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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인 홍성림 씨가 말하는 청양이야기
희망 가득한 청산에 살어리랏다
[1250호] 2018년 06월 04일 (월) 13:03:05 박미애 기자 mari@cynews.co.kr
   
▲ 사방이 나무와 풀로 우거진 푸른 숲으로 둘러싸인 깊은 산자락에서 생활하고 있는 홍씨의 집터.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고려가요 청산별곡의 한 구절이다.
청산이란 나무와 풀이 우거진 푸른 산을 뜻하고, 맑고 깨끗한 자연을 대신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여기에 최근에는 도시생활에 염증을 느껴 자연 돌아가고 싶어 하는 마음을 대신하는 용어로 대체되고 있기도 하다. 그만큼 산 좋고 물 맑은 자연 즉 농촌에서 제2의 삶을 살아가려는 귀농·귀촌인구가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오직 자연이 좋아 일흔이 넘은 나이에 청양에 터를 잡고 생활하고 있는 귀농인 홍성림(73)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귀농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청양발전을 위해 고민해야할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도 갖고자 한다.
 <편집자 말>

시원한 바람, 깨끗한 공기 벗 삼아
남양면 온직리(솟골길) 밤산 사이에 있는 조그만 오솔길을 2킬로미터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굽이굽이 깊은 산자락 푸르른 기운 속에 폭 파묻혀 있는 집터를 하나 발견할 수 있다.
주변에 인가하나 없는 산골이지만 덕분에 시원한 바람, 깨끗한 공기를 벗 삼아 생활하고 있다는 홍성림 씨. 그가 이곳에 정착한 것은 지난 2016년 3월, 그의 나이 일흔이 될 때였다.
“어릴 때부터 자연에 대한 동경이 많았어요. 청양에서 태어나 4살 때 부산에서 잠시 피난생활을 한 후 쭉 서울에서 생활하여, 그 그리움은 더욱 컸죠. 남양은 아버지(고 홍한표 씨)가 계셨기에 가끔 오가는 정도였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신(2008년) 이후 본격적인 귀농을 결심하고 준비를 시작했어요.”

홍씨는 포장이 안 된 오솔길을 차가 지나갈 수 있도록 터를 닦았다. 서울과 청양을 오가며 틈틈이 생활기반도 조성하고 이웃들과 유대도 쌓는 등 순차적으로 귀농을 준비했다.
“특별히 귀농인이라고 지칭하고 싶지는 않다”는 홍씨는 “그저 자연 속에서 살고 싶어서 내려왔고 텐트 하나만 가져도 너무 행복했을 텐데, 아버지로부터 이처럼 좋은 환경의 산을 물려받아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한다.
사방 2킬로미터에 민가 하나 없이 오로지 자연 속에서 누리는 평화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는 그.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며 생활하기에 더할 나위없는 환경 속에서 생활하며 도시민들에게도 이 같은 여유로움을 전해주고 싶은 바람을 전했다.

   
▲ 스스럼없이 양봉장을 개방해 이웃을 위해, 더불어 잘사는 지역을 만들어 가기 위해 앞장서고 있는 홍성림 씨.

무궁무진한 부가가치 지닌 양봉
홍씨가 귀농하면서 선택한 것은 양봉이었다. 하지만 양봉을 시작하며 많은 애를 먹었다.
정확하게 하는 사람도, 알려주는 이도 없었기 때문이다. 전국을 다니면서 홀로 배우고 익혔다. 그러한 노력이 통해서일까, 현재 청양군양봉연구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군으로 시작했던 양봉도 이제 150군으로 늘었다.
“청양에 양봉 하는 사람이 많은데도 알려주길 꺼려하더군요. 양봉산업이 비전이 있어 하려는 이는 줄서 있는데 알려주려는 이가 없었던 거죠. 청양이 왜 이렇게 변했을까 너무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나라도 알려주자 마음먹었지요.”
비록 홍씨의 양봉 경력은 짧지만 그가 가진 노하우는 양봉 경력 30년이 넘은 사람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다.
이에 2월부터 한 달에 한 번 양봉을 배우려는 사람부터, 현재 양봉을 하는 사람까지 ‘산막모임’이라는 모임을 통해 양봉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양봉비전 교육을 펼치고 있다. 

“양봉에는 매뉴얼이 없어요. 매뉴얼이 있지만 여러 변수와 경우의 수가 존재하다 보니 그 매뉴얼대로 할 수가 없죠. 그래서 벌 키우기가 상당히 어려워요. 쉽지는 않죠. 그 대신 어마어마한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어요. 100군의 벌통으로도 연 매출 1억을 벌수 있다면 누군들 하고 싶지 않겠습니까.”
벌이 질병에 약해 양봉장 공개도 어렵다. 하지만 그는 양봉장을 거리낌 없이 공개해 보여주고 아낌없이 노하우도 전수해준다. 어렵지만 누군가는 그렇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폐쇄적이고 자기 것만 주장하다 보면, 본인은 잘 살지 몰라도 그런 청양이 과연 언제까지 유지 될 수 있을까요?”라고 반문하며 “중요한 것은 함께 발전하고 함께 커 갈 수 있는, 더불어 같이 잘사는 지역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홍씨는 전한다.

   
▲ ‘산막모임’을 통해 양봉을 키우길 희망하는 이웃들에게 본인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해주고 있다.

특색 있는 밀원수림 조성 시급
“헛개나무 같은 특색 있는 밀원수림 조성으로 뉴질랜드 마누카꿀처럼 세계적인 명품 꿀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뉴질랜드에서 가장 유명한 수출품인 마누카꿀은 마누카 나무의 넥타(식물이 분비하는 꿀)를 먹은 벌들이 만든 꿀이다. 이 꿀은 살균효과가 매우 좋아 상처를 치료할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내과 질환이나 소화불량에도 효험이 있고, 특유의 향과 진한 맛으로도 사랑받는 세계적인 꿀이다.
이처럼 홍씨는 청양만이 내세울만한 밀원수림 조성으로 세계적인 꿀을 생산해 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흔한 밤꿀이나 아카시아 꿀로는 경쟁력에서 도태되기 마련이고, 청양만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없다는 것.
이에 그는 헛개나무 밀원수림 조성으로 ‘헛개꿀’을 만들어 낸다면 세계적인 브랜드화는 물론 맛과 기능성 두 가지를 노릴 수 있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헛개나무는 아카시아나무보다 꿀 생산량이 2배 이상 높을 뿐만 아니라 피로회복과 체력증진 효능이 탁월해 식품산업에도 활용성이 높고 산림소득에도 효용이 크다.
그는 “꿀벌이 사라지면 4년 이내 인류도 멸망할 거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이 있다. 당장 딸기, 배 등 과일도 수정벌이 없으면 재배할 수가 없는 것처럼, 양봉이 인류에게 주는 혜택은 어마어마하다”며 “청양만의 밀원수림 조성으로 양봉특구를 만들어 더불어 잘사는 청양, 고부가가치 생산력을 지닌 지역을 만드는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한다.

성공적인 귀농을 위한 네 가지
홍씨는 성공적인 귀농을 위해서는 네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첫째, 원주민들과의 융합이다. 본인의 권리만을 주장하다보면 마찰이 빚어지게 되니 원주민들과 어떻게 조화롭게 어울려 나갈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것.
그는 “아무리 본인 소유의 땅이라고 자기 권리만을 주장하면 다툼이 일어나기 마련이에요. 마을마다 관행과 관례가 있죠. 그것을 습득해서 이기려 하기보다 조화롭게 어울려 나가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성공적인 귀농 조건이라고 말했다.
둘째, 귀농 전에 어떤 작목을 할 것인가 미리 탐색하라고 말했다. 어떤 생활이든 수입원이 있어야 하는데, 도시생활이 염증난다고 무작정 농촌에 내려와 보면 낭패 보기가 쉽다.
“작목선택 없이 여러 가지 우왕좌왕하다보면 이도저도 안돼요. 한 작목에 꾸준히 매달려 전문가가 되면 성공가능성 또한 높아지고 이는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지름길이 됩니다.”
농촌은 잘만 활용하면 도시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기회의 지역이 된다. 다만 그를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농촌을 쉽게 생각하고 덤볐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다는 것이 홍씨의 주장이다. 미래의 대안은 ‘농촌’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져 가는 만큼, 농촌을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 관건이다.

셋째, 절대 집을 먼저 지으면 안 된다. 큰돈 들여 집 먼저 짓는 사람들의 실패 확률이 높기 때문에 텐트에서 살더라도 마을 분위기를 먼저 익히고 이후에 차차 집을 지으라고 조언했다. “농촌에 오면 농촌답게 살아야 하는데 농촌에서 도시에서 살던 것을 추구하다보면 불화가 생기기 마련”이라는 것.
넷째, 내일보다도 먼저 이웃을 도우라는 것이다. 이웃들과의 관계를 잘 맺고 함께 생활해가기 위해서는 도움만 바라기보다, 농촌에 일손이 부족할 때 내 일을 제쳐두고서라도 도와주는 협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 날이 따뜻해진 지금은 집보다 텐트가 더 편하다는 홍씨. 독서부터 취미인 음악까지 텐트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한다.

청양의 장점인 ‘청산’을 팔자
“청양은 무엇보다 ‘청정지역’이라는 최고의 장점을 갖고 있어요. 이것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 나갔으면 좋겠는데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입니다.”
전국적으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요즘, 도시민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는 밖을 나가기도 무서워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시대에 맑고 깨끗한 지역이라는 이미지 마케팅으로 청양을 가꿔나간다면 무서울 것이 없다는 것.
“똑같은 농산물이라도 청정지역에서 나는 농산물이 값을 더 받듯, 청정이미지가 청양을 살릴 키워드라고 생각합니다. 청산이라는 상품을 파는 것으로 충분히 청양의 미래를 꿈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홍씨는 특히 천장호 출렁다리를 멋있게 꾸며놓고도 도시민들에게 무료로 입장시킨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는 “다른 지역에 가면 이보다 못한 환경에도 돈 다 내고 가는데 청양은 무슨 돈이 그리 많아서 무료로 그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고, 오염만 시키는지 모르겠다”며 “도시민들에게 입장료와 주차비를 받아서 그 수입을 군민을 위해 사용하면 훨씬 살기 좋은 청양을 만들 수 있을 텐데 답답하다. 이는 청양의 인심이 아니라 정당한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속내를 비쳤다.

또 현재 전국적으로 낚시 인구가 700만 명을 돌파, 등산을 제치고 국민 1위 취미생활로 등극했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대중화가 됐다. 이러한 시점에서 청양은 낚시꾼들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또한 천장호와 같은 선상에서 생각할 수 있다는 것.
조금만 시설 정비해서 입장료를 받는다면, 이를 활용해 일부 몰지각한 낚시꾼들의 쓰레기 투기 문제에 골머리를 앓을 필요도 없고 군세강화도 될 수 있다. 낚시하면서 먹고 마시는 돈 또한 적지 않아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거라는 견해다.
“예당저수지만 하더라도 입장료를 받는데 청양은 낚시꾼들의 천국입니다. 특히 지천 같은 경우 플라잉 낚시꾼들이 정말 좋아할 만한 환경을 갖추고 있어요. 돈을 받아야 그 가치를 알죠.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정비하고 맛있는 음식과 배려, 친절이 조금만 덧대어 진다면 사람들로 북적한 청양을 만드는 것이 결코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끝으로 홍씨는 “청양은 보물이 정말 많은 지역이다. 그것을 볼 수 있는 눈을 키워 개발해간다면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지역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자부한다”며 “정말로 아름다운 청양을 사람 살만한 곳으로, 더불어 잘사는 지역으로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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