로 맞댈 수 있어 무엇이든 하면 재미있고, 힘이 된다. 이제 불혹의 나이를 넘어선 그들은 농촌에서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을까?

“농부라는 말이 너무 좋습니다. 우리가 아는 농부들은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또 열심히 공부를 하십니다. 도시에서는 하나만 잘하면 되는데 농촌에서는 모두 잘해야 농사를 잘 지을 수 있어요.”
나도 저런 농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영선 씨와 은혜 씨. 누군가 자신들을 농부라고 불러주면 자긍심이 느껴진다고 한다. ‘진정한 농부는 한 사람의 인격체로서도 훌륭한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두 사람을 보면 그들이 바라는 인생 후반기의 꿈이 커가고 있음이 전해온다.

<이 기획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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