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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2040 젊은 농군, 희망을 일구다⑤
“친환경 구기자 생산으로 경쟁력 높이자” 청양읍 백천리 엄태일 씨
[1255호] 2018년 07월 09일 (월) 11:16:01 김홍영 기자 khy@cynews.co.kr
   
▲ 유기농업 자재로 구기자 농사를 짓는 엄태일 씨.

농사꾼은 점차 고령화되고 있으며, 농촌에서 젊은이 보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농촌이 지속가능한 삶의 터전이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땅을 지키는 젊은 농군들이 늘고 있어 농촌의 미래에 희망이 되고 있다.
이른바 2040, 나이 20대에서 40대에 이르는 젊은 농군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청양신문은 농촌의 발전적인 미래와 희망을 모색하기 위해 ‘2040 젊은 농군, 희망을 일구다’를 주제로 한 기획기사를 준비했다.
취재 대상은 농업의 6차 산업화, 소비자 중심의 작물 생산, 고품질을 위한 신기술 도입 등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농가들이다. 총 13회에 걸쳐 군내의 농가 9곳과 타 지역의 농가 사례를 싣는다. 또 청년 농업인 육성을 위해 농업진흥청이 추진하는 강소농 프로젝트 농가를 찾아봄으로써 정책적 지원의 필요성을 가늠해보고자 한다. 다섯 번째 젊은 농군은 청양읍 백천리에서 구기자 농사를 짓는 엄태일 씨다.  <편집자 말>

‘농사짓고 살자’ 결정 쉽지 않아
“지역에서 구기자 농사 50~60여 년 한 분들은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아주 높습니다. 오랜 시간동안 쌓인 그 분들의 경험은 발전한 농법으로도 따라갈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반백년 동안 구기자 재배를 한 농사꾼에 비한다면 엄태일(49·청양읍 백천리) 씨가 구기자 농사를 지은 지는 이제 겨우 6년밖에 안됐다. 그런 그가 대 선배 농사꾼의 이야기를 한 이유는 그도 구기자 농사를 이처럼 짓고 싶다는 마음의 표현이다.
엄씨가 이 같은 꿈을 갖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고향으로 내려 온 것은 2000년도 이지만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이 채 10년도 안된다.
“14년 만에 고향에 내려왔을 당시는 농사지으려는 생각은 못했어요. 고향에 도움도 되고, 돈을 벌수 있는 일을 찾았지요.”

그래서 그는 충청응급환자 이송단을 인수하여 6년간 운영을 했다. 이전까지 그의 직업은 제품검사원이었다. 학교에서 기계설계, 용접, 배관 등을 공부해 관련 자격증이 여러 개 있었고 취직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한 때는 국내 굴지의 자동차 회사의 자회사에서 일한 적도 있다. 연봉이 대기업 수준으로 좋았다. 그 때 나이 30대 초반.
“상하 관계, 동료 관계 등 조직생활에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주변인들은 월급 좋은 그런 직장을 왜 그만두느냐고 걱정을 했지요.”
응급환자 이송 일은 엄씨가 생각하듯 생명을 살리는데 도움이 되기도 하고, 직장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도 받지 않는 괜찮은 직업이었지만 그것이 오래 가지 않았다.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시는 예견치 않은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응급환자 이송 일을 하면서 정작 내 아버지는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으로 괴로웠습니다.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 갈등이 생겼어요.”
그 때가 엄씨에게는 고비였다. 다시 도시로 나가 취직을 해야 하나, 아니면 내가 맏이이니까 아버지가 농사 지으시던 것을 이어서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갑작스레 돌아가셨기 때문에 그는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고향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자고 마음을 먹기까지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벌써 혼기가 꽉 찼고, 정착하려면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으며, 2008년 아내 이미경(33)씨와 결혼 했다.

   
 

시설 지원으로 구기자 본격 시작
“아버지가 농사짓던 땅에서 처음 시작했어요. 그런데 농사가 생각보다 싶지 않더라고요. 집사람과 밤낮없이 일했는데 성과는 별로였어요.”
고향 내려와서 결혼도 했으니 정착을 잘 하라는 격려의 뜻이었는지 고향 선배님들이 땅도 그냥 빌려주다시피 했다. 4000 여 제곱미터에 구기자, 고추, 감자, 고구마를 심었다. 농사 경험이 없는 부부에게는 무모한 규모다.
“규모가 늘어나니 관리가 잘 안되더라고요. 집 사람과 밤 낮 가리지 않고 일해도 일이 끝이 없어요. 경험도 부족하고, 농사 지식도 없었으니까요. 열심히만 했지 무슨 체계가 있었겠어요.”

힘든 만큼 수확만 괜찮았으면 좋으련만 고추 1만 여 포기를 심었는데 그 해 탄저병으로  수확량은 채 50kg도 되지 않았다. ‘그렇게 쉬우면 다 농사짓지’하는 어르신들의 말이 떠올랐다.
“옆에서 보면 쉬워 보이잖아요. 눈썰미가 있어 곁눈질해도 농사는 경험이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어요. 힘든 시기였는데 마침 지인이 구기자에 대한 정보를 주었어요.”
당시 구기자 콩 클러스터 사업으로 시설비를 군에서 지원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이미 노지에 구기자 농사를 짓고 있었지만 이것이 하나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주변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아내는 직장 다니는 게 낫지 않느냐고 만류했다. 주변 사람들도 그가 논에다 시설하우스 한다고 하니 뭐 안다고 구기자 농사 하느냐고 했다.
“청양에서 농사지으려면 응당 구기자 농사를 하는 것이 순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할아버지, 아버지가 구기자 농사를 하셨어요. 그래서 구기자 농사를 어렵다고 여기지는 않았어요. 다른 작물보다 부담이 없었지요. 마침 시설비의 80%를 지원 한다고 하니 구기자 농사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렇다고 그가 구기자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아니었다. 구기자 농사짓는 거 보고 자랐지만 여느 젊은이들처럼 더 아는 것도 없었다. 그래도 그는 고향 덕을 많이 봤다.
“구기자가 지역 특산물인 만큼 구기자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주변 환경과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요. 구기자 농사를 짓는 분들의 농사 경험을 공유할 수 있었던 게 많은 도움이 됐어요.”
2013년 비닐하우스 1동, 660여 제곱미터로 시작한 구기자 농사. 첫해 농사의 성과는 괜찮았다. 현재 구기자 시설은 네 배로 늘었다. 지난 해 수확은 4동, 2600여 제곱미터에서 약 600kg을 수확했다. 여기에 매실과 고추, 깨 농사도 짓고 있지만 주 수입원은 구기자다.

생산성 향상 위해 노력
그는 2015년 친환경구기자연구회에 가입하였고, 무농약 인증 구기자를 생산하고 있다. 일반 GAP 구기자에 비해 생산량이 3배에서 5배 정도 차이가 난다.
“무농약으로 농사지으면 생산량이 적습니다. 농사짓는 것도 더 어렵고요. 그래서 다시 일반 농법으로 바꾸는 분들도 많아요. 저는 품질 좋은 구기자를 생산하려고 합니다.”
일반 구기자는 가격 등락이 심한 편이다. 친환경으로 구기자를 재배하는 지인들이 가격 등락 신경 쓰지 않고 꾸준히 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조언을 했다. 그는 많이 생산하는 쪽보다 생산성을 높이는 편이 오히려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일반 제품이 친환경보다 가격이 더 좋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등락이 심해서 재배 면적을 무턱대고 늘릴 수가 없어요. 하지만 친환경 제품은 일정 가격이 형성돼 있으니 농가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소득을 올릴 수 있지요.”

엄씨는 시장 등락이 없는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되, 생산성을 높이자는 목표를 세웠다. 이런 이유로 비닐하우스에 구기자 농사에 필요한 첨단 시설을 설치했다. 사람이 없어도 일정한 시간을 맞춰놓으면 자동으로 방제가 되는 기계이다. 또 요즈음 같은 고온에는 안개를 분무하여 온도를 내리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여름의 고온 피해를 줄이기 위해 온도 조절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다. 하우스 천정에 달려있는 선풍기도 엄씨가 직접 개발하여 설치한 것이다.
“규모 있게 하려면 적어도 660여 제곱미터 규모를 5동 이상해야 한다고 하지요. 그런데 저는 재배면적을 늘리기보다는 하우스의 시설을 업그레이드 하는데 치중하고 있어요. 노동력을 줄이기 위함이지요.”
그는 구기자 소득의 30% 이상이 인건비로 들어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구기자 농사를 대규모로 지을 수 없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 그래서 그는 아내와 둘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 인건비를 줄이고자 한다. 엄씨는 적정한 재배 면적에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들을 찾아가고 있다.
대개 660여 제곱미터의 규모에는 구기자 고랑을 다섯 개 정도 만든다. 엄씨네 하우스는 네 개 고랑으로 만들었다. 우선 농사를 짓는 입장에서도 관리가 용이하다. 또 구기자가 자라는 환경도 좋아져 생산량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 아내인 이미경 씨와 두 사람만의 노동력으로 농사지으려는 시범포를 운영한다.

유기 전환 중, 좋은 환경 물려주고 싶다
그가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안전한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살아있는 땅을 후손에게 물려주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은 가업인데 다음 세대에게도 좋은 환경을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불과 몇 년이었는데도 구기자 하우스 주변에서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생명체를 보면 토양이 살아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그의 말에서 자연 친화적인 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현재 엄씨는 구기자 농사에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무농약 인증에서 유기농 전환을 위한 준비에 돌입한 것이다.
“평생 구기자 농사를 지은 선배님들의 밭에 가면 땅 색깔부터 다릅니다. 땅심이 좋아 보여요. 화학 비료 안써도 품질 좋은 구기자가 열리지요.”
엄씨의 말에는 평생 구기자 농사를 짓고 많은 시간이 흐른 다음, 현재 모델로 삼고 있는 선배 농사꾼 같은 농부가 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담겨있다.

<이 기획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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