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8 13:35 (목)
희망도 움직이는 것 … 인절미산타 이유나
상태바
희망도 움직이는 것 … 인절미산타 이유나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8.04.30 11:07
  • 호수 12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맑고 소박한 사물과 사람들

“조선의 소년 소녀 단 한 사람도 빼지 말고 한결같이 ‘좋은 사람’이 되게 하라” -소파 방정환.

“별칭요? 인절미를 먹다 입가에 묻힌 모습을 보고 인절미산타라는 별명이 붙었어요. 뱃살공주라는 별명도 있는데, 인절미산타로 불리는 것이 좋아요. 사실은 ‘영어 잘 하는 유나’로 불리고 싶어요.”
 
인절미산타 부회장의 공약

‘소통과 배려를 위한 마음의 소리함 설치와 소강당 바닥 교체 추진, 분실물 찾아 주기’
청양초등학교 부회장 선거에 출마한 이유나의 공약사항입니다.
“정말 열심히 했어요. 나를 꼭 찍어달라고 3명이 한 조가 돼 일주일동안 피켓을 만들어 들고 다니며 선거운동을 하였어요.”
그렇게 열심히 해서라도 꼭 부회장이 되고 싶었던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별 이유는 없었고, 친구들하고 이야기를 하다 갑자기 나가게 됐어요.”
기왕이면 학생회장에 나갈 생각은 안 했나요?
“회장은 아무래도 경험이 있는 친구가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어요. 회장은 5학년 때 부회장을 했거든요.” 
공약사항은 잘 돼 가고 있느냐 물었더니, 소리함은 설치 장소를 물색 중이며, 소강당도 추진 중에 있다 합니다.
해도 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이 ‘소통’이긴 하지만,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의 선거공약이 ‘소통’과 ‘배려’라니, 놀랐습니다.
혹시 친구들 간에 그럴만한 무슨 계기가 있었느냐 물었습니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확실한 왕따 같은 것은 없었지만, 친구들끼리 잘 통하지 않는 부분이 때때로 있어서요.”  
 
일상이 공부로, 공부가 놀이로
“학교 수업이 끝나면 공부방으로, 공부방 수업이 끝나면 무용학원으로 가요. 8년째 다니고 있는 무용학원은 정말 재미있고, 또 경연대회에 나가서 상도 많이 탔어요. 지난 겨울에는 무용하는 친구들과 ‘전국노래자랑 청양군’편에 나가 인기상을 타서 정말 신났어요.”
탄 상금을 청양군에 장학금으로 낸 것을 알고 있어서, 처음부터 상금을 타면 장학금으로 낼 것을 생각했느냐 물었습니다.
“노래자랑에 나갈 때부터 인기상을 노리긴 했지만 상금에 대해서는 몰랐어요.  상을 타고 같이 노래한 3명의 친구들과 그 자리에서 결정한 것이에요. 상금을 장학금으로 내니 뿌듯하고 좋은 일을 한 것 같아서 많이 좋았어요.”
무용학원이 끝나면 집에 와 저녁 먹고, 20분정도 필리핀 원어민과 영어통화를 하면서 영어공부를 한다하여 그럼, 언제 노느냐 물었습니다.

“예? 언제 놀지?”
 춤과 영어와 피구와 배드민턴을 많이 좋아하는 이유나는, 체육을 좋아해서 장래 체육교사나 영어교사가 되고 싶다 합니다.
필리핀에 영어공부를 하러 가 골프를 해봤더니 재미있어 중학교에 가면 골프도 배워볼까 생각 중이랍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체육은 하고 싶고, 내가 잘 아는 체육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어요. 어릴 적, 어린이집에 다닐 때에는 가수가 되고 싶었어요. 지금도 노래는 좋아요. 엄마는 무엇이든 하려면 더 열심히 하여야 한다고 하고, 할아버지는 제가 변호사가 됐으면 하시는 것 같아요.”
일기는 잘 쓰냐고 물으니, 학교에서 숙제로 내 일주일에 2번, 수요일과 토요일에 일기를 쓴다고 합니다. 수 십 년 전,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일기를 안 써 가끔 선생님으로부터 혼났던 기억이 나, 요즘도 일기를 쓰라고 하는 선생이 있는지 궁금하였습니다.
 
롤모델 - 할아버지·엄마·김하온
“김하온이랑 이병재, 랩가수 좋아해요. ‘바코드와 어린왕자’노래는 정말 좋아요. Mnet의 고교랩 대항전인 고등래퍼 프로그램을 잘 봤어요.”
아, 그 랩퍼들? 학교 밖 아이들로 솔직함과 진솔한 가사로 어른을 위로한다는 10대들요? 공부만 하는 줄 알았더니 텔레비전도 보긴 하네요.
내면의 평화를 찾기 위해 명상을 하며 가사를 쓰는 김하온은 ‘운명이 이끄는 데까지가 목표’라고 말하여 움찔했던 청소년으로 알고 있는데, 그 김하온의 팬이라니, 이유나의 수준에 놀랐습니다.
“할아버지를 제일 존경하고, 엄마요, 여자로서 나라를 위해 몸 바친 유관순도 존경해요.”  
이유나를 예뻐하시는 할머니랑 아빠가 들으면 서운하시겠네 했더니, 배시시 웃습니다.
“월요일에 친구들과 만나면 방탄소년단과 연예인 얘기, 승무원과 댄서가 희망인 친구들과 그런 얘기를 해요.”          
“공부는 꼭 잘 할 필요가 있나요? 기본적인 것은 알아야 되므로 배워야 된다고 생각하고, 대학 역시 꼭 가야한다고는 생각 안 하는데요.”
초등학생, 아니 어린이 맞어? 핀 치기나 줄넘기 놀이 등 땅 따먹기를 하며 위인전을 읽지 않아도 잘 노는 이유나의 얘기를 들으며, 요즘 아이들은 어디서 노는 즐거움을 찾을까 했던 의문이 사라졌습니다. 
사실, 어린이날이 며칠 안 남아서 요즘의 어린이들은 어떤 놀이를 즐기며, 어린이날을 어떻게 받아들이나 궁금하였습니다.
“별로, 어린이날 그런 거 잘 모르겠어요. 이번 어린이날도 공연 있어요.”
하긴, 예전에 우리도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머리에 빨간 리본을 매고 아랫장터 면공관 무대에 올라 무용을 했던 생각이 나긴 합니다.
어린이날을 만들어 준 방정환님에 대해서도 당연히 모르겠네요?
“네. 히히 그 사람이 누구에요?”
 
이유나의 살기 좋은 세상
“자유로운 세상이 됐으면 좋겠어요.”
응? 학교에서는 잘 모르겠지만 집에서는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을 이유나가 본인이 살아갈 미래의 세상에 대한 꿈을 말합니다. 
“높은 사람 말만 들어야하는 것이 아니라, 낮은 사람 말도 들을 줄 아는 그런 세상요.” 
성숙한 키만큼 마음도 크네요. 하긴, 김하온이 좋다고 할 때부터 알아보긴 했지만요. 10여 년 전, 아파트 베란다 창틀에 배를 쑥 내놓은 채로 매달려 아줌마를 부르더니 어느새 이렇게 잘 자랐습니다.          
이유나가 좋아하는 랩퍼, 증오보다 희망을 노래하는 김하온처럼, 이유나도 자신의 꿈을 좇아 학교 밖으로 나갈 수 있을까? 성적으로 평가하며 대학을 가는 공장 같다는 학교를 잘 적응하며 꿈을 키울 수 있을까? 머리를 새침하게 묶고 손끝을 바라보며 무용에 열중인 이유나를 봅니다.  
‘어린이들이 올바르고 슬기로우며 씩씩하게 자라도록 하고, 어린이에 대한 애호사상을 앙양하기 위해 지정한 날’, 어린이날에 본인보다 더 어린 어린이를 위해 멋진 공연을 할 것입니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