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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시골마을 속 시네마천국, 작은영화관을 가다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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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시골마을 속 시네마천국, 작은영화관을 가다 ②
  • 이동연 기자
  • 승인 2018.07.16 14:34
  • 호수 1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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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서 ‘3D영화’를 즐기다
▲ 한누리시네마는 장수한누리전당 1층을 리모델링해 개관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영화 ‘시네마 천국’은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노인과 아이가 영화를 통해 서로 소통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남녀노소가 함께 즐길 수 있고 여가활동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영화관람.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연간 영화관람 편수는 3년 연속,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인구가 적은 군 단위 지역은 영화관이 없어 문화 갈증을 겪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와 지자체가 합심해 지역민의 문화생활 증진을 위해 극장이 없는 지역에 상설 영화관을 조성하고 나섰다. 바로 문화를 나누는 기쁨, 영화를 보는 즐거움이 가득한 ‘작은영화관’이다.
작은영화관은 어르신에게 추억을, 청춘들에게 낭만을,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특별한 공간으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군 단위의 주민들이 영화 관람을 위해 대도시로 이동해야 하는 부담을 덜어내고 일상 속에서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도시와 신작 영화를 동시 개봉함으로써 지역의 영화 향유권 격차를 해소하고 있다.
청양신문사는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은영화관을 방문해 타 지역 사례를 살펴본다. 또 협동조합 뿐 아니라 지자체 운영으로 지역민과 함께 공존하는 방법과 성과를 알아본다. 이를 통해 전국 24번째 작은 영화관인 ‘청양시네마’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본다.
두 번째로 소개할 곳은 전국 최초로 문을 연 작은영화관, 전북 장수군 ‘한누리시네마’다.
<편집자 말> 

[글 싣는 순서]
1. 작은영화관의 출발, 작은영화관사회적협동조합
2. 작은영화관의 탄생, 장수군 한누리시네마를 가다.
3. 투어패스로 관광객까지 사로잡은, 부안 마실영화관
4. 김제시 직영,  올망졸망 지평선시네마
5. 영상문화생태계 조성, 서천군 기벌포영화관
6. 도시가 부럽지 않은 무주산골영화관
7. 문화갈증의 오아시스, 청양시네마

▲ 한누리시네마 입구에는 천만관객 영화포스터로 꾸며져 있다.

작은영화관의 어머니, 한누리시네마
전라북도 장수군 장수읍 두산리에는 전국 최초로 문을 연 작은영화관이 있다. 2010년 11월 25일 개관한 한누리시네마(관장 서기하)다. 인구가 2만 3천여 명인 장수군은 1970년대 초반 읍내 극장이 없어졌다가 다시 들어섰다.
개관 후 올해 1월 말까지 누적관객 수는 27만4662명. 한누리시네마의 성공 사례가 알려지며 작은 영화관이 주목받기 시작해 2013년부터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영화관이 없는 곳에 국비를 지원해 전국 소도시로 급속히 퍼져 나갔다. 한누리시네마는 작은영화관의 ‘어머니’인 셈이다.

이곳은 최신 개봉작을 시중 영화관보다 30% 가량 저렴한 가격에 상영, 지역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어 왔다. 기존 한누리전당의 가람관을 리모델링한 극장으로 2개관에 90석 규모의 디지털시네마 상영관을 갖추고 매표소, 로비, 편의시설(매점)으로 공간을 나눴다. 총공사비는 7억7379만4400원이 들었다.
1관에는 고급 객석의자 36석과 대형 스크린, 5.1채널 음향시스템을 갖췄으며, 2관에는 최고급 객석의자 54석과 7.1채널 음향시스템, 3D입체영화 영사장비를 구비해 차별성을 뒀다. 
영화 관람을 위해 2~3시간을 나가야 했던 군민들 그리고 영화관을 생소하게 느끼던 시골노인층이 이젠 동네에서 3D영화를 보고 팝콘을 먹으며 문화생활을 즐기고 있다.

▲ 서기하 관장이 영화관 홍보를 위해 벽에 붙인 전단지.

1인 관람횟수 끌어올리기
한누리시네마는 작은영화관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김선태·구 글로벌미디어테크)이 위탁운영을 맡았다. 이들이 내세운 ‘최신영화 동시개봉, 저렴한 관람료’ 전략에도 불구, 초창기 운영실적은 좋지 않았다.
작은영화관 운영에 들어선지 2년 후인 2012년 한누리시네마를 찾은 관객 수는 총3만2353명으로 월평균 2696명이 영화관을 찾았고 평균 관객 점유율은 8.33%에 불과했다. 또한 장수군 인구 대비 관람객 1인당 관람 횟수는 1.4회로 2012년 기준 국내 1인당 영화 관람 횟수 3.83회의 절반수준이었다.
당시 운영 손익은 매월 흑자였으나 비수기인 3·6·11월에는 작게는 60만 원에서 많게는 200만 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운영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주민 1인의 관람횟수를 최소 2회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했다.

각 기관단체로 공문을 보내 단체관람객을 유도하고, 주민들 반응을 살피며 영화 시간표를 조정했다.
특히 직장인들의 골든타임인 저녁식사 후로 영화를 상영하는가 하면, 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활용한 홍보, 극장 단골 고객들에게 매주 상영 시간표 발송 등 다방면으로 작은영화관을 알리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한 달에 한번 마지막 수요일에 진행되는 ‘문화가 있는 날’, 장수군의 도움으로 공무원의 사회복지예산을 활용한 영화관람권 배부 등으로 관람객 수 늘리기에 성공했다.
그 결과 시설사용료를 지원받지 않고도 계속 흑자를 낼 수 있는 영화관으로 거듭났다. 이들이 낸 수익금의 일부는 환원사업을 통해 지자체로 기부된다. 매년 100만 원씩 학생연합청소년단체나 행사에 전달된다.

▲ 전국에서 처음생긴 작은영화관 매점(위)과 티켓박스(매표소)

영화관 활용방안
지난 3월 31일 한누리시네마에서 ‘전북투어패스 1+1’ 판매행사를 진행했다. 이는 전라북도 토탈 관광 시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전북투어패스 이용 활성화를 위함이다. 이 패스 안에는 한누리시네마 영화 1편 무료 관람권이 포함돼 영화관 홍보에 큰 도움이 됐다.
또한 지난해 6월 12일부터 16일까지 ‘보는 것을 넘어 배우고 즐기는’ 작은영화관 기획전이 열렸다.
이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가 주최하고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와 한누리시네마가 주관, 2개관에서 영화 10편을 총 23회 상영했다. 선착순 무료입장이었다.
이날 영화관은 2016년 전북사랑 UCC공모전 우수상을 수상한 백화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이 연출한 단편영화 ‘친구의 사전적 정의’ 특별 상영회도 가졌다. 또 저예산 독립영화인들에게 상영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지난해 ‘귀향’과 ‘옥자’ 이라는 독립영화가 사회적 이슈가 됐으나 대기업 영화관에서는 수익이 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 이를 상영하지 않았다. 하지만 작은영화관은 달랐다. 소수의 매니아층을 위한 편성으로 도시민들의 발길을 시골로 돌렸기 때문이다. 독립영화를 상영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의 효자노릇을 한 셈이다.
한누리시네마는 다양한 영화 프로그램 소개와 문화 공간 활용으로 이벤트성보다는 일상적인 공간으로 지역민들에게 다가감으로써 지역 커뮤니티가 활성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향후 지역별 작은영화관 네트워크가 구축되면 지역 특산품 광고, 지역 행사 홍보, 그리고 지역 기업들의 홍보 수단으로 활용할 방안, 또한 홍보동영상 제작을 지역 영상미디어센터와 연계해 직접 제작할 수 있는 순환 구조도 가능할 것이다.

<이 기획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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