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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이웃 - 청양군 수어통역센터 유의식·이지선·김치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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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이웃 - 청양군 수어통역센터 유의식·이지선·김치완 씨
  • 이순금 기자
  • 승인 2018.04.23 10:56
  • 호수 1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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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짓 손짓으로라도 도울 수 있어 좋죠”
▲ 함미경 센터장(사진 중앙)과 김치완, 이지선, 유의식 통역사. (사진 왼쪽부터)

오늘 만나볼 주인공들은 청각 또는 언어 장애인들에게 몸짓 손짓을 통해 말을 전달해 주는 사람들이다. 충남농아인협회 청양군지회 부설 청양군 수어통역센터 유의식·이지선 수어통역사와 김치완 청각장애통역사다.
청양군내 장애인은 약 3000여 명, 이중 청각 및 언어 장애인은 340여 명이다. 3명의 통역사들은 이들이 있는 곳이면 가능한 함께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 위한 일 ‘보람있다’
수어통역센터에서 일하게 된 이들의 이야기부터 들어본다.
유의식(36) 통역사는 공주가 고향으로, 사회복지 전공 후 공주사회복지관에서 근무하다 청양센터로 왔다. 그는 친구를 통해 수어를 접했고, 이후 관심이 커져 청양센터에 입사했단다. 
“청양센터가 2007년 초 설립됐고 저는 11월에 왔습니다. 당시 청각장애통역사 1명과 또 다른 수어통역사 1명 등과 함께 입사했고, 그분들께 수어를 많이 배웠죠. 청각 또는 언어 장애인들이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 드리는 것이 저희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것부터 이런저런 정보까지 전달하는 역할입니다. 가끔 잘못 이해해 오해를 받기도 해요. 그럴 땐 조금 어렵지만, 그래도 청각장애인들께서 저희들을 의지하시기 때문에 힘을 내고 있습니다.” 유 통역사의 말이다.

이지선(44) 통역사는 대전에서 살다 2002년 시가인 청양으로 이사를 왔고, 2010년 2월부터 청양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청양에 와서 사회복지를 공부했고 이후 비봉면사무소에서 복지도우미로 3년여 일한 다음 센터에 입사했죠. 8년 정도 됐지만, 아직도 수어를 배우고 있어요. 수어는 세계 공통어가 아니에요. 나라마다 다르고 사투리도 있죠. 이런 것들을 통역사가 인지해야하기 때문에 힘든 것 같아요. 말로 5분이면 될 것도 수어는 오래 걸리죠. 수어는 하는데 글씨를 모르는 분도 많죠. 이럴 때 이해하도록 통역해 드려야 합니다. 가끔 통역 자체를 의심해서 서운할 때도 있어요. 그럴 때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일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 통역사의 말이다.

김치완(40) 통역사는 부산이 고향으로, 지난해 6월 입사하면서 청양에 첫발을 내딛었다. 그는 앞선 두 명과는 다른, 통역사와 농아인을 이어주는 중개통역사다.
“일반 회사에서 일하다 2012년에 사회복지사를 취득했고, 지난해 공고를 보고 청양으로 왔습니다. 아직 알아가는 단계이지만 참 좋은 곳인 것 같아요. 이곳에 잘 적응하면서 제2의 인생을 꾸려가고 싶네요. 저는 일곱 살 때 청각과 언어 손실이 됐어요. 이유를 몰라 치료를 받을 수가 없었답니다. 저는 건청인들의 입모양을 보고 언어를 읽는 연습을 많이 했고, 그래서 지금은 입모양을 보고 통역을 하죠. 청각장애인들이 병원이나 시장에 갈 때, 농사 관련 묘목 등을 구입할 때도 함께 나가 통역을 해 주고 있습니다.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것 일반인들에 비해서는 조금은 불편하잖아요. 조금씩만 배려해 주시면 좋겠어요.” 김 통역사의 말이다.

통역사에 대한 인식 부족 ‘섭섭’
노래가사처럼 농아인들이 부르면 ‘무조건 달려간다’는 이들은 근무 시간 외에도 긴급한 상황이 생기면 잠을 자다가도 뛰어 나가 통역을 해야 한다. 또 센터에서 진행하는 수어 교육·상담·통역일이 주 업무이지만, 가욋일도 많다. 지회 주관으로 매년 치러지고 있는 체육대회, 동아리 운영 등 다양한 사업계획도 세우고 진행한다.
“바쁜 것은 차치하고 가장 저희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청각 언어장애인들은 물론 수어통역사들에 대한 인식부족에서 오는 마음의 상처인 것 같아요. 어렵게 통역하고 있는데 옆에 오셔서 몇 명이나 본다고 수어 하냐며 비웃는 분도 계시고, 이해관계가 조금이라도 얽혀있으면 위협적으로 말씀을 하시는 분도 많습니다. 통역을 하러 갔는데 ‘아줌마는 누구에요?’ 라며 거슬린다는 표정으로 보기도 하고요. 그럴 때마다 정말 섭섭하죠. 단 한 명이 계셔도 저희는 통역을 해 드릴 의무가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입니다. 그런 점을 좀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통역사들의 한 목소리다.


농아인 위한 수익창출 사업 바람
이들은 청각 언어장애인들의 수익창출을 위한 사업체를 운영해 보고 싶다고 말한다. 자활센터에서 저소득층 주민들의 일자리 창출과 근로의욕을 심어주기 위해 운영하는 음식점이나 카페 처럼이다.
“홍성 농아인지회에서는 딸기하우스를 운영 중입니다. 저희는 구기자하우스를 운영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청양군자활센터로부터 기술을 배워 농아인 5명만 고용해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농아인들의 복지증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많은 어려움을 뒤로하고 이들이 수어통역을 계속하고 있는 이유는, ‘말은 못하지만 몸짓 손짓을 이용해 고맙고 감사하다’고 표현해 주는 청각 언어장애인들의 마음 때문이란다.
“3년 전부터 청양군의회에서 통역지원을 하고 있어요. 큰 행사 통역지원도 하고 있고요. 예전보다는 수어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다는 증거죠. 앞으로도 좀 더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통역사들의 말이다. 
충남농아인협회 청양군지회장이면서 청양군 수어통역센터 함미경 센터장은 “칭찬할 것이 많은 직원들”이라며 “특히 농아인들을 위한 배려심도 많고 정말 최선을 다해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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