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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소박한 사물과 사람들…촉진자 복권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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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소박한 사물과 사람들…촉진자 복권승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8.06.25 14:06
  • 호수 12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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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위한 이야기꾼…복권승

‘6월-도랑 둑길을 걷다 보면, 어미 새가 새끼를 키우는 모습을 조심스레 엿보며 감동을 느낍니다. 원앙과 흰뺨검둥오리 새끼들이 어미를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쑥쑥 잘도 크는 호장근 새순도 몰라보게 자랐습니다.’-복권승의 <마을 도랑의 생태월령가> 부분

서로 더불어 행복한 세상 만들기 - 공동체
“한 사람만 목소리를 크게 내는 것이 아니라, 태양 혼자 작열하는 사막이 아니라, 햇살의 따사로움과 더불어 나무도 행복하고, 나무 아래서 또 다른 사물들도 건강 할 수 있는, 누가 누구를 위해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 목소리를 내고, 서로가 같이 그걸 가지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조화, 권력과 비권력자로 나뉘지 않는 세상, 더불어 사는 세상요.”
“냇물도 우리에게 얘길 합니다. 나 아프다. 건강하다. 너희 때문에 행복하다. 모두가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해야 서로를 알 수 있죠.”
 더불어, 자연과 사람이 함께 행복한 공동체, 자기 스스로 자기를 얘기할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공동체를 건강하게 하려면 개체들 스스로가 자기가 누리고 싶은 것을 누리게 하고, 거기서 안 되는 것들은 뭉쳐서 함께 어울려 나가는 거죠. 법‧규약‧약속을 지키고, 배려하는 건강한 사회요. 지역이 서로 보듬어서 피곤하지 않고 행복한 마을, 환경이 더러워져서 우리가 피곤해서는 안 되잖아요? 동네 물 마음대로 못 마셔서, 수돗물 못 마셔서, 물 사 먹는 것이 피곤한 거죠.”

냇물이, 고향이 그리워서 내려온 청양
“사실은 동네 때문에 올라갔죠. 동네를 좀 더 건강하게 하고 싶었어요.”
 그럼 결국 배우러 올라간 거네요? 결혼할 때도 시골에 내려올 수 있는 조건으로 배우자를 찾았다고 합니다.
 “동지예요. 감사하죠. 처음엔 정말 우울했어요. 고향의 하천은 물고기 잡던 냇물이죠. 우리의 모든 놀이가 거기서 다 이뤄지던 곳이잖아요? 함께 모이는 소통의 장소, 거기 시장도 있는.” 
 “컴퓨터동아리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홈페이지 만드는 법, 컴퓨터 사용법을 가르쳐 드렸죠.” 대안학교를 운영하고 싶었지만, 컴퓨터로 돈을 벌어 동네 네트워크를 만들고 공동체를 만들고자 했었답니다.
  
컴퓨터가게를 하는 복권승씨를 처음 알았습니다. 그러더니 하모니카를 불고, 목공예를 하고, 생태를 살린다며 ‘오두방정탐험대’를 진두지휘하고, 도랑을 살려 반딧불이를 불러들였습니다. 금강을 보호하며 환경단체들도 모르는 ‘큰빗이끼벌레’도 찾아내더니, 책을 읽고 기생충을 사랑하자고 합니다.

변화하기 위한 학습 - 문화      
“권력을 가진 사람이 변하지 않으면 절대로 바뀌지 못하죠. 스스로도 갑질로 인해서 행복할 수 없죠. 그래서 자기 자신을 찾아야 하죠. 그렇게 문화를 바꿔나가는 것이고요.”
 “핵심적인 것은 공부입니다. 변화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우리 스스로를 위한 공부로, 모든 걸 이뤄내는 것이 학습동아리입니다. 시민교육은 어렸을 때부터  해야 하며, 그래서 마을학교가 중요한 이유죠.”

어렵네요. 이렇게 어려운 얘기를 어린 학생들이 알아듣나요? 
“강의할 때는 똥 얘기 갖고 하고, 콜레라 얘기, 쉬운 걸로 풀죠. 역사, 문화, 지역, 공동체 등을 공부합니다. 말 하라! 너희들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하고 싶은 대로 해라! 마음껏 즐겨라! 눈치 보지마라! 고 하죠. 그러면서도 우리 딸한테는 그러지 못했죠. 저도 과정인거죠.”
본인도 바꾸지 못 했다는 변화, 그래도 멈추지 않습니다.
“저보고 새‧곤충‧물고기 박사, 음악칼럼리스트라고 해요. 어떤 사람들은 지역 지명 박사로 알고, 또 어떤 이들은 영화 보여주는 사람으로 알아요. 저는 그냥 ‘이야기꾼 복씨’로 불러주면 고맙죠.”
어떤 이야기, 공동체이야기요?
“아뇨, 잡스런 이야기요 하하. 저는 이야기공장 직공이에요.”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거의 집에서 보며, 공동체로 활용해요. 영화 만드는 모임도 했었죠.” 복잡하고 열정적이고 전형적인 사랑이야기를 그린 20여 년 전의 영화 ‘잉그리쉬 페이션트’를 아직까지도 좋아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변화의 초점을 바꿨습니다. 청양만을 위해 봉사하기 보다는 다른 형식으로 봉사하는 것이 맞겠다고 생각하죠. 과거에는 직접 했지만, 지금은 그런 사람들을 키우는 일을 하고 있어요. 제자훈련요.”
“성공적인 마을이 있을까요? 마을은 변화하죠. 사람보다 문화와 관습과 시스템을 믿어야죠. 그래야 행복해집니다. 결국 분산의 원리죠.”
공동체의 행복을 위해 50여 명의 동료들과 공부합니다. 보령에서는 스토리텔러과정을, 공주에서는 마을활동가 기초교육과정을, 서천에서는 마을학교를 운영합니다.
 “지역별로 같이 활동 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고맙죠. 청양이 절 키워줬어요. 청양이었기 때문에 클 수 있었고, 말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죠. 미개척이라서 흥미로운 고장이기도 하고, 또 바꿀 것이 많고, 작아서. 청양은 낡았지만 그 속에 미래가 있는, 오래된 미래죠.”

음악과 영화와 바코와 코리와 동지
“처음엔 의무감으로 했는데, 이제는 만족하면서 해요. 그래야 지속가능하고 계속 갈 수 있잖아요? 그렇게 쉽지는 않겠지만, 큰 기대 안 하고 가면 되는 거죠.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 이렇게 가면 변화할 거란 믿음이 있어요.”
우리 아이들 세상의 행복한 공동체를 위하여 도랑과 하천, 갯벌을 살리는 운동을 했던 것이었습니다. 새나 물고기의 말처럼,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타인의 행복을 위해 동서남북 뛰는 복권승씨의 행복 가득한 얼굴, 마음만은 알겠습니다.  
 
커피향이 좋은 방입니다. 윤기가 쫙 흐르는 검은색 털에 흰 점이 있어 붙여진 바코와 꼬리가 말려서 아픈 흰 코리, 두 마리의 고양이도 함께 살고 있습니다. 김광섭책이 보이고, 하모니카를 붑니다.
“강의할 때 필요해요. 집에 악기라고는 하모니카 밖에 없었죠. 초등학교 때부터 했으니 한 40년 했죠.”
“오늘도 공연하고 왔어요. 공동체가 함께 어우러지는 잔치로, 서로 갖고 있는 것들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행복한 자리를 보령에서 만들었고요. 저희 동료들이 엮었습니다. ‘집나온 여덟명’이 지금은 수 십 명이 됐습니다.”
시를 읊고 책을 읽으며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그리는, 그런 공연요?
 “네. 흐흐.”

들풀의 번식과정과 창조의 섭리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며 아이들과 잘 노는 복권승씨는, 스스로 잡놈이라 하지만 ‘공동체활동가’이며 ‘충남형주민자치회 컨설턴트’입니다.  
대한민국의 진정한 퍼실리테이터, 촉진자가 되고 싶은 이야기꾼 복씨의 무궁무진한 감성과 꿈을 들었습니다. 권리를 주장하지 않고, 나눔에 대해 추구하고, 모든 것들에게 감사하며 살아갑니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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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박덩굴 2018-06-30 15:43:20
잘 읽었습니다.
청양을 정말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좋은사람,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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