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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2040 젊은 농군, 희망을 일구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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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2040 젊은 농군, 희망을 일구다 ①
  • 김홍영 기자
  • 승인 2018.05.21 13:36
  • 호수 1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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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면 이팜농장 이병기·성인경 부부 “표고버섯, 부가가치를 높여라!”
▲ 대치면에서 표고버섯 농사를 짓는 이병기·성인경 부부.

농사꾼은 점차 고령화되고 있으며, 농촌에서 젊은이 보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농촌이 지속가능한 삶의 터전이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땅을 지키는 젊은 농군들이 늘고 있어 농촌의 미래에 희망이 되고 있다.
이른바 2040, 나이 20대에서 40대에 이르는 젊은 농군이 그 주인공들이다.
청양신문은 농촌의 발전적인 미래와 희망을 모색하기 위해 ‘2040 젊은 농군, 희망을 일구다’를 주제로 한 기획기사를 준비했다.
취재 대상은 농업의 6차 산업화, 소비자 중심의 작물 생산, 고품질을 위한 신기술 도입 등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농가들이다.
총 13회에 걸쳐 군내의 농가 9곳과 타 지역의 선진 농가 사례를 싣는다. 또 청년 농업인 육성을 위해 지자체가 추진하는 강소농 프로젝트 농가를 찾아봄으로써 정책적 지원의 필요성을 가늠해보고자 한다. 그 첫 번째로 대치면 이팜농장 이병기·성인경 부부의 영농이야기를 소개한다.
  <편집자 말>

철저한 준비로 시행착오 덜 겪어
대치면의 야트막한 산 아래 자리한 이병기·성인경 씨 부부의 농가를 처음 찾아가는 사람들은 똑같은 말을 한다.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찍고 와도 찾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마흔한 살의 동갑내기 부부는 “들어오는 입구 찾기 힘드셨죠?” 하는 말이 인사가 됐다.
“여기가 원래 다랭이 논이었어요. 차가 들어올 수 있는 길도 없었고요. 청양으로 귀농해 청양 땅 안 가본데 없이 2년간 발품을 팔았지요. 남편과 농사지을 적합한 땅을 찾기 위해서요.”
이씨 부부는 대체 무슨 농사를 지으려고 온 청양 땅을 다 돌아다녔을까?

성씨는 “귀농할 때부터 표고버섯 농사를 지으려고 계획했다. 그래서 버섯 농사하기에 좋은 땅을 찾아 돌아다녔다”며 친정아버지 이야기를 했다.
“아버지도 용인으로 귀농해 표고버섯을 길렀어요. 옆에서 아버지 농사짓는 모습을 보고 컸기 때문에 표고버섯이 어떤 환경에서 잘 자라냐는 것에 대해 알고 있었어요.”
그녀는 농촌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 뜻이 같았던 남편 이씨와 귀농학교에서 만나 결혼을 하면서 귀농 계획을 현실화시켰다.

현재 이씨 부부네 표고버섯 비닐하우스가 들어서 있는 곳은 동남향으로 햇빛이 잘 들고, 뒤로 자리한 산이 바람막이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온도 편차가 심하지 않다. 오염원이 없어 지하수도 깨끗하다. 농가를 둘러싼 산에는 소나무와 참나무가 공생하고 있다. 부부는 계획대로 표고버섯을 키우기에 적절한 온도와 청정한 환경을 갖춘 터를 찾게 됐다.
성씨는 “농사지을 작물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이 서 있었고, 계획대로 준비했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덜 겪은 것 같다”고 말한다.
귀농해 4년이 고비라는 말을 그들도 들었다. 그래서 부부는 “귀농을 너무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 준비하지 않은 귀농은 다시 도시로 나가는 결과를 낳는다”고 후배 귀농인들에게 귀띔한다. 정착하기까지 겪어야 하는 시간을 단축하고 시행착오를 덜 겪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 이씨 부부는 자신들이 표고 농사를 지으며 얻은 경험을 후배 농사꾼들과 공유하고 있다.

귀농 10년 차 억대 매출 농부
두 사람이 2009년 청양에 내려왔을 때는 비봉에서 빈집을 수리해 2년여 동안 살았다. 그 시간은 계획대로 농사를 짓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 표고버섯 농사를 지어 자리를 잡기 이전까지 생활비는 성인경 씨 표현대로 ‘사이드 작물’로 해결했다.
“본 농사를 짓기까지 준비 과정이 필요해요. 또 농사짓는다고 금방 소득이 나오는 것도 아니니 금전적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내려올 때 가지고 온 돈을 모두 까먹을 수 있다는 불안감도 없지 않았어요.”
부부는 귀농한 이들이 초기에 겪는다는 생활비 해결을 위해 먼저 이웃의 땅을 임대해 농사를 지었다. 초보 농사꾼의 첫 작물은 고추와 구기자였다. 물론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지만, 그 시간이 정착하기까지 준비 운동처럼 부부에게 본격적으로 뛰기 위한 시간이 됐다.

그 준비과정이 2년 정도 흘렀고, 현재의 자리로 이사한 것은 지난 2011년 말. 시간이 흐른 만큼, 이씨 부부네 모습도 눈에 띄게 변했다. 우선 아이가 태어나 식구가 늘었고, 표고버섯 재배사가 총 10동의 규모로 시설도 증가했다. 농장 아래서 보면 어디 그 시설이 다 들어서 있을까 싶지만, 연중 버섯 수확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부부는 농장에서 봉지 재배로 표고버섯을 생산하고 있다. 입봉기, 살균기, 접종실 등 자가 생산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다. 1년에 8~10번 수확하며 수확량은 비닐하우스 1동에서 약 2톤으로 1년 매출액이 2억 원 규모다. 수익률이 65% 정도로 소위 말하는 억대소득 농부가 됐다. 귀농 10여 년의 세월이 흐른 결과이다.
“표고는 초기 투자가 많이 들어가는 작물이에요. 처음 걱정도 있었지만 우리가 젊으니까 농사를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 봉지 재배로 표고버섯을 생산한다.

수확한 표고 100% 판매 전략
좋은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저절로 버섯이 자라는 것은 아니다. 부부는 버섯도 아이 키우듯이 한다. 밤낮으로 세심하게 관심을 가져야한다는 말이다.
계절에 따라, 아침저녁마다 농사꾼의 몸에 느껴지는 대로 버섯도 똑같이 느끼고 있다는 생각으로 재배사를 살핀다. 
“온도, 습도, 균 관리 무엇 하나 소홀히 하면 안 돼요. 그러면 버섯이 안 나오거나 곰팡이가 생겨서 모두 폐기해야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버섯하우스 1동에서 문제가 생기면 수확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어요. 그만큼 수입이 줄어든다는 이야기죠.” 

이들은 수확량이 줄어들 때를 대신해 생산한 제품을 100% 활용하는 것, 즉 전량 판매로 이어질 방안을 모색했다. 표고버섯은 1~3등급으로 나눠 판매하고 있는데 문제는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이른바 ‘파지’의 처리 방안이다. 채를 썰어 건표고로, 국물용 분말로, 깍두기 모양으로 만들어 라면스프용 등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많은 양을 농사짓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봅니다. 둘이 할 수 있을 만큼만 하고, 같은 공간에서 생산한 제품을 최대한 100% 활용하는 것이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안이라고 봅니다.”
20일 기준으로 버섯을 수확해 주문자에게 배송이 완료되면, 그다음 수확까지 버섯 보기가 쉽지 않다.
“처음에는 가락동 경매 시장에 내놓았을 때 시세가 좋았습니다. 2~3년 전부터 수입 표고가 대량 들어오다 보니 가격 하락이 너무 심해졌어요.”

이들 부부는 밴드나 카카오스토리 등 지인들과 연계한 네트워크를 표고버섯 판매에 적극 활용했다. 표고를 맛본 사람들의 재구매는 꾸준히 상승했다. 우선 표고 향이 좋고, 보관성이 뛰어나고, 식감이 좋다는 것이 고객들의 반응. 자연스럽게 판로는 해결됐다. 버섯의 90%가 직거래로 판매되고 있다는 것으로 버섯의 품질이 확인된 셈이다.

▲ 입봉기부터 살균기, 접종실 등 버섯 생산에 필요한 전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다.

버섯 재배 기술, 귀농인들에게 교육
농장에는 교육생이라는 이름으로 동년배인 젊은 농사꾼들이 자주 찾아온다. 이들 부부처럼 귀농을 한 사람들이다. 부부가 함께이기도 하고, 친구들이 팀이 되기도 한다.
“귀농은 전에 자신이 살아왔던 방식을 완전히 바꾸고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에요. 그들이 농촌에 내려와서 겪는 어려움을 잘 알고 있기에 먼저 겪은 선배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해요. 정착할 때까지의 시간을 조금 단축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어요.”

지난해 귀농 에듀팜농장으로 지정돼 귀농자를 위한 교육을 본격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처음에 내려와서 농사지을 땅이 없었을 때 땅을 임대해준 고마운 이웃 주민들이 있었던 것처럼 이씨 부부도 초보 귀농인들에게 도움을 주는 이웃 주민이 되었다. 땅 대신 표고버섯 비닐하우스를 임대해준다. 그리고 버섯 농사를 지으며 얻은 경험과 기술을 공유한다.
교육을 받는 이들은 이씨 부부에게 “시골에 내려와서 처음부터 땅을 살 수도 없고, 농사 경험도 없어 막막했는데 부부를 만나 다행”이라는 고마움을 표시하곤 한단다. 
귀농 10년 차 부부는 이제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6차 산업에 도전하는 것이다. “표고버섯 농사를 짓는 지역의 농사꾼들과 뜻을 모아 표고센터를 세우고 싶다”는 이씨 부부의 모습에서 농촌은 그들처럼 젊은 농군들이 도전할 것이 많은 땅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기획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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