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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을 좋아했던 미소년 … 한결 이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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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을 좋아했던 미소년 … 한결 이세영
  •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 승인 2018.03.05 13:28
  • 호수 1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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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사진첩

“마음공부를 꾸준히 하는 사람으로 불리고 싶어요. 죽을 때까지, 개인적이지만 나 혼자만큼은 수행하면서 살다 가고 싶네요.” 몸과 마음을 다스리고자 하는 수행가, 한결 이세영님과 헤어져 나온 길모퉁이 도랑에는 누런 억새사이로 가창오리 몇 마리와 황새 한 마리가 꾸꾸 거리고 있었습니다. 
한결님을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납니다.
미루나무처럼 늘씬한 키에, 대리석처럼 희고 미끈한 얼굴과 맑은 눈, 긴 머리에 두건을 쓴 모습은 옛날 신라의 화랑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에서 공부를 하다가 고향에 내려왔다는 소리를 어렴풋이 들은 기억이 납니다.
 
동물들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 채식주의자
책 <채식주의자>를 읽으며 채식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떠올랐습니다. 부드럽고 감칠맛 나는, 생각만하여도 입안이 고소해져오는, 육즙이 죽죽 나오는, 고기를 왜 멀리할까 생각합니다.
체질을 개선한다고 달걀흰자와 야채와 과일만 먹던 언니가 입에 길들여진 고기의 맛을 끝내 떨칠 수 없어 포기하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그냥 먹고 싶은 것 먹으며 사슈. 살면 얼마나 산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했었지요.
생명윤리와 동물해방을 위하여, 분배정의와 식량자급의 차원에서, 환경정의와 개인의 건강을 추구하는 채식주의는 1998년 하이텔회사의 직원들로 구성된 채식동호회의 <자유를 위한 채식>이라는 소책자가 무료 배포되면서 알려졌습니다.
이십년 넘게 채식을 하는 한결님은 어떻게 그리 오랜 시간을 채식만 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였습니다.
채식주의자이기 때문에 채식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맑게 유지하기 위해 육식을 먹지 않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십대 중반부터 명상수행을 하다 보니 탁한 것, 술이나 고기 등을 몸이 거부하여 자연스레 먹지 않게 되었다며, 영적이나 몸적으로 육식이 안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겸손하게 말합니다.
“사실 채식은 필요에 의해 하는 것이지 목적은 아닙니다. 대체의학처럼 목적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수단입니다. 만약에 제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채식을 포기할 겁니다.”
네? 채식주의가 목적이 아니라고요? 그러면 도대체 목적이 무엇이기에 고기의 고소한 유혹을 뿌리치나요?
수행명상의 한 과정으로, 생명존중사상으로, 기아문제 및 환경오염을 염두에 두고 채식을 하고 있다고 한결님은 말합니다.
“마음공부가 가장 중심이 되며, 수행을 위한 과정 중의 하나로 채식을 합니다. 20대부터 산에서 공부하다 인연법에 의해 고향에 내려와 일과 수행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꿈을 향한 공부, 죽을 때까지 해야 할 공부
마음공부, 가족치료와 내면아이치료를 공부하면서 늘 귀에 걸리던 마음공부, 도대체 마음공부를 어떻게 채식으로 하는지 통 이해가 안 됩니다.
“마음을 다스리는 공부로 명상을 합니다. 명상은 각자 하는 방법은 다르지만 마음을 계속 비워가는 명상을 하고 단전호흡으로 기운을 돋우고, 무술이나 맨손체조 등 간단한 운동으로 몸을 닦는 것, <심기신>을 닦는 것이지요. 셋이 각기 다 다른 것은 아니지만 다만 한 곳에 치우침이 없을 것, 마음공부가 중심이 되고 몸과 기운이 함께 가면 가장 좋습니다.”
“마음공부나 명상의 시발점은 내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느낌이나 생각, 감정 등을 느껴보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어떤 생각이 일어났는가를 알아차리고, 멀리 떨어져 TV보듯 하다가 마음을 집중합니다. 마음이 하나로 모아지고, 서서히 생각이 없어집니다. 마음을 비움으로써 세상을 더 행복하게, 편안하게 살라고 하는 것이랍니다.” 
마음 비우기, 참 어렵습니다.
걷다가, 누워서, 노을을 보고, 연밭에 앉아, 폭포앞에서, 참 많은 곳에서 마음을 비우고자 한 적이 있습니다. 비워지라는 마음엔 늘 오만가지 잡생각이 더 들어찼습니다. 그럴 때마다 함께하는 이들은 한결같이 생각이 많아서 그렇다고들 하였습니다.
“내면적인 공부에만 치중하다, 사회생활로 세상살이가 힘들다는 것을 깨달으며 세상 공부한 것을 큰 다행이라는 생각 합니다.
정말 의미 있는 수행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인연법에 따라 산 속에서 나온 이유를 찾으며, 내면적인 공부와 세상사가 같이 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정적인 부분에서 방해받는 부분 또한 분명히 있지만, 오히려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다양성을 느껴 더 깊이 있는 수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두근두근 힐링센터
몇 년 후 이곳에, 심신이 피곤한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쉴 수 있는 힐링센터를 만들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한결님.
수행도량을 조그맣게라도 만들어보자 해서 만들고 시작한 한결학교에서, 현재는 체험과 공예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20여 년 전부터 닦아온 내면적인 수행명상가로, 사회적인 공예가로 합쳐지고자 노력하고 있는 한결님의 채식 속에 숨겨진 크고 깊은 꿈을 엿보았습니다.
“나도 나이 들어 편하게 오래오래 살고 싶기도 하고, 마음이나 몸이 아픈 사람들이 있으면 아침에 같이 기체조와 명상을 하고, 일도 하는, 그렇게 같이 수련하면서 살면 어떨까, 그렇게 가면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많이 버겁더라도, 이러한 마음으로 중심을 잘 잡고가면 언젠가는 인연이 닿겠지요.”
소박한 듯하면서도 거대한, 산 속 공부와 세상 공부가 조화를 이루어 언젠가는 꼭 이루게 될 한결님의 큰 원(願) 입니다.  
잡념이 생기지 않도록 집중하고 마음 다스리기에 좋은 전통공예와 체험이라는 매개체로, 세상과 소통하는, 본격적인 수행명상을 곁들인 건강촌 힐링센터, 생각만 해도 벌써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마음이 맑아지니, 기운도 맑아져 혀에서 비린내 나는 탁한 것을 싫어하게 되고, 그러니 자연적으로 탁한 것과는 멀어진다는 이치였습니다.
고기를 먹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채식주의자들은, 아니 한결님은 어떨까, 혹시 징그럽다거나 혐오스러운 그런 감정이 생기지는 않는지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웃으며 말하는 한결님으로 인해 마음이 다소 가벼워지다, 다시 무거워집니다.
“누구든지 특별한 이유, 건강이라든지, 종교적이라든지 채식을 꼭 해야 되는 이유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몰라도, 채식을 꼭 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분명히 육식할 부분이 있지요. 내 몸이 고기를 필요로 할 때는 당연히 먹어야죠. 건강을 유지하는 선에서만 적당히 즐긴다면요. 다만, 지나치지 않게 드시면 좋죠.”
에고, 함께 사는 식구들을 위해서도 정말 큰 원이 없으면 실행하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깊은 사려, 건강한 바람   
“내 몸이 없어지면 세상도 없습니다. 자기 자신을 술이나 담배 등 안 좋은 것으로 혹사시키지 말고 조금이라도 아껴줬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을 비워가면서 살며, 정당한 노력과 욕심을 구별할 줄 알고,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긍정적으로 변화했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스스로 가진 재주나 금전적인 것을 조금씩이라도 베푸는 사람이 되면 더 좋겠지요.”
돈 앞에 굴복하지 않고 정당한 노력으로 사는 사람이 행복해지는 세상, 모든 일에는 때가 있음을 깨닫고 하나 둘씩 풀어가며 사는 세상을 꿈꾸는 한결님은, 어떤 어려움이나 압박이 들어와도 진실 되게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생활참선이나 명상에 관심이 있다면, 깊이 들어가지 말고 내 마음이 행복해지고 편안해지는 정도까지만 수련하라고 당부 또 당부합니다.
고고학을 계속 공부하고 그 길을 걸었다면, 오늘도 가늘고 섬세한 손으로 유물에 묻은 흙을 살살 솔로 털어내고 있을 한결님의 모습을 상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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