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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큼한 나물로 더 반가운 봄 … 두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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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큼한 나물로 더 반가운 봄 … 두릅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8.04.23 11:06
  • 호수 1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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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소박한 사물과 사람들

‘생두릅을 무르지 않게 잠깐 삶아 약에 감초 쓰듯이 어슷하게 썰어놓고 소금과 깨를 뿌리고 기름을 흥건하도록 쳐서 주무르면 풋나물 중에 극상등이요, 싫어하는 사람이 없다. 많이 먹으면 설사가 나므로 조금만 먹는 것이 좋다’-<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골목골목마다 거리거리마다 온통 꽃들로 덮였습니다.
꽃길이 굽이치니 누구라도 꽃길만 걸을 수 있는, 걷기 좋은 시절입니다. 
꽃 진자리 파릇파릇 올라오는 연둣빛 잎들로 둘러싸인 저수지 길을 걷다가 회색빛 가시나무위로 뾰족뾰족 올라오는 새순을 봅니다. 윤기가 흘러 빛나는 자줏빛 두릅나무의 어린순 두릅입니다.
4월에서 5월은 두릅의 계절입니다.

나무의 머리채소라는 뜻으로 목두채(木頭菜)라 하는 두릅은 참두릅과 땅두릅이 있습니다. 두릅나무에서 나오는 새순은 참두릅으로 나무두릅이라 부르기도 하며, 땅두릅은 땅속에서 자라나오는 새순으로 땅을 파 잘라 내며 독활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산불이 난 곳이나 벌채지의 산비탈에서 잘 자라는 두릅나무는 몸 전체에 장미나무처럼 가시가 있습니다. 가지 끝에서 자라는 잎에도 어린가시가 있으며 뒷면에는 황갈색털이 뽀얗게 피어있습니다.
옆가지를 만들지 않는 두릅나무는 어린순(정아)만 쑥쑥 성장하는데, 어린순이 훼손되면 숨어있던 곁눈이 열리면서 성장합니다. 성장이 빠른 만큼 수명이 짧아 10년이면 거의 죽어버리며, 15년이면 최고령의 나무가 됩니다. 
겨우내 뿌리에 저장돼 있던 영양분이 가지 끝의 새순으로 맺혀, 맛은 맵고 쓰나 독이 없으며 향기로워 두릅은 산채의 제왕으로 불립니다.
 순이 굵으면서 연한, 잎이 피지 않고 껍질이 촉촉하며 향이 짙은 것을 상품으로 칩니다.
  ‘봄 두릅은 금, 가을 두릅은 은’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두릅은 겨울 내내 움츠렸던 몸과 이른 봄 춘곤증으로 시달리는 몸에 활력을 줍니다.  

쌉싸름한 맛에, 정유성분의 독특한 일품 향은, 신경을 안정시키고 기운이 넘쳐나게 합니다. 수험생이나 긴장이 지속되는 사람들이 먹으면 머리가 맑아지고 잠도 잘 잘 수 있다고 합니다. 두릅속의 풍부한 칼슘이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불안과 초조감을 없애준다는 것입니다. 
열을 내리고 입맛을 돋우는 작용을 하며, 간에 쌓인 독소를 풀어내는 효능이 있어 피와 정신을 맑게 합니다.
두릅의 영양성분에 들어있는 쌉쌀한 사포닌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피곤한 몸을 회복시키며, 심장을 튼튼하게 합니다. 혈당을 낮추고 염증을 없애며 암세포를 억제하고 통증도 멎게 합니다.

산과 들에 지천으로 나는 봄나물 중 몸에 좋지 않은 것이 있을까마는, 그 중 어르신들이 으뜸으로 치는 나물이 두릅입니다.
언젠가 딱 한 번 먹어본, 갈색 쇠고기 사이사이로 데친 연둣빛 두릅을 함께 꿰어 살짝 구워낸 두릅적이 생각납니다. 드문드문 여린 가시가 거슬리기도 하였지만, 입안 가득 육즙과 쌉쌀함이 뒤섞여 무슨 맛인가 갸웃거리며 삼켰습니다. 오래오래 싸아한 향이 남았습니다.

계절에 따라 자연이 변하듯이 식탁의 나물도 바뀝니다.
돌나물, 봄동, 냉이, 쑥, 달래 등 이름만 들어도 입 안에 향기가 도는 봄나물입니다. 
새콤달콤하게 버무린 어린 민들레나 쌉싸름한 머위의 아삭하고 상큼함은, 입뿐만 아니라 식탁에도 봄이 넘치게 합니다. 봄의 싱그러움과 낭만을 더 듬뿍 안겨줍니다.   
 

봄이 확 왔다 확 간 느낌입니다.
연분홍 벚꽃 대신 더 환한 영산홍이 길을 밝게 합니다. 짧아서 아쉬운 봄처럼, 봄나물의 철은 더 짧습니다.
꽃향기뿐만 아니라 나물향기까지 번지는 봄의 나날입니다.
꽃잔디 향이 은은하게 떠도는 밤, 눈부신 봄처럼 식탁도 몸도 아직 남은 봄을 맞이하며 두릅회와 봄나물로 새 싹의 맛과 기운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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