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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생들에게 큰형님이라고 부르라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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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생들에게 큰형님이라고 부르라 했어요”
  • 김홍영 기자
  • 승인 2018.05.08 11:06
  • 호수 1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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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세 송용찬 씨, 3수만에 충남도립대 합격 ‘화제’

충남도립대 토지행정학과 강의실에 있는 그를 보면 ‘손자를 찾아온 할아버지인가?’하고 알기 쉽다. 일흔 한 살의 나이로 대학 신입생이 된 만학도 송용찬 씨를 두고 하는 말이다. 
송씨가 대학에 입학하고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이 ‘왜 그 나이에 대학에 갔냐?’는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합격해 다니다가 생활형편이 나빠서 중도에 포기를 했어요. 안 해본 일 없이 다양한 일을 하면서도 대학에 꼭 가겠다는 꿈이 있었어요.”
언젠가는 다시 대학에 들어가 공부를 하고 싶다는 꿈이 오히려 삶의 원동력이 되었고, 결국 대학 입학을 결심하는 계기가 됐다.

“결심만으로 대학에 들어갈 수 있나요? 여기 토지행정학과 들어오려고 3수 했어요. 껄껄.”
대학에 입학한 과정을 이제는 웃으며 이야기 할 수 있지만 송씨에게 대학문은 좁기만 했다.
그는 2016·2017학년도 수시 1·2차에 모두 떨어졌다. 그리고 올해 충남도립대 토지행정학과 특별전형에 합격했다. 지적기능사자격증을 취득한 것이다.
“학교에 들어오려면 입학 방법을 바꿔야 하겠더라고요. 이 나이에 뭐 하나 들여다봐도 금방 잊어버리잖아요. 자격증 따려고 전적으로 매달렸어요.”

그 결과, 자격증을 땄고, 2018학년도 특별전형에 합격하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
대학에 들어오려고 자격증 취득에 도전하고, 그 또한 쉽지 않았을텐테 집념이 대단하다 싶다. 송씨는 평소 부동산에 관심이 많았다. 때문에 대학과 학과선택도 부동산과 관련이 있는 곳을 골랐다. 충남 아산이 고향으로 가까운 곳인 충남도립대를 목표로 삼았다. 또 학비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었다고 한다.
2018학번 송씨는 현재 동기생 3명과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동기생들에게 큰형님이라고 불러달라고 했어요. 어려워하지 말라는 뜻에서요.”룸메이트 강현우 학생은 “열심히 공부하세요. 큰형님이라고 부르라하셔서 마음이 편했어요. 청소도 열심히 하시고, 기숙사 생활도 모범적이십니다”라며 할아버지뻘 동기생을 칭찬했다. 
송씨는 “젊었을 때는 여건이 안 돼 못했지만 이제는 마음껏 공부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학교 다니면서 가장 큰 어려움은 시험”이라고 말했다. 
얼마 있으면 중간고사인데 외우고 뒤돌아서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책을 펼치는 송 씨의 모습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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